12개월을 갓 넘긴 둘째 녀석은 언젠가 허공을 바라보고 배시시 웃었더랬다
순간 아이의 그런 행동이 무서웠다기보다
아빠야?
할아버지 오셨니?
그 작은 아이에게 되려 되묻고 있는 나 스스로가 흠칫 놀랐다
대체 뭘 안다고! 마치 내 말귀를 알아들은 듯
아이는 다시 나를 한 번 쳐다보고 허공을 또 한 번 쳐다보며 지금껏 내가 본 적 없을 만큼 환하게 웃었다.
그냥 믿고 싶었다.
그냥 확신하고 싶었다.
분명 아이가 바라보는 저곳에 내 아빠가 계신 거다
먼 타국에 살고 있는 딸도 보고 싶고 세상 말썽쟁이지만 정말 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 녀석들이 보고 싶어 이 먼 곳까지 분명 아빠가 온 것이다.
딸만 둘이었던 우리 아빠
아들 하나 더 낳자는 엄마의 피력에도 딸 둘이면 됐지 평생 아들 없어도 된다며 큰소리쳤다던 아빠
우르르 몰려 시끌벅적하게 목욕 가는 재미가 있던 우리와 달리 늘 혼자 다녔을 아빠를 생각하니 지금도 여전히 나는 그게 제일 속상한 거다
이젠 듬직한 사위도, 개구쟁이 손주 녀석도 둘씩이나 있건만,,,
잠재우려 한참을 아이와 실랑이를 하는데 뒹굴뒹굴하던 아이가 별안간 벌떡 일어나 앉아 또다시 허공을 바라보고 웃는다
아빠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애들 많이 컸지?
우린 잘 지내고 있어, 아빠 거긴 어때?
아이는 또다시 나 한 번, 허공 한 번을 바라보며 더없이 밝게 웃어준다
잘 지내고 있다는 마치 아빠의 대답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