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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적인 인간은 없다.

생각의 전환

by 봄날


“ 아빠는 아웃백 랍스터 앞에서 펑펑 울었다.” 가난 딛고 일어선 의대생..



며칠 전 서울 모 대학 대나무 숲에 올라온 내용이 모 일간지 인터넷 판에 올라온 기사 제목이다. 이 글을 대나무 숲에 쓴 학생은 어릴 때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언니와 함께 어렵게 생활해왔다. 가난한 형편에 학원 한 번 못 갔지만 힘들게 자신을 뒷바라지하는 가족에 미안해서 죽을 지경으로 공부해 수능을 거의 만점에 가깝게 받아 신촌에 있는 모 의대에 합격했다. 입학 후 과외 아르바이트를 3개 월해서 밀린 월세 3 백만 원을 치르고 남은 돈 4백만 원 을 아버지와 언니에게 나누어주었다.


일 년에 한 번 새해에 두 마리 8000 원하는 바싹 마른 전기구이 통닭을 먹어보는 게 전부였는데, 그 날은 아버지가 아웃백에 데리고 가서 4인 랍스터 세트를 사주었다. 그렇게 필자가 가고 싶어 하던 아웃백에 데려간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그동안 아웃백에 한 번도 못 데려가는 아버지 밑에서 잘 커줘서 너무 미안하다며 울어 언니와 함께 온 가족이 엉엉 울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아버지와 언니한테 생일이나 새해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닌,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아웃백에 가고 싶을 때 4인 랍스터를 시켜 먹을 수 있는 인생을 선물해 주기로 마음먹었다는 감동적인 기사였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의 기사를 보며 눈에 고인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아내가 부엌에서 내린 커피를 가져다주면서 왜 울고 있느냐며 놀라서 묻는다. 그래서 그 기사를 보여주고 너무 감동적인 내용이라며 읽어보라 했다. 하지만 아내는 나와 생각이 달랐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치열하게 생활해 좋은 결과를 낸 것은 평가하고 응원할 일이긴 하지만, 이런 식의 보도나 기사는 이제 조금 지양하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그런 기사를 읽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니 당신도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스스로 경계하란다. 아니면 나이 들어가면서 여성호르몬이 많아진 탓인지 궁금해했다.



과거와 달리 그런 식의 사례들, 홀어머니를 모시고 과외 한 번 안 했는데 수능 만점을 받았다던지, 시골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어렵게 공부해 사법고시 수석을 했다는 입신출세 스토리들은 이제 일반적으로는 보도를 지양하는 추세이고 그 방향이 맞다고 본다. 요즘은 중고등학교에서도 수석입학, 사법고시 합격 등의 현수막을 만들어 걸지 않는 게 트렌드이며 더 교육적이라고 한다.


그렇게 유사한 가정이나 일반 학교에서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학생이나 사람들은 삶을 잘못 살지 않았는데도 본의 아니게 의문의 1패를 당할 수도 있고, 모두가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과 능력이 다른데 상대적으로 좌절해야 하느냐며 나의 의견을 물어본다.

꼭 일등, 수석 합격이나 하버드, SKY 대학이 아니라도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며 , 사회와 이웃을 위해 일하고 나눔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단다.



물론 그 학생의 훌륭한 성공스토리는 칭찬받고 응원해야 마땅하지만, 그 외의 나머지 다수를 배려해야 교육적이며 아직 그 성공스토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이루어낸 좋은 결과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사회의 발전이나 이웃을 위해 얼마나 기여하고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지 더 두고 보며 응원하고 지지할 일이 남아 있다. 만약 그런 기대와 달리 그냥 자기 한 사람의 입신양명만을 위해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그 응원과 지지를 철회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과거에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런 안 좋은 사례를 많이 봐왔고, 지금도 정치 판에서는 선거 때만 되면 누가 더 흙수저인지를 놓고 경쟁을 하고 있는 다수의 권력 지향적인 사람들과, 사회가 발전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일에 있어 스스로의 출세만을 위해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하버드, 예일 대학을 나온 것만으로 존중받는 시대는 가고, 그 하버드, 예일 대학을 나와서 지금 사회와 이웃을 위해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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