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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목바라기 Sep 03. 2022

9. 발목 접질림에 대해서 2

 똑같이 접질렀는데 누구는 발목이 부러지고, 누구는 안부러집니다. 

대체 무슨 차이 일까요? 


 처음 들 수 있는 생각은, 발목이 부러지는 사람은 안부러지는 사람보다 뼈가 약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전에도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으로 연구를 해봤더라구요 (역시 선현들의 지혜는 대단합니다). 폐경 여성으로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발목 골절이 더 생기는 걸까 확인해본 연구가 있습니다.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발목 골절이 골다공증성 골절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결론이 안나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저도 대학 조교수가 되고서 비슷한 연구를 해봤는데, 역시 발목이 부러진 사람과 그냥 접지른 사람들의 발목 뼈밀도에 큰 차이는 없더라고요. 


 뼈가 약하다고 부러지는 게 아니라, 접지르며 인대가 잡아당기는 힘이 얼마나 세느냐에 따라 부러지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몸무게가 무거운 사람이 더 골절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체질량지수가 높은 분들은 안그래도 다이어트 압박으로 억울한데 두배로 억울할 것 같네요. 


 그러면 가벼운 분들은 발목이 상대적으로 잘 안부러질까요 ? 

 발목을 잡아주는 구조물은 정적 구조물이 있고 동적 구조물이 있습니다. 

정은 안움직이는 것이고 동은 움직이는 것입니다. (한자로는..음..) 

정적 구조물은 뼈와 뼈 사이를 이어주는 인대입니다. 항상 비슷한 길이를 유지합니다. 동적 구조물은 길이가 늘어났다 줄어드는 근육입니다. 

 발목이 접지를 것 같으면 근육이 알아서 발목을 반대쪽으로 잡아채줍니다. 참선하다 꾸벅 졸면 죽비로 요놈! 하고 내리치는 스님처럼요. 대표적인 발목의 접지름을 막아주는 근육은 종아리 외측에 있는 비골근육입니다. 


 그래서, 발목을 자주 접지르거나 불안정 증세가 있는 분들에게 이 비골근 강화 운동을 권합니다. 

외래에서 환자분들에게 이런 운동을 권할 땐, 마치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그분들이 집에 가서 그런 운동을 열심히 할까요 ?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은 성실히 숙제를 했을 때 높은 시험 점수로 보상을 받는데, 이런 경우 그 보상을 확실하게 느끼기 어렵고 (어라, 운동 5분했더니 병이 말끔히 나았네! 땡큐 의사 선생님! 뭐 이런 보상이 세상에 있나요?) 운동 자체도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제가 썼던 논문에 대해, 생전 처음으로 유럽에서 감사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이후로 그런 편지를 받아본 적은 없습니다만, 어쨌든 이게 마지막 편지는 아니길 바래봅니다). 

 논문을 몇번 출판해봤던 연구자라면, 새로 생겨난 저널에서 "이러이러한 (제목) 훌륭한 연구를 한 당신에게 우리 저널에 출판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라는 스팸메일성 편지를 하루에도 몇개씩 받은 경험이 있을 겁니다. 신생 저널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여러 투고된 연구들이 필요한데, 없으니까 여러군데 무작위로 메일을 뿌리는 거죠. 

 심지어 이런 메일 중 어떤 경우는 매크로 기능에 실수가 있었는지, 연구자의 출판됐던 논문 제목이 들어가야할 자리에 제목은 없고 소스코드만 덩그러니 들어있는 성의없는 메일이 오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그때 제가 받았던 팬레터는 그런 편지가 아니었습니다. 내 연구 논문 첫 표지를 찍어서 같이 첨부해놓곤, 딱 세줄, 당신 연구가 환자를 보는데 도움이 돼서 고맙다는 딱 그 내용만 있는 편지였습니다. 그때 참 연구하는 보람을 느꼈는데요. 사실은 그 메일을 받고는, 밑에 표기된 소속 기관을 인터넷으로 찾아서 보낸 사람이 어떤 분인지 확인해봤다는 고백도 해야겠네요. 역으로 편지 보내주어 고맙다고 메일 보내려다가 그러면 너무 없어보일 것 같아서 말았네요. 


 아무튼 제가 연구한 결과로는 흥미롭게도, 덩치가 큰 근육량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비골근육이 비례해서 크지는 않았어요. 비골근육량이 누구나 평균적으로 다 비슷하다는 이야기인데, 이 발목 자세 유지근육은 따로 수련을 해야 커질 수 있는 근육이라는 것. 일종의 발목에 작용하는 코어근육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그런 추측을 했습니다. 


 언젠가 방송에서 강호동의 멋진 하트 모양 비복근 (종아리 뒷쪽에 있는 근육) 을 본 적이 있었는데, 참 멋있더라구요. 이에 비해 비골근육은 종아리 바깥쪽에 있는 근육입니다. 언젠간 비골근육이 발달된 사람, 즉 종아리 바깥쪽 근육 모양이 울퉁불퉁한 사람이 비복근육보다 더 높게 평가받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하는 개인적인 바램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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