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토리 찾기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곡, 과욕은 금물, 진입금지!

by KayYu

안에서만 살아온 사람이 틀 밖을 상상할 수 있을까? 내가 모르는 곡들로 레퍼토리를 만들 순 없다.


세상에는 참 아름다운 곡들이 널려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갈피를 못 잡기도 한다. 그렇게 봄날 흐드러지게 날리는 꽃잎 수만큼이나 많다. 유튜브를 연결하면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신나고 화려하고, 어느 날은 웅장한 선율에 흠뻑 빠져들어 정신 줄을 놓고 있으면 이어폰 줄은 뽑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런데 문득 이런 확신이 든다. 내가 무작위로 듣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채 30곡이 안 되는 곡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는 확신. 어라? 이곡 또 나오네?라고 재깍 감지하고는 재빨리 다음 곡으로 넘어가버리기도 한다. 유튜브라는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 피아니스트 곡, 전에 찾아 들었던 곡 등, 내가 좋아하는 패턴들을 따라 관심 있을 만한 콘텐츠를 자연스레 상위로 노출시키니 음악 선곡을 무작위에 맡겨놓은 이상 내가 듣는 건 그 '많이 찾는 곡' 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 그러니 이런 고수의 연주곡 중에 내가 해볼 만한 곡은 더더욱 희박해진다.


예술의 세계는 더 잔인해 보인다. 소비층이 많지 않을뿐더러 대중은 일등만 기억하고 공동 일등 같은 것도 없다. 게다가 그 일등조차도 다음 일등이 나오면 잊히기 쉽다. 무작위라는 것도 일등만 기억하니 우리를 서럽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생계라는 걸 연결 지어 생각하면 참 인정하고싶지 않은 불편한 현실이다. 유튜브에서 상위 링크되는 연주 곡들은 대부분 수상 이력이 화려하거나 개성 넘치는 유명 음악인들로 몰린다. 돈을 벌어야 하는 음반사가 요구하는 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이지 이름도 어려운 현대음악가의 곡은 아니다. 게다가 독창적인 해석 이라든지 새로운 시도를 내세운 이런 곡들은 애당초 녹음이나 영상 촬영이 안되어 있으니 무슨 수로 내가 보고 들을 수 있을까? 결국 무작위 유튜브는 아무리 AI가 떠오르는 세상에 살지라도 내가 연습할 만한 적당한 레퍼토리를 조언해 주지 않는다. 들려주는 데로 듣기만 할 수 없다면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내가 스스로 탐색해야 할 시간이다.


새로운 연습곡 선정은 은근히 까다롭다. 누가 그렇게 까다롭게 정했겠나? 누구긴, 내 마음인것을.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아야 한다는게 포인트다. 귀에 쏙 들어와 마음을 훌러덩 빼앗긴 선율을 찾았고, 그 선율을 내 손 끝에서 만들어낼 때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면 지치지 않고 연습을 이어가는 힘이 된다. 그리고, 조금 어려운 부분에 부딪혀 지금까지 해 본 적이 없는 테크닉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즐거움에 또 탄력을 받는다. 이거 하다가 포기하는거 아닐까 꺼림칙했던 부분이 어느 순간 손에 익어 부드럽게 흘러가고 있음을 볼 때의 즐거움은 배가된다. 그렇게 아름다운 선율은 기본이요, 도전 정신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찾는다면 금상첨화가 되겠다.


때로는 어떤 곡인지 들어본 적은 없지만 순수하게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선곡을 하기도 한다. 인벤션의 대표곡, 푸가의 대표곡, 프렐류드의 대표곡, 왈츠의 대표곡 등. 대표곡이라 누가 정의한 것은 없지만 인벤션으로 검색하면 상위에 랭크되는 곡, 푸가를 검색하면 맨 먼저 자동 완성되는 곡 등을 대표곡이라고 불러본다. 조금 의심스럽다면 피아노 관련 도서에서 소개하는 작품도 찾아보길 권해본다. 왜 중요한 작품인지를 설명해준 많은 교수님들의 지혜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동영상 링크만으로는 하이든, 드뷔시, 슈베르트 등은 항상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에 밀려 있으니 알고리즘만으로는 절대 노출되기 어려우신 분들이다.


작곡가의 대표곡을 찾아 연습 목록에 올리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작품의 배경 등에 관심이 생기다보면 작곡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찾아볼 수밖에 없기에 여러 작곡가를 두루 알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찾아 보는 방법이다. 어느 장르이든 눈으로 혹은 귀로 보고 배울 수 있겠지만 직접 연습하면서 얻는 공부는 이해의 깊이가 완전 다른 차원이다. 아쉽게도 초보자인 내가 넘보기 어려운 곡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반짝반짝 보석같은 쉬운 곡들도 간혹 섞여 있기 때문에 그 작품들을 찾으러 여기저기 문을 두드린다.


마지막으로 연습과 공부의 즐거움을 계속 이어가려면 소소한 배움의 즐거움을 찾아야하고 그렇다면 과욕은 절대 금물이라는 점을 명심해본다.


keyword
이전 14화속도를 책으로 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