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싸우는 내 안의 '핑계 천재'에게 지지 않는 법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새벽운동을 꽤 오래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날은 아침에 눈을 뜨는게 퍽 괴롭다.
5분단위로 맞춰놓은 알람에 어찌저찌 잠은 깼지만
이불밖으로 한발 짝도 나가기 싫은 날이있다.
억지로 눈을 질끈 감아보지만 잠은 이미 달아났고,
세수를 하러 화장실로 향하는 그 짧은 거리에서부터 내 머릿속 협상이 시작된다.
'아, 오늘 몸이 뻐근한데 하루만 쉴까? 이 몸 상태로는 운동해도 효과 없을 것 같은데.'
그렇게 내면의 프로 핑계 제작꾼이 등장한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멍,
양말을 신으려고 소파에 앉아서도 멍,
운동 짐을 챙기면서도 멍—.
멍때리는 겨우 10초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엄청난 협상이 벌어진다. 유튜브에서 본 '매일 운동보다 휴식이 근성장에 더 좋다'는 토막 상식들이 스트리밍되기 시작한다. 곧 애기 깰 시간인데 어차피 지금 가봤자 얼마나 운동하겠냐는 달콤한 속삭임도 들린다.
그 핑계에 홀딱 넘어가면, 옷까지 다 갈아입고도 "그래, 오늘은 운동 대신 책을 읽자"며 책상에 앉거나, 아예 침대에 발라당 누워 핸드폰만 하다가 시간을 흘려 보낸적도 있다.
그렇게 핑계에 굴복한 날들을 돌이켜보면, 공통점이 있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것. 뭔가 나 자신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이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닌다. 내 자신이 싫어진다.운동뿐만이 아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아, 이거 이래서 안 되는데'
'아, 이거 지금 상황이 안 좋은데'
'이거 지금 하면 효과도 없을 것 같은데'
우리 뇌는 정말 성실하게 핑계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핑계를 무시하고 밀고 나간 선택이 대부분 옳았다. 막연했던 과제도 일단 시작하면 길이 보이고, 그렇게 운동하기 싫었던 아침도 몸이 달아오르면서 어느새 열심히 하게 된다. 작은 성공 경험과 함께 나를 극복했다는 자존감도 덤으로 따라온다.
그런데 인간의 뇌는 왜 이렇게 진화한 걸까? 그냥 하면 되는데 말이다.
아마도 우리 조상들에게는 에너지를 아끼고 위험을 피하려는 본능이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는 오히려 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뇌가 이렇게 핑계를 만들어내는 가운데서도 이를 다 무시하고 결국 그냥 계속하는 것. 요즘 들어 이게 최고의 재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창한 의지력이나 동기부여가 아니라, 그냥 핑계를 흘려보내고 몸을 움직이는 것.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생각보다 어렵고,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끔 핑계에 넘어가는 날이 있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다음 날 다시 시작하는 것, 그리고 핑계보다는 행동을 선택하는 횟수를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다.
결국 인생은 매순간 벌어지는 작은 선택들의 누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