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어쩌다가 저 지경이 되었나.
매미의 최후를 바라보다.
마당 주위에 서있는 꾸지뽕나무 끄트머리와
고 아래 풀숲 사이에
대각선으로 크게 가로질러진
호랑거미 거미줄에
유지매미가 걸렸다.
넓은 공간에 자리 잡고
촘촘하게 쳐둔 거미줄 구석에서
먹이를 기다리고 있던 호랑거미는
공들여 거미줄을 친 보람을 느끼며
매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거미줄에 덜컥 걸려버린 운 나쁜 매미.
조심성 없이 어쩌다 저 지경이 되었을까.
매미 일생을 생각해 보자니
탄탄한 거미줄에 거꾸로 매달려
이젠 움직임조차 없는
매미에게 번뜩 강한 연민이 느껴진다.
5년 7년 아니면 13년 17년
매미는 나무껍질사이 알에서 몇 주 만에 부화하여
땅속으로 기어들어가 성충이 될 때까지
그리도 긴 시간을 보낸다.
5년 7년 아니면 13년 17년.
매미가 땅속에서 지내다
성충이 되어 땅 위로 올라오는 기간은
대충 이렇다 하는데
거미줄에 걸린 저 녀석은
땅속에서 몇 년을 견디다
땅 위로 올라왔을까.
흙속에서 몇 번을 탈피하며
긴 유년기를 보내는 동안에도
성충이 되어 땅 위로 올라
자유롭게 날아갈 날만 인내하며 기다렸을 터다.
땅을 헤집고 나와
나무 위로 기어오른 후
흙을 뒤집어쓴 채로 마지막 탈피를 하기까지
또 인내의 시간.
등껍질이 찢어지고 드디어 온전한 성충이 되어
세상으로 나온 후에도
힘 있고 멋진 날개를 가지기 위해선
온갖 천적의 위험을 피해 가며
쨍한 햇볕과 바람에 날개를 말려야만
아름다운 하늘을 날 수가 있다.
마침내 매미는 우렁찬 목소리로
열정을 폭발시키듯
길게는 한 달 짧게는 몇 주 동안
세상을 향해 운다.
매미는 한 달 동안
열정적인 울음으로 짝을 찾아야 하고
짝짓기를 하여 알을 낳은 후
미련 없이 생애를 마친다
그렇게 살아야 마땅할 매미가
호랑거미줄에 거꾸로 걸려버렸다.
짧지만 화려한 성충의 삶을 위해
흙속에서 몇 번이고 살이 터지는 탈피과정을
인내해 냈고
이제 당당히 성충이 되어 세상에 날아오르다
걸려버린 거미줄.
그 매미는 이제
모든 게 부질없이 끝나버렸다.
매미의 사연을 알 리 없는 거미는
자기 몸통보다도 몇 배는 더 커다란
그 매미에게 다가가
가장 부드러운 연질을 찾아
침을 꽂아 넣고 성대한 식사를 한다.
화려한 세상을 향해 꿈을 키우며
매미가 인내하고 희망하던 시간의 끝이
이리도 허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