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to 6를 무엇으로 채울지에 대한 고민
퇴사 후 입사 전까지 여유가 생기면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서울에 오고 한번도 제대로 쉰적이 없다보니 딱 한달만 쉬고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는데, 막상 퇴사를 하고 보니 일하지 않는 삶이 뭐였는지 까먹은 것 같달까.
오늘도 출근한 친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쉴 수 있을 때 쉬어야지"
나도 아마 그런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문제는 그거다. 쉬는게 뭐였지?어떻게 해야 잘 쉬었다고 만족할 수 있을까?
내 질문을 되받은 친구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30대에게 쉰다는 건,
1.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 멍때리기(씻으면 안됨)
2. 평소에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몰아서 해보기
3. 특별한 장소로 여행가기
4. 평일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을 찾아서 하기 (ex. 호텔 뷔페 런치)
5. 하루종일 게임하기 / PC방 가기
6. 한적한 근교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기
정도로 축약되는데, 쉬는 날이 길어지다 보니 한 사이클(?)은 다 채워버렸다. 문제는 그러고 나니 이 사이클을 다시 돌아야 하는지, 아니면 뭔가 특별한 걸 또 해야하는지 고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서점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데, 서점에 가보면 내 구매욕을 자극하는 요소가 너무나도 많다. 좋아하는 작가가 신간을 냈다거나, 당시에 관심있는 테마나 이슈를 다룬 책이 보였다거나, 심지어 제목이 재미있을 때 조차 그 책을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결과는.. 사놓은 책들은 많은데 시간이 없어(핑계지만) 보지 않은 책들이 집에 쌓여서 이사를 할 때마다 짐이 되고 말았다.
짐을 줄이기 위해 처분을 하려다, 그래도 샀으니 한번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아직 읽지 않은 책, 또 보고싶은 책들을 골라 순서를 정했다. 거기다 최대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책을 볼 장소를 고민했다.
엄마가 들으면 기겁할 얘기다. 집에 책상도 있고 전등도 있는데 왜 책을 나가서 읽냐고? 쉬는 동안 뭐라도 더 하려면, 어딘가로 떠나야 하고 책도 봐야 하니까. 또 떠난 곳에서 효과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 바로 독서니까.
백수가 되자마자 차를 끌고 2주간 전국일주를 떠난 우리 아빠 성격이 어디로 갔겠는가. 마찬가지로 백수가 되자마자 하루에 5시간씩 운동을 하는 우리 엄마 성격은 또 어디로 갔겠는가. 그 둘의 성격이 믹스된 내가 놀러가서 책을 보면서 산책도 하면서 노래도 들으면서.. 뭐라도 하루를 알차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게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다 오늘 새로 생긴 고민, 다음 회사로의 입사가 보름정도 남은 이 시점에 해외여행 한번 더 갔다 올까?
사실은 캄보디아를 가고 싶었는데 (고등학생때부터 가고싶었는데, 이상하게 아직까지도 못갔다) 당장 떠날 수 있는 패키지가 없다. 여행에도 보태보태병이 있는지, 3박4일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던 일정이 늘고 늘어 7박9일의 동유럽 여행으로까지 커졌다. 이걸 결제 해 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