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삶아야 삶

by Rooney Kim


감자를 제대로 삶으려면 적당한 고온에서

적정 시간 동안 그대로 두어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동안은 보채거나 칭얼대지 말고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늦가을에 말라비틀어진 곶감이나 서너 개 먹고

따뜻한 차 한 잔에 수다나 한바탕 떨다


‘아 맞다. 감자!’


혼비백산 달려가 뚜껑을 살짝 열어 젓가락으로

찔러보면 감자는 잘 익고 있다

뜨겁고 숨 막히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열에 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감자는 익는다

잘 삶아져 제대로 익은 감자는 더 이상 땅속의

차갑고 단단한 녀석이 아닌 뜨겁지만 부드러운

든든한 한 끼로 변한다

삶도 비슷하다

제대로 삶았는지와 제대로 살았는가는 같은 말


너무 큰 고통에 장작을 덜 때거나

가스레인지의 불을 줄여버리면 감자는 덜 익는다
덜 익은 감자는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충분히 익으면 불은 꺼진다

감자는 잘 익었고 배가 불러 터지도록,

질릴 때까지 감자를 먹을 수 있다


충분히 잘 삶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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