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이 필 무렵 6부 시즌 1 마지막화

인연은 이어지고

by Rooney Kim


다음 날, 중방 스님은 선준과 행장이가 떠나기 전, 부엌에서 감자를 몇 개 내어왔다. 선준은 한사코 거절했지만 행장이를 위해서라도 가져 가라고 당부했다. 선준은 다시 구미호가 있던 집으로 찾아가 자신의 어머니인 청임을 만나 안부를 묻고, 소천의 유골함을 찾아 아버지의 넋을 기리며 복수를 해야 했다. 때문에, 선준은 행장이와 함께 오십 리도 넘는 길을 다시 걸어가야 했다. 오는 길엔 복수에 대한 분노만으로 가득차 달려왔지만, 다시 돌아가는 길은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토록 따랐던 소천 스님이 자신의 아버지였다는 점과 이제는 소천 스님이 아닌, 아버지의 복수를 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아예 생각지도 못했던 자신의 어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인지 분노와 설렘이 뒤섞인 묘한 감정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 된 윤대감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오르다가도, 알고 보니 그가 자신의 외증조부 할아버지였다는 사실에 갑자기 모든 것이 정지되는 듯 정신이 아득해져 오기도 했다. 현실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복수는 해야 하는데 그 복수의 대상이 자신의 어머니의 할아버지인 것이다. 그런데 그분의 아들(어머니의 아버지) 때문에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별했고 자신은 고아가 되었으며, 또, 아버지인 줄도 모른 채 아버지와 살았으며, 어머니는 잃어버린 아들인 자신을 찾다 죽어 구미호가 되었으니, 이 억울하고 기구한 운명을 어찌해야 할지 갑자기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외증조부 할아버지는 이미 악령이 되어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괴롭히는 악의 화신이 되었지만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선뜻 주먹이 쥐어지지 않았다. 순간, 자신의 옆으로 부지런히 걸으며 따라오는 행장이를 보았다. 행장이의 부모와 가족들 역시 윤대감 악령 일당의 짓으로 모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 증조부 할아버지의 악령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까지 죽어나갔고, 행장이를 고아로 만든 것이다. 선준은 마침내 정신이 번쩍들었다. 복수의 이유는 다시 확고해진 셈이다. 행장이네 가족의 죽음에 선준도 죄책감을 느꼈다. 이 사실을 알리 없는 행장이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자야, 힘들지 않니? 시각이 벌써 신시구나. 정선사에서 나올 때 중방 스님이 감자를 좀 챙겨주셨단다. 이거 먹으렴.”

“우와, 삶은 감자구만요. 아재는요?”

“나는 괜찮다. 네가 다 먹거라.”

“아니당가요. 왜 아재는 어제 구미호 아지매가 차려준 진수성찬도 안 자시고, 아무것도 안 드시는교? 감자 하나는 아재꺼요. 지 혼자 먹어야 하면 지도 안먹을란다요.”

선준은 평소보다 조금 더 강경한 행장이의 모습에 웃음도 났지만 이토록 자신을 챙겨주니 묘하게 든든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선준과 행장의 삶에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은 둘 밖에 없었다. 이제는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된 것이다. 함께 감자를 나눠먹은 둘은 서둘러 산을 내려가기 위해 대나무 숲을 지나가기로 했다. 이미 해가 저물어가는 산속의 대나무 숲은 유난히 더 어두웠다. 대낮에도 원체 햇빛이 들이치지 않아 항상 을씨년스러워 유난히 잡귀신들이 자주 머무는 곳이 대나무 숲이다.

“아재, 그라믄 우리 지금 다시 구미호 아지매 집으로 가는 것이당가요?”

“그렇단다.”

“오매, 그라믄 또 진수성찬을 먹을 수 있을란가요?”

“기대하지 말거라.”

선준은 웃으며 답했고 행장이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선준이는 이유를 묻지 않는 행장이가 신통하고 대견했고, 행장이도 어딜 가든 선준과 함께라면 든든했다. 둘은 밤이 되기 전 다시 구미호의 집에 당도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선준의 왼쪽 조금 뒤편으로 다섯 길쯤 떨어진 곳에 들릴락 말락한 발소리가 대나무 잎을 살금살금 밟으며 둘을 따라오고 있었다. 곧 보따리 속의 일령이 바르르 떨며 희미한 노란빛을 내뿜었다. 이를 모를리 없는 선준은 왼편을 슬쩍 곁눈질로 돌아본 뒤에 보따리에 손을 넣어 일령을 꺼내 움켜쥐었다. 일순간에 석자 길이의 진노란 칼이 번개처럼 솟아났다. 행장이는 여전히 일령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둘을 쫓던 것은 하나가 아니었다. 선준 왼편의 시커먼 얼굴을 한 사내 외에도 갑자기 서른 명도 넘는 사내들이 땅속과 대나무들 사이에서 연기처럼 빠져나오더니 순식간에 둘을 에워싼 것이다. 일령에 정신이 팔렸던 행장이도 겁에 질려 선준의 두루마기를 잡고 섰다. 선준은 일령을 더 움켜쥐었고, 이윽고 일령의 진노란 불길 칼날은 다섯 자로 늘어났다.

“왠 놈들이냐. 우리는 갈길이 머니 험한 꼴을 당하기 싫거든 썩 물러나거라.”

선준이 이들을 제압하려 먼저 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왔다. 처음엔 산적들이라고 생각했던 선준이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그들의 가까이로 일령을 가져가 일령의 불빛에 비쳐 그들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


‘산 자와 죽은 자들이 섞여 있구나. 이미 산 자도 제대로 산 자가 아니야. 잡귀들이지만 수가 너무 많아. 행장이도 있으니 마음껏 싸우기도 힘들 터. 이를 어찌한다.’


순간, 선준의 뒤에 있던 덩치가 산만한 녀석 둘이 행장이를 번쩍 들어서 달아났다. 이에 놀란, 선준은 잽싸게 돌아 주변의 작은 잡귀들을 베어내고는 행장이를 구하기위해 달려갔다. 몇몇 건장한 잡귀들이 높이 뛰어올라 선준을 덮치려했지만 선준은 현란한 칼솜씨로 녀석들을 두 동강, 세동강 내며 대나무 숲을 따라 뛰어올라갔다. 하지만 덩치가 큰 녀석들은 오르막 길에서도 어찌나 빠른지 당최 따라 잡히지가 않았다.

‘헉헉, 이대로는 안돼. 행장이가.. 행장이를 구해야 해.’

하지만 갑자기 뒤편에서 열명도 넘는 잡귀들이 날아올라 선준을 덮쳤고 그중 몇을 베어내기도 했지만 끝내 사로 잡히고 말았다.

“일령 광!”

순식간에 대낮과 같은 밝은 빛이 반경 열 길로 뻗어나가자 선준을 덮치고 있던 사람 형상의 잡귀들이 파스스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지며 재가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그 뒤로 여전히 수 십의 잡귀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수많은 악귀를 축사한 그지만, 그런 모습을 볼 때 소름이 끼치는 건 여전했다.

“일령 활!”

순간 일령의 칼이 수십 개로 나뉘더니 마치 활처럼 쏜살같이 날아가 달려오는 잡귀들이 머리와 가슴에 꽂혔다. 대부분의 잡귀는 이와 동시에 소실되듯 사라졌지만 몇몇은 이를 무시하고 달려왔다. 선준이 자주 봤던 일반적인 지박령은 아니었다. 필시 무슨 사연이나 이유가 있는 녀석들이었다. 멀리서 행장이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행장이는 분명 벗어나려고 난리를 치고 있을 테다.

‘행장이를 구해야 해.’

선준은 뒤편에서 달려오는 잡귀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달려 나가려는데, 순간 엄청난 바람이 불어와 선준을 포함한 모든 잡귀들이 몇 길이나 뒤로 날아가 버렸다. 근처 대나무에 걸려 바닥에 주저앉은 선준은 일령을 땅에 박고 바람을 버텼다. 도대체 이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앞을 보려 했지만 오히려 바람에 선준의 갓이 날아가고 말았다.

‘뭐.. 뭐지 저건.. 설마’

선준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선준의 눈앞에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신귀사에서 봤던 대왕 도깨비였다. 대왕 도깨비가 멀리서부터 입김을 불며 주변의 잡귀들을 날려버리며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행장이를 납치했던 덩치 큰 두 녀석은 대왕도깨비의 왼손에 주렁주렁들려왔는데, 대왕도깨비는 그마저도 귀찮다는듯 그것들을 일순간에 왼편으로 던져버렸다. 둘은 적어도 일 리 밖으로는 간 듯 대나무 숲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더 놀라운 것은 대왕 도깨비의 오른손 위에 행장이가 앉아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행장이의 표정은 아주 온화했다.

“자.. 자야, 괜찮은 것이냐?”

여전히 강한 바람에 버티며 일령을 붙들고 바닥에 앉아있던 선준 곁으로 대왕 도깨비가 오자마자 거짓말처럼 바람이 그쳤고, 주변에 득실거리던 모든 잡귀들이 일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아재, 이 도깨비가 저를 구해줬당게요. 이 도깨비는 착한 도깨비라요.”

“그..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선준은 일령을 빼들고 오른손에 쥐었다. 실제 자신이 만난 도깨비들도 대왕 도깨비를 본 적은 없다고들 했다. 그만큼 도깨비 세계에서도 만나기 힘든 수수께끼에 싸인 녀석이었다. 이윽고 행장이가 대왕 도깨비의 손에서 내려왔고 선준은 행장이의 몸상태를 여기저기 살폈다. 그리고 대왕 도깨비는 가만히 서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선비는 듣거라.’

행장이의 몸을 살피던 선준은 자신에게만 들리는 듯한 음성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대왕 도깨비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걸로 보아 마음속으로 말을 거는 듯했다. 영의 세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 선준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도깨비를 올려다보았다.


‘지금처럼 행장이를 잘 보살펴라. 네 기구한 운명처럼 이 아이도 쉽지 않은 운명을 타고났지. 하지만 너도, 이 아이도, 결국 많은 선을 이룰 것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가.’
선준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가 곧 나이고, 내가 곧 이 아이다. 명심하거라.’


선준은 놀란 눈을 한 채로 대왕 도깨비와 행장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둘의 대화를 알리 없는 행장이가 궁금한 표정을 하며 선준을 쳐다보았다.

“아재, 와그라요? 이 도깨비 좋은 도깨빈디.”

“어.. 그, 그래 맞아. 좋은 도깨비구나.”

이윽고, 대왕 도깨비가 말을 걸었다.

“둘은 다시 그 집으로 가느냐?”

선준은 대왕 도깨비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놀랐다가도 도깨비가 모를 일이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렇소만.”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내가 편법을 좀 쓰겠네. 자, 내가 길을 단축시켜놓았으니 일각 내로 이 대숲을 빠져나가게. 그럼 바로, 그 여인의 집으로 가는 언덕이 나올 걸세. 명심해. 일각 내로 대숲만 빠져나가야 해. 안 그럼 다시 이 십리는 더 가야 할 테니. 껄껄껄.”

이 말을 마치자마자 십 척이 넘는 대왕 도깨비는 깜쪽같이 사라졌다. 선준과 행장이는 놀랄 틈도 없이 대왕 도깨비의 말대로 뛰다시피 대숲을 따라 내려갔다. 하지만, 이미 날이 너무 어두워 생각만큼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아재, 아재, 저 앞에 끝이 보이는디, 아재도 보인당가요?”

행장이는 왠지 신나 보였다. 하긴 그렇게 큰 도깨비가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었으니 특별한 기분이 들 법도 했다. 둘은 곧 대나무 숲을 빠져나왔고 거짓말처럼 구미호 여인의 집 근처 언덕으로 빠져나왔다. 이건 도대체 무슨 도법을 행한 것이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대나무 숲은 온데간데없고 사흘 전 둘이 밤길을 걸어 구미호 여인과 마주쳤던 산길이 보일 뿐이었다. 둘은 너무나도 신기해 순간 말문이 막혔다.

‘과연, 대왕 도깨비의 말이 맞구나.. 일종의 축지법을 행했구려.’

“아재, 그라믄 구미호네 집으로 가는 거 맞지라? 오늘 저녁도 맛있는 거 해주시면 참말로 좋을텐디. 헤헤”

다시보니 행장이가 신난 이유는 대왕 도깨비랑 친해져서라기 보다 구미호의 저녁 식사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둘은 곧 고개를 넘어 구미호의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멀리서부터 집의 윤곽이 조금 낯설었다. 분명 굉장히 깨끗하게 잘 정돈이 된 집이었는데 멀리서 보이는 집은 군데군데 뚫린 초가지붕의 구멍은 물론이요, 관리가 안된 마당은 여기저기 잡초가 무성했고, 안방과 별채의 문창살은 다 떨어져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아재.. 이거 뭐인교..”

“자야, 잠시만 예 있거라.”

선준은 한 길 정도 뒤에 두고 안채로 뛰어 들어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깔끔했던 방은 온데간데없고 구석구석 늘어진 거미줄과 낡아 떨어질듯한 서까래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부엌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진수성찬을 만들어냈던 부엌이라고 하기엔 식기류는커녕 제대로 된 주방 도구 하나 없었다. 부엌문으로 행장이가 들어와서는 깜짝 놀란 표정을 하며 연신 탄성을 자아냈다.

“아재, 아재.”

“왜 그러느냐.”

“우리 정말 구미호한테 단단히 홀렸었던 거 아인교?”

행장이의 말을 들은 선준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그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부엌 뒤편에 인기척이 느껴진 선준은 곧장 부엌 뒷문을 통해 뒷마당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구석에는 닭을 잡은 흔적과 함께 닭털들이 널려있는 걸로 보아, 필시, 이 집에서 뭔가 먹긴 먹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아재, 아재, 와그라는교, 왜 무섭게 혼자.. 어?”

선준을 따라 부엌 뒷문으로 나온 행장이가 부엌 문의 잠금 틀에 꽂혀있는 서간을 발견했다.

“아재, 이거..”

선준은 곧장 서간을 펼쳐보았다. 그 글을 읽은 선준은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동시에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눈빛을 숨길 수는 없었다.


“아들아, 잘 버티고 자라주어 고맙구나. 내 죽어서 너를 보았지만, 덕분에 평생의 한을 풀고 이승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단다. 네 아비의 유골은 충청도의 성주사에 있을 것이다. 이제는 원수가 된 네 외증조부 할애비의 악령도 필시 그 근방에 머물며 숱한 백성들을 홀리며 악행을 저지르고 있을게다. 부끄럽고 미안하구나. 어서, 가거라, 가서 아버지를 찾고, 원수를.. 갚거라.”


선준은 한동안 말없이 행장이를 등지고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동안의 서러움에 눈물이 차올랐지만 다시는 행장이 앞에서 울지 않기로 다짐한 그였다.

“아재, 서간에 뭐라고 써있는교? 예? 뭔데 그라는디요? 아재..”

선준은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행장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야, 내 너를 평생 돌보며 살겠다. 너도 나랑 같이 계속 지내고 싶으냐?”

선준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었지만 확신과 책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뜩이나 선준이를 따르는 행장이가 그런 얼굴을 한 선준의 제의를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아재, 이제 지한테도 가족은 아재 뿐인교.. 지는 얼른 커서 아재를 도와서 그.. 축귀인가 그걸 하고 싶은디요..”

“그냥 나랑 같이 있으면 된다. 앞으로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구나. 많이 위험하겠지만 내가 지켜주마.”

선준은 행장이를 안아주었다. 선준은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짊어져야 할 업보라고 생각했지만, 그 와중에도 선준은 행장이가 자신에게 주어진 큰 선물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기가 막힌 삶 속에서도 반드시 이 난관을 돌파해야 할 아주 감사한 이유와 인연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선준과 행장이는 낡은 초가집에서 추위를 피해 하룻밤을 겨우 지새듯이 자다, 이튿날 새벽같이 일어났다.

“자야, 충청도로 가자꾸나. 갈 길이 머니, 마음 단단히 먹거라.”

“아재, 걱정 붙들어 매시요. 지는 아재만 따라 갈랑게요.”

둘은 서둘러 고개를 넘어갔다.


둘이 떠난 후, 일각도 채 지나기 전에 둘이 묶었던 낡은 초가집은 연기와 함께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공터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 공터에는 간밤에 내린 첫서리가 눈꽃으로 피어나 반짝이고 있었다.


눈꽃이 필 무렵 시즌 1 끝-

시즌 2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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