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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Oct 04. 2024

직장인의 탄생

사회적으로 용인된 일정 수준의 학업을 마치고 나면 누구나 자신의 삶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시간이 다가온다. 성인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논하는 책임은 지극히 보수적이고 현실적인 개념이다. 즉, 알아서 먹고, 씻고, 자고, 입을 수 있는 능력, 바로, 돈 버는 것을 말한다.


직장은 돈을 버는 곳이다.


다양한 목적과 이유가 있겠지만, 이토록 명확한 해답은 없다. 자기 계발, 만족, 성취감.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당장 이 달의 급여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하더라도 다른 훌륭한 이유들을 대변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많은 도전과 방해물을 이겨내야 하는 이 시대의 직장인들은 이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응원, 책임, 위로, 휴식과 같은 동병상련의 메시지로 서로에게 공감과 지지를 구한다. 즉, 살 길을 찾는 것이다.


생존의 수단


현대의 직장은 과거의 비해 세련되고 따뜻하게 포장되었지만, 직장이 가지는 목적의 명확성과 그 안에서 시시각각 벌어지는 신뢰의 와해와 오해의 남발, 갈등의 포진과 해탈의 극치는 여전히 새로운 세대의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한 직장을 선택했다.


즉, 직장인은 자영업자나 사업(스타트업)이 아닌, 누군가의 목표를 위해 설립된 사적인 혹은 공적인 조직으로 들어가 절대 소수가 결정한 비전과 방향성에 맞춘 목표의 달성을 위해 움직이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리고 그 합의의 대가로 우리는 안정된 급여, 다양한 복지, 사회적 제도의 보장을 위한 근간 유지 등을 보장받았다.


물론, 이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절대 소수가 납득하거나 인정할 만한 충분한 결과를 가져왔을 때로 한정된다.


산업혁명 이후,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직장생활과 직장인은 꾸준히 버전을 업그레이드해 왔다. 따라서, 새로운 세대는 언제나 구세대와 부딪혔다. 그리고 새로운 갈등과 대립은 또 새로운 규율과 개선된 환경을 낳아왔다. 즉, 모순적이게도 다툼이 있어야 논의가 생기고, 논의가 있어야 버전업이 가능했던 것이다.


직장의 시대


인류는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지금까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종을 유지해 왔다.


자연환경과 맹수들의 위협으로부터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지낼 곳을 찾고 지키며 서로 단합하던 선사시대 절대생존의 시기를 거친 후, 수렵과 채집 등을 통해 무리 집단과 주변인들과의 연대라는 공동체 속의 질서가 생존을 결정하던 시대를 지나, 씨족, 즉, 가족이 근간이 되는 농경시대로 진입하며, 집안 어른들과 이웃을 잘 살피는 것이 생존의 핵심이던 시절을 보냈다.


한국에서는 근대 후, 70년대부터 수직적으로 성장한 산업화가 시작되었다. 소위, 일면식도 없던 사람과 갑자기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위해 달리는 ‘직장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전체주의로 대변되는 직장은 대표의 역할과 권위가 절대적이다. 따라서, 회사는 대표의 철학, 비전, 계획 그리고 결정에 따라 움직인다. 이를 서포트하기 위한 상급 및 중간 직급자들인 임원, 팀장 역시 대표의 결정에 따라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지휘 아래 크고 작은 성과를 내야 하는 팀원들 역시 이들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맞다. 대표를 제외한 모두가 ‘직장인’이다.


그런데 여기서 집단과 개인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 우리 집에서 난 이런 대우를 받는데,

• 우리 부모님도 나에게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는데,

• 분명 내가 생각할 때 이건 올바른 방향이 아닌데,

• 내 의견을 내라고 해서 냈더니 묵살만 당하는데,

• 원치 않는 일도 이를 무시하면 불이익을 당할 텐데.


그래도 별 수 없다. 이 길은 당신이 선택한 길이다. 불만이 있다면 다른 길을 가거나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빛과 그림자


과거, 목적을 위한 수단의 행위 과정이 씨족 중심이었다면, 산업화를 거쳐 현대화된 지금, 목적을 위한 수단의 과정은 특정 이익집단의 리더가 중심이다. 즉, 자신이 속한 회사, 단체의 수장이 이끄는 방향대로, 자신이 맡은 역할을 다하는 것이 직장인이라는 뜻이다.


당연하면서도 재미있는 사실은 가족에 의한 일도, 타인의 목표에 따르는 일도, 모두 하나의 목표, '나와 가족이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결론에 수렴된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때론 억울하고, 때론 분통이 터지겠지만, 그게 바로 당신이 직장을 선택한 대가로 따르는 임무 중 하나다. 힘든 날만 있는 게 아니다. 어쨌거나 직장인은 휴일과 휴가를 누리고, 어떤 달은 쉬이 월급을 받기도 하며, 또 어떨 때는 직장 동료의 성과에 묻어가 무임승차의 이점을 누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기업의 대표가 짊어질 투자, 매출, 급여, 회사 운영 및 시장에서의 경쟁, 결정 등 수많은 책임에서도 자유롭다. 직장인이 누릴 수 있는 합리적인 베네핏 역시 많다는 말이다.


혹자는 직장인의 삶은 인생에서 자기 주도성을 잃는다고 하지만, 어떤 이들은 직장인이야말로 엄청난 책임감에 따른 고통 없이 가족과 자신의 삶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도 한다.


집단을 위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만으로, 생이 끝날 때까지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영속성이라는 안전한 매력 덕분에 직장인은 끊임없이 태어난다.


어딜가나, 무얼 선택하든 명암은 존재한다. 그러니 기왕 직장인이된 이상, 제대로 즐겨보자.


참고로 ‘내가 아니면 이 회사는 큰일이 난다?’는 귀엽고 깜찍한 걱정은 접어두길. 어차피 그 자리는 또 다른 능력 있는 직장인이 메우며 사회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생명을 연장해 나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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