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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ney Kim Nov 19. 2024

직장인의 워라밸 1

워라밸이라는 말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회사 대표가 그랬고 앞으로도 다수의 대표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직원일 때는 워라밸을 외치다가 임원 또는 대표가 되면 또 그렇게 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흐름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자리는 역할과 책임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주식회사들은 주주의 이익, 즉, 낱개의 주식을 보유한 대다수의 개미들보다는 인사권한이라는 영향력을 가진 대주주로 구성된 이사회의 의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표라는 자리의 책임, 즉, 끝없는 매출 향상의 우상향 평준화를 이뤄내야 하는 미션 때문 에라도 직원들을 그렇게 쉴 새 없이 쪼아대는 것이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보자.


나도 한 때 잠깐이나마 대표였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는 팀장이었다. 회사의 사정이라는 것은 뻔하다. 영업이 잘되어 매출이 상승하거나 투자한 사업, 기업에서 꾸준한 수입이 들어오면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 그게 바로 회사가 바라는 속내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롤러코스터다.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하지만 잘될 때는 잘되기 때문에 영업이익을 사내유보해야 하고 안될 때는 안되기 때문에 연봉을 동결하거나 보너스를 삭감하는 게 대표의 심리다. 그럼 직원들은 언제 자신들의 노고에 대한 과실을 맛볼까.


게다가 회사 지출의 상당 부분은 임원진의 결정에서 비롯된다. 수억, 수십억의 투자는 대표의 결정이다. 이로 인해 투자금이 손실되고 바닥나기도 한다. 이 경우, 회사의 대주주인 대표라면 회사를 살리기 위해 개인 투자를 받고 개인 비용까지 투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직원들의 임금 동결이나 사내 복지 대폭 축소 그리고 결국 권고사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작은 스타트업의 월 간식 복지 비용이 30만 원이라고 가정하자. 1년은 360만 원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소비용에 속하는 고정지출비다. 하지만 대표의 편향된 결정에 의한 파트너십 투자비 5억, 프로젝트 개발비 10억은 ‘회사의 명운’이 달린 결정이란 명목으로 독단적으로 이뤄진다. 물론, 그게 대표의 권한이고 역할이다. 문제는 이런 큰 액수의 투자들은 주로 실패하거나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포인트는 회사는, 특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같은 작은 규모의 조직은 직원들의 복지 비용으로 망하기보다는 대표의 판단으로 인해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큰 비용이 들어간 투자를 중단하기보다는 우선, 월 30만 원의 복지비용부터 중단하고 직원들의 급여부터 손본다는 점이다.


바로, ‘매몰비용’ 때문이다.


'이미 절반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거나 ‘지금 프로젝트를 포기하기엔 아깝다 혹은 그래도 끝까지 해보고 결정하자’와 같은 대표, 경영진의 매몰비용 때문에 직원들의 이익과 워라밸이 흔들린다.


워라밸은 정말 기업의 발전에 저해될까


배경 설명이 길어졌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워라밸을 설명하기에 앞서 적어도 이 정도의 구조적인 결점과 사례에 대한 설명은 필요하다. 그래야 왜 현실의 워라밸이 쉽지 않은지, 그럼에도 왜 워라밸이 중요한지 그리고 워라밸이 어떻게 장기적으로 회사와 직원의 건강 모두를 챙길 수 있는지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사실 산업혁명 이후로 인간의 삶은 노동으로부터 대부분 해방되었다고 한다. 하루 2~3시간만 근무해도 세상은 돌아가게 설계되었지만 자본주의의 특징인 ‘경쟁, 지배율, 독점’ 등 인간의 욕심과 생존 본능은 오히려 인간의 삶을 더욱 바쁘고 숨 막히게 만들었다. 일을 덜해도 되는 세상이 열렸지만, 오히려 더 많이 시키게 되었다는 말이다.


일정 부분에서는 맞는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빠르게 성장하고 더 많이 벌어야 더 평안한 미래가 보장된다. 경쟁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당한 근무시간, 열정보다는 안정, 성장보다는 보장과 같은 유토피아적인 관점은 지양된다. 오히려 더 많이 일하고, 더 집중해서 일하며, 끝없는 고성장만이 기업의 살 길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현시대의 기업 대표가 바로 일론 머스크다.


일론은 아마도 워라밸을 가장 싫어하는 대표가 아닐까 싶다. 그는 가장 똑똑하고 젊은 친구들을 모집해 주 80시간 이상 근무를 강요하고 필요하고 주말이든 집에서든 일하길 원한다. 그런 고 몰입을 통해서만 특이점과 같은 기적의 변화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더 이상 낙관적인 미래가 없는 지구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는 길.

화성의 테라포밍 또는 다른 행성을 찾아 인류를 끝없이 살아가게 하는 방법.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할 수 없는 일을 할 사람.


일론은 자신만이 이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직장에서의 평안함은 사치를 넘어 죄악시된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개인의 삶은 무시되고 따라서 직원들의 희생은 필요악이다.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는 것, 그리고 그 누군가는 인류 최고의 지성과 천재성을 갖춘 사람들이라는 감투와 그 위대한 업적의 일원이라는 명예 아래 자발적으로 이 잔혹한 아레나에 뛰어든다.


아마도 일론은 성공할 것이다. 희생 없는 발전은 없을 테니 그는 답을 찾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는 실은 인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인간의 삶과 발전을 위한다면 화성 이주나 새로운 행성을 찾는 것은 주 80시간 이상 근무가 아니라도 가능할 수 있다.


그게 무슨 방법이냐고?


바로 워라밸이다.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 워라밸


일부는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대다수는 그래도 워라밸을 지키면서는 혁신을 이루기는 힘들다고 생각할 테다. 하지만 나는 워라밸의 힘을 믿는다. 특이점의 도래든, 프로젝트의 성공이든 결국 이를 해내는 건 직원들이다. 자동차의 부품들이 낡지 않고 잘 관리되어야 자동차가 끝까지 도달하듯, 회사의 직원들이 건강해야 평범한 일도, 뛰어난 아이디어도 나오고 또 이를 수행한다.


놀랍게도 모든 뛰어난 아이디어는 업무 압박이나 강압적인 스케줄이나 리더의 독단적인 강요에 의해서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산책을 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가, 시원하게 샤워를 하다가, 무념무상으로 TV를 보다가, 영감이 넘치는 책을 읽다가, 가족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리고 쇼핑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기점이 된 경우가 훨씬 많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때 ‘세상을 바꿀 특이점’의 아이디어도 더 빨리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마치,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치며 부피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처럼 말이다.


압박 업무는 아마도 대부분의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할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집단의 건강은 순식간에 파괴되고 직원들은 금방 또 다른 우수한 직원들로 대체된다. 그런데 이런 루틴과 사이클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결국 장기적인 관점이다. 워라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원과 기업의 성장을 돕는다.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 더 빠른 성장이 튀어나올 수 있다.


아, 무임승차하거나 안주하며 이런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냐고?


그런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어느 조직에서든 존재한다. 우리는 다수의 건강과 소수의 아이디어에 집중하면 그만이다. 워라밸은 강력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악용하는 자도, 여기서 성과를 내는 자도 결국 소수다. 하지만 조직의 대다수는 건강하다. 그리고 그게 포인트다.


대다수가 속한 조직이 버텨야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워라밸 역시 조직의 건강을 이뤄 뛰어난 소수가 회사를 먹여 살리는 방안이다. 결과적으로는 건강한 조직 전체가 회사에 기여를 한다. 또 다른 소수가 시스템을 악용할 것이라는 문제로 이를 멀리하지 않길 바란다. 대다수가 지켜나갈 조직 전체의 균형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된다.


우리 조상들은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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