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장에서 평생 혹은 적어도 10년 이상 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이직을 몇 번 한 뒤 정말 좋은 회사를 찾았다면 오래도록 다닐 수 있겠지만 그런 회사를 찾는 건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퇴사는 결국 초심을 잃었기에 이뤄진다. 초심이라고 무조건 옳거나 좋은 건 아니다. 내 기준은 때에 따라,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초심을 지킨다는 건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일 뿐, 내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퇴사의 시그널은 항상 잠재되어 있다.
직장인들은 보통 3년, 5년, 7년, 10년을 주기로 ‘아 x 퇴사할까’하는 마음을 가진다고 한다. 이유인즉, 나보다 일도 적게 하는 것 같고, 일도 잘 모르는 것 같고, 업무 분장도 제멋대로 하는 것 같은 상사들이 자기보다 더 잘 벌고, 더 잘 나가는 모습에 화가 나는 것이 첫째요. 당최, 회사 일은 자기가 다하는 것 같고, 자기가 제일 중요한 사람 같은데 아무도 자신을 그리 여기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둘째, 그리고 또라이 보존법칙에 따른 또라이의 존재와 불합리한 연봉 및 보상이 셋째다.
아직 이를 모르든, 겪는 중이든 혹은 이미 여러 번 겪어 해탈한 사람이든 어쨌거나 위 말에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원래 자기중심적으로 자신의 시야와 정보 내에서 상황을 판단하니까.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이 좋아서 혹은 드물게 상사나 팀장이 좋아서 혹은 그래도 대기업이니까, 연봉이 높으니까’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버티다가도 결국 끝까지 부여잡고 있는 손을 놓게 만드는 단 하나의 이유가 생기면 직장인은 곧바로 퇴사를 위한 이직 준비에 돌입한다.
이미 퇴사를 마음먹었다면 팀장이 붙잡아도 대표가 사정해도 그 마음은 변할 수 없다.
퇴사와 이직은 마치 연애와 같아서 한 번 마음이 뜨면 좀처럼 가라앉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직장보다 좋은, 즉 엑스보다 훨씬 매력적인 애인이 나타났는데 굳이 엑스로 다시 돌아갈 이유는 없지 않나.
사람마다 퇴사하고 이직하는 방법과 시기가 다 다르기에 매끄럽게 퇴사하고 부드럽게 이직하는 하나의 방법은 없다. 나의 경우에는 금요일에 퇴사하고 그 담주 월요일에 출근하는 이직 방법을 주로 택했기에 공백 없이 커리어를 이어가는 걸 선호하는 반면, 적어도 한 달은 쉬면서 여행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며 사생활의 에너지를 채우는 방법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뭐가 더 옳은 건 없다. 이는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자 선택일 뿐 모든 퇴사는 아름다운 결정이고 모든 이직은 용감한 도전이며 모든 재직자들은 치열한 전사들이다.
따라서, 퇴사를 결심했다면 더 이상의 외적인 걱정은 그만두길 바란다.
‘내가 없으면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하지?’
‘내가 없으면 당장 팀원들이나 팀장님이 내 일을 떠맡아야 할 텐데 미안해서 어떡하지?’
‘파트너사 담당자 커뮤니케이션이랑 업무 프로세스는 나만 아는데 회사가 무너지면 어떡하지?’
만약 퇴사를 앞두고 여전히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너무나도 귀여운 사람이다. 내가 팀장이거나 대표라면 고마운 마음으로 용돈이라도 쥐어주고 보내주고 싶을 정도다. 그 말인즉슨, 그럴 필요 없다는 말이다. 그저 자신을 향하는 내적인 고민만 하길. 왜냐하면 앞으로도 그럴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이제는 새로운 삶을 위해 준비를 할 시간이다. 오롯이 당신 자신만 생각하며 자신의 이익과 안위에 집중할 시간이다. 평생에 걸친 직장생활, 사회생활의 중간중간 간간이 찾아오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하길 바란다. 그게 며칠이든 한두 달이든 상관없다.
이참에 뒤도 한 번 돌아보고 주변도 살펴보길 바란다.
직장인으로 살며, KPI에 쫓기며,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동안 놓치고 있었던 가족들의 사소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친구들의 투정을 받아넘기며 미루고 미뤘던 취미 활동도 시작해 보길.
자신의 얼굴이 어떻게 변했는지, 방은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일상은 어땠는지 다시 잘 돌아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