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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동 Mar 20. 2024

각자 알아서 살자고?

우리는 각자 회사에서 일하던 걸 접고 40대 부부가 그러하 듯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돈도 절약할 겸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돕기로 했는데

시간 관리가 잘 되지 않는 나에겐 일들이 점점 벅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솔직히 내 눈에는 자기 딴에는 30~40분이면 해치울 수 있는 일들을 나에게 맡겼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일을 해보지 않은 나에겐 하나 일을 처리하는데 하루가 꼬박 걸렸고 

6개월 즈음이 지난 지금도 2시간 내에 1개를 처리하는 것도 겨우겨우다.

그래서 3월까지만 하고 더 잘하고 빠른 사람들에게 맡기는 게 낫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무엇보다도 난 책 읽으며 마음을 다독이는 사람인데 책 읽을 시간 조차 없는 일상이 나에겐 너무 힘들었다.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아무래도 내가 일을 하는 게 느려서 크몽에 보니까 이 일을 대신하면 건당 15000원 정도던데 그것만이라도 좀 맡겨보면 어때? 난 시간을 좀 벌어야 할 것 같아. 우선은 3월까지는 내가 해보는데까진 해볼텐데 그 이후엔 좀 생각해보면 좋겠어."

"3월까지만 하겠다고?"

"내가 요즘 시간이 너무 없어. 애들 공부도 하나도 못봐주고 나 책 읽을 시간도 없어. 내가 모든 것을 다 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해."

"자기가 너무 오래 걸리는거야. 비교하면 안되겠지만 6개월 정도 했으면 40분 내에는 해내야지. 내가 지금 해도 30분이면 끝나."

"그러니까, 당신은 잘 하니까 그런거고 난 최대한 해내도 1시간이 걸리는데 하루에 4개 맡게되면 나혼자 너무 벅차. 자기는 내가 자기 회사갈 때 밥도 잘 챙겨줬으면 좋겠고 집도 잘 정리되었으면 좋겠고 애들도 알아서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고 하잖아. 나보고 동화책도 빨리 쓰라며. 난 도무지 이것들을 다 해 낼 시간이 안난다니까."

"아침도 내가 해서 먹고 나가고 애들 밥도 내가 챙겨주고 정리 안해놨다고 내가 언제 머라고 한 적 있어?"

"없지 없는데 내가 눈치가 보이지 나 내가 할 일인데 안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난다니까?"

"그건 자기가 그냥 눈치를 보는거잖아. 아무도 머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 자기 문제를 가지고 왜 나한테 그래?"

"머라고 하는게 아니라 그저 내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나도 내내 그 일을 하다보면 좀 쉬어야 하고 힘들잖아. 운동도 안하면 죽을 지경인데 운동할 시간도 안난다고."

"그런건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 난 내가 알아서 쉬고 하잖아. 지금부터는 쉬는 시간 이런거 해야해? 각자 알아서 하는거지."

"아니 그런 말이 아니잖아."

"그럼 무슨 말인데. 내 일 때문에 힘들다는 거잖아.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고 시간도 없고 자기 할 일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다는거잖아.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신경쓰지마. 밀린거까지만 하고 내 시간 쪼개서 하면 되니까 자긴 자기 일 해."

"아니 그렇게 말하면 내가 나하고 싶은거 하겠다고 당신 못 돕겠다는 말처럼 들리잖아."

"아 그러니까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각자 알아서 살자고."

"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어? 내가 나 하고 싶은거 하겠다고 이래 지금?"

"아니 방금 그렇게 말을 했잖아. 난 있는 그대로 말했는데 사람 디게 이상하게 만든다. 카트는 왜 안가지고 온거야?"

(그렇다 우린 마트에서 싸우고 있었다,)

"내가 3월까지만 우선 해보겠다고 하니까 자기가 짜증나서 그런건지 그냥 가버렸잖아. 평소엔 같이 가면서 뒤도 안돌아보고 먼저 앞장서서 갔잖아. 내가 카트까지 챙길 정신이 어디있어?"

"왜 행동 하나만 보고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어?" 

"아 알겠으니까 그만하자."


내가 전달하고 싶은 말은 이랬다. 

아이도 중2가 되고 내신이 들어가니 신경써야 하는데 당신은 무조건 전교 2등 안에 들어오라고만 말을 하니 애도 공부방법을 몰라서 답답해하지 않냐, 그럼 시간이 없으니 공부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공부한 양도 같이 봐주고 해야할 것 아니야, 그런데 난 내 일에 치여서 애한테 하라고만 하고 봐주지도 못하고 있지 않냐 그러니 돈을 주고 시간을 사자 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공부는 자기가 알아서 하는거고 공부한 양 못채우면 밤새워서라도 때려서라도 하게만들면 된다 어떻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봐주고 하냐 결과만 보면 된다 라고 말하는 남편 앞에선 더이상의 말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남편의 말도 맞긴 하다. 

사실적인 것만 놓고 보면, 내가 조금만 늦장부리면 아침해서 아이들도 챙겨 먹이고 설거지도 애들한테 하라고 해놓고 잘한다. 사실 남편은 정말 가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그게 매일은 아니라는 점, 가고 난 후 설거지와 빨래, 청소 등등 지지부진하게 하는 모든 일에도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삼시 세끼 정해진 시간에 먹지 않는다는 점 등등 하나하나 나열하기 치사한 나의 모든 시간들을 그저 내가 읽기 위한 시간을 벌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한다고 투정을 부리는 걸로 치부해버리니 나도 그냥 일을 마무리 해야할 같다.


어제 내가 한 말은 잊어줘. 난 매일 새벽 3시에 잠들지만 다 느린 내 탓이니 내 시간을 더 쪼개서 아이들도 돌보고 당신한테도 열심히 내조해볼께.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그 때 내가 하고 싶은 글도 쓰고 책도 읽고 그러지 머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거잖아. 


물론 이건 마음의 소리일 뿐이고 순화해서 말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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