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나가는 걸 좋아하는 나는 주말마다 아이들과 여기저기 나가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남편은 그걸 참 힘들어했다.
아마 직장다니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한 번 나갈 때마다 차가 많이 막힌다며 한숨쉬고, 주차자리 때문에 언성을 높이고, 사람들이 많아서 기다리고 치이는거에 유독 화를 내는 남편 덕분에 난 놀러나가서도 늘 가시방석이었다.
늘 그 사람의 기분에 눈치를 봤고, 그 사람의 한숨에 괜히 불똥튈까 아이들 실수를 먼저 나서서 혼내기 일쑤였다. 그래서 난 이제 나들이가 싫어져 버렸다. 아이들과 그저 놀이터나 키즈카페에서 한바탕 놀고 오는게 나았고, 저녁까지 놀이터를 돌다보면 집은 늘 엉망이었다.
정리를 좋아하는 그 사람은 퇴근 후 엉망인 집에 들어서면 한숨부터 쉬고 청소밀대를 잡으며 아이들에게 정리하라 소리를 치곤 했는데, 어느 순간 밀대를 부셔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운전을 !
그래, 왜 이렇게 의지를 하고 있을까 그냥 내가 하면 되지 라는 생각을 각성함과 동시에
10년 넘게 묵혀있던 장농면허를 탈출했고,
이런저런 사고가 조금 있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은 운전을 곧잘 하게 되었다.
20살 넘어서부터 운전을 한 남편은 지금까지 무사고에 벌금한 번 낸 적 없는 사람이지만
난 불과 몇 개월만에 사고 한 번에 딱지 2-3번을 내고 안전하게 운전하기로 정신을 차렸다.
철두철미한 남편이기에 나의 이런 모습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으리라.
도대체 과속을 왜 하는거며, 거기서 왜 후진을 해서 사고를 내는건지 정말 도무지 나를 이해를 할 수 없어했지만, 안다쳤다면 되었다며 차도 바꿔주고 사고 후 운전 못하겠다고 울고 있으니 바로 대리를 불러 집에 돌아가라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자상한 사람이다.
근데 딱!! 거기서 그런게 있다.
그렇게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나도 많이 놀랬었는지 밤이 되니 온 몸이 근육통으로 끙끙 앓아야 했다.
하지만 내가 후진하다 살짝 박은 그 커플들은 대인접수를 원했고 보험료 할증에 합의금까지 원했기에 돈 문제로 남편은 예민해져 있었다. 무엇보다 예의없던 그 커플이 싫었나 보다.
나도 몸이 아팠지만 그런 문제로 신경쓰이게 한 게 미안해서 병원 가봐야겠다는 말도 못 꺼내고 있었다.
하지만, 은근 신경써주길 바랬다보다. 내 사고 수습하느라 그 커플들과 보험사랑 얘기하느라 짜증난다는 그 말들을 하며 나도 병원을 가봐야되지 않겠냐는 말 한마디 하지 않은 그 사람이 참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그저 내가 낸 사고수습해주고 있으니 감사하게 생각하라 이건가 라는 삐뚤어진 마음만 가득 안고 또 시간은 지나버렸다.
이런 저런 일들 사이에서도 그럭저럭 운전도 잘 하게 되었고
드디어 ! 이제 주말에 나가자고 부탁을 하지 않아도 난 곧잘 아이들과 나가게 되었다.
남편과 주말부부를 할 때 혼자 애들을 챙겨서 내려가선 아이들과 근처 명소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바다에 가고 싶으면 바다에 가고 산에 가고 싶으면 산에 가고 그렇게 재미있게 다녔다.
혼자 아이들을 챙기는게 왜 안힘들었겠냐만은
눈치 볼 사람없는게 참 마음이 편했고 재미있었다.
차가 막혀도 주차할 데가 없어도 사람이 많아도 기다리면 되니까!
그 사이 아이들과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이 각자 듣고 싶어하는 음악도 들으며
당신 없어도 우리 어디든 갈 수 있어! 를 온 몸으로 외치며 돌아다녔다.
한참을 그렇게 사는게 익숙해졌기에 남편과 주말부부를 끝내고 다시 같이 살게 되어도 자긴 쉬어 ~ 내가 애들하고 다녀올께 하고 우리끼리 나가곤 했다.
처음에는 남편도 편해하는 듯했었는데 어느 날은 자기 없이 다니니까 좋냐고 말을 걸어온다.
"아니, 나가면 돈들고 차막히고 사람많은데 당신 싫어하잖아. 난 그런거 그냥 견딜만해. 초보라 차가 막혀주면 좋을 때도 있고. 당신은 푹 쉬고 있어."
"혼자 있기 싫어. 그냥 집에서 놀면 안데?"
"집에서 맨날 머해, 애들이랑 청소한 다음에 게임하라 그러고 우린 마트나 가고, 난 마트가는거 이제 정말 싫어."
"왜 ~ 애들도 게임하고 티비보고 그런게 천국이지 머. 어차피 장도 봐야하니까 마트 한바퀴 돌고 오자."
남편이 하는 말이 맞다.
장도 봐야하기에 결국 마트로 향하게 되는 날이 많아졌다.
남편은 마트를 정말 정말 정말 좋아한다.
작은 마트부터 대형 마트까지 가리지 않고 좋아하고 살 것만 사고 오는 타입도 아니다.
난 마트가 싫다. 필요에 의해서 가긴 가지만 그냥 살 거 사고 빨리 나오면 좋겠다. 마트 한 번 가면 만 보를 채워서 오는 그런 시간 때우기가 너무 싫다.
장을 봐야하는 것도 맞고, 정리를 잘 못하는 나에겐 청소와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주말에 애들과 함께 정리를 하는 것도 맞지만, 그 사이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채워지지 않음이 늘 나를 힘겹게 했던 것 같다.
살다보니 더욱 더 잘 느껴졌다.
남편과 나는 맞는게 정말 하나도 없다.
나는 스타벅스의 커피맛을 싫어하지만 남편은 좋아한다.
나는 따뜻한 커피만 마시지만 남편은 아아만 마신다.
나는 일할 때 지브리나 반복적인 음악을 좋아하고, 남편은 가사있는 음악을 좋아한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하고, 남편은 드라이브를 좋아한다.
내 여행은 명소탐방 일정이 가득하지만 남편은 맛집탐방으로 가득하다.
난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지만 남편은 액션광이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정반대인게 한 두개가 아니지만
어느 날 이런 이야기들을 하며 깨달았다.
"당신과 나는 정말 로또같은 사이가 맞나봐."
"우리가 그렇게 좋은 사이야?"
"아니 정말 너무 안맞아서 부부사이는 로또같은 사이래."
"커피, 취미, 보는거, 먹는거, 입는거 우린 정말 깨알같은 부분까지도 서로 다른 거 같아."
"멀 또 그렇게까지."
"커피 취향도 달라, 먹고 싶은 것도 달라, 좋아하는 것도 달라. 머 하나 맞는게 없다니까."
"그래도 어쩌겠어 서로 이해하면서 양보하면서 살고 그러는거지."
처음에는 이렇듯 우리가 다른 점만 보였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니
우리는 함께 음악을 좋아하고, 같은 가수를 좋아하며, 영화를 좋아하고, 커피를 즐기며, 여행을 좋아하고, 아이들 교육에도 관심이 많은 부부였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볼 뿐, 우린 꽤 많은 것을 큰 카테고리 안에서 함께 좋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