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와 J가 함께 산다는 건
MBTI가 나오고 많은 컨텐츠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간때우기 용으로 보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이런 컨텐츠들을 통해 '나'에 대한 이해심을 높여나갈 수 있다는 점에선 참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이들과 꽤 여러번 MBTI를 해봤었는데 몇 번을 다시 해도 나의 MBTI는 INFP 였다.
그토록 궁금했던 남편은 ENFJ 최근에 I만 E로 바뀌었다고 한다.
사실 내가 놀랐던 부분은 I나 E의 성향이 아니라남편이 J형이라는 사실과 내가 P형이라는 사실이었다.
그토록 궁금했던 남편은 ENFJ 최근에 I만 E로 바뀌었다고 한다.
사실 내가 놀랐던 부분은 I나 E의 성향이 아니라
남편이 J형이라는 사실과 내가 P형이라는 사실이었다.
지키지는 못해도 하루의 할일과 계획 목록들을 적은 계획표들이 내 옆에 즐비했다.
반면에 남편은 계획 한 번 세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고 내 눈에는 늘 즉흥적으로 보이기만 했다.
그런 그는 완벽한 J형 인간이었고 난 계획만 세우는 P형 인간이었다니 !
10년이나 지나서 가만 생각해보니 결국 결혼 생활 내내 크고 작은 사건을 몰고다니는 건 사실 나였고,
욱해서 토라지고 욱해서 큰소리 내는 것도 내 쪽이 더 많은 편이었다. F, 감정이 지배하는 나니까 !
계획이 없는 편이라 여겼던 남편과 사업을 하다보니 J형이 '그냥' 해나가는 모습과
사실은 모든 것이 자신의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반면에 J를 원하는 P형의 내 모습은 늘 계획만 세우고말았기에 초라해 보이기만 했다.
그러니 남편 눈에는 내가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보였고
난 계획도 없이 살면서 자신이 정한 틀을 벗어나는 것을 힘들어하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아니 나는,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그 사람을 나의 잣대에 멋대로 넣어 평가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난 늘 감정적으로 말을 했고 배려없는 그의 말에 상처받을 때가 많았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건 그 사람도 마찬가지였을테다.
아마 나랑 같은 성향을 만나 살았다면 재미는 있었겠지만 결혼생활은 중심이 없었을 것이고
나와 너무 다른 성향이었다면 그 역시 살기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적당한 곳에서 서로 맞고 적당한 곳에서 서로 다름을 가진 우리가
그럼에도 같이 살고 싶고 살아가는 이유는
서로의 다름을 보며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는 톱니바퀴 같은 사이라서 그런 건 아닐까.
조금 더 서로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다 보면 우리가 또 웃으며 손잡고 걸어가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