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며칠은 참 좋았다.
서로 발 맞춰간다고 생각했고 서로의 유머도 제법 통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참고' 있는 것 뿐일까.
남편은 참 다정한 사람이다.
남들이 보면 늘 가정적이고 아이들에게도 잘하고 장난도 잘치고 나도 정말 잘 챙겨준다.
하지만 난 그의 다정함이 불편할 때가 있다.
저렇게 잘해주는데 왜그래? 하는 날설 말들이 마음 속에 들려와서 그저 내가 가진 어떤 부담감이라고만 생각했다.
하루는 아침에 김밥을 말고 있는데 내 머리를 빗겨준다.
간혹 내 머리도 잘 말려주고 애들 머리도 잘 빗어주고 묶어주는 사람이라 그러려니 하는데
너무 아프게 빗어서 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빡빡 눌러서 빗으면 아프잖아 하지마."
"아 그럼 잘 빗고 다니던가"
우리 둘이 투닥거리니 막내가 빗을 뺏어들고 내 머리를 살살 빗겨준다.
"아이구 우리 애기 잘하네."
라고 하는데 남편이 빗으로 갑자기 내 머리를 툭 친다.
"아! 아프잖아! 하지마!"
옆에서 막내도 아빠 하지말라 그러면서 다시 머리를 빗겨주는데
빗을 뺏어서 또 내 머리를 친다.
"하지 말라고 했잖아 ! 아프다고 !"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니 남편이 놀라며
"머 그렇게 정색을 하고 그래."
"아프다고 했잖아. 왜 머리를 때리고 그래. 하지 말라고."
"장난친거잖아."
"사람이 싫다는데 그게 무슨 장난이야. 처음이야 그럴 수 있다쳐. 싫다는데도 두 번이나 그러는건 장난이 아니지. 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주 장난 한 번만 더 치면 가만 안있겠다?"
"무슨 말이 그래.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되잖아?"
"아 됐어 무슨 말도 못하고 살겠네 이제."
"애들이 보고 있잖아. 나중에 우리 딸이 결혼해서 신랑이 머리 툭툭 치면서 장난이라 그러면 그게 장난으로 보이겠어?"
"멀 또 거기까지 가고 그래. 알겠어. 난 그냥 조용히 찌그러져 있을테니까 서로 장난도 치지 말고 그냥 알아서 각자 살자. 다들 각자 방에 들어가 시끄러우니까."
"아니,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되지. 내가 싫다고 한거 장난이라고 하니까 화가 나는거 아니야"
"알겠다고 그냥 각자 알아서 잘 살자구요."
유치하기 짝는 싸움이지만 난 이런 시간들이 참 힘겹다.
내가 싫어하는 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화를 내면 늘 넌 왜 예민하게 구냐고, 장난도 못치고 살겠다고.
내 감정적인 문제로 치부해버리는건지.
내 기준에 기분이 나쁜걸 싫다고 말하는게 잘못일까?
애들 앞에서 무안을 당했다고 생각해서 방어하는걸까?
왜 남편은 내가 싫다는 나의 의견을 받아주지 않는걸까?
이럴 때 나는 우리 관계가 어렵게 느껴진다.
왜 내가 화를 내면 내 감정때문이고 당신이 화를 내면 내가 잘못해서 그렇다는 느낌을 받는걸까?
한 발자국 같이 걸어나갔다고 생각했는데
난 다시 두 발자국 뒤로 밀려난 기분이다.
그 뒤로 며칠동안
너는 너 나는 나로 철저하게 대하는 남편을 보니
유치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나도 내 앞가림할 방법을 찾아야하나 싶고
많은 생각이 또 스쳐지나간다.
이래서 우리가 함께 걸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