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를 읽고 관점의 차이에 대해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지금은 가물가물한 기억들이 많지만
책의 요지는 제목과 같았다.
나의 기분이 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내가 정말로 화가 난 원인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보라는 것.
가령 아이들에게 화가 났을 때 왜 화가 났는지를 들여다보면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하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에 내 말이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은 건 아니었을까.
그런 내면의 나에게 '진짜 이유'에 대해 물어보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엄마를 무시하려는 게 아니었어. 그저 지금은 놀고 싶었을 뿐이야. 조금 있다가 진짜로 하려고 했단 말이야."
"그랬구나. 엄마는 몇 번이나 말을 했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너희들이 하지 않으니 엄마 말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지금 해주면 좋겠다."
"알았어 금방 할께."
이런 몇 번의 이야기들을 하고 나니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아이들 귀에 들리지도 않을 잔소리 폭격을 한 게 너무 부끄러워지기도 했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감정과 선택에 대한 부분을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놓아야 할 때가 되었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가령 어렸을 때는 엄마한테 혼나서 속상했지? 라며 아이들의 감정에 대한 부분까지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도왔다면
지금은 자신의 감정들을 자신이 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주는 편이다.
결국 엄마때문에 속상하고 짜증이 나는 아이들의 감정까지 달래주고 컨트롤 한다는 건
내 마음의 위안과 타당한 변명거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이런 연습들을 하다보니 남편과 대화하며 속상할 때도 '진짜 마음'에 대해서 물어보게 되었다.
여우같은 호의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에게나 사람 좋은 척을 하며 좋은 말로 거절하지만 명백하게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소통이라 느껴질 때가 있다.
남편은 그런 모습을 잘 간파하는 편이고 곧잘 화를 내곤 했는데 나는 화를 내는 그 사람이 어느 순간 참 안쓰러워 보였다.
상대방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신사소리만 들을텐데 왜 이 사람만 예의없는 사람이 되어야 하나 싶은 순간이 있었다.
"당신이 지금 그토록 화가 나는게 돈 때문인거야, 아님 당신 자존심이 상해서인거야?"
"음... 둘 다 인 것 같아."
내 보기엔 자존심이 상한 문제로 보였지만,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 보다는 자신의 진짜 마음에 귀기울여보라고 말을 건넨 후 우린 침묵을 유지했다. 생각은 그 사람의 몫이니까.
아이들은 성장의 한 과정이기에 스스로 생각하고 극복해야할 문제들이 분명히 보이지만
'공유'하는 삶을 사는 부부에게 감정의 공유에 대한 문제는 나에게 늘 어렵게만 느껴진다.
내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면 그건 너의 문제니까 네가 알아서 해야지 라는 말에 상처받는 나와
그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면 철저하게 자기방어적 태도를 취해버리는 그 사이에
감정이라는 강이 있다.
이 강을 함께 건너야 하는건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 채 너는 너, 나는 나로 살아야 하는건지 나는 아직 그 선을 잘 모르겠다.
감정을 공유하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지
F와 T의 문제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물어보고 싶은 시간들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