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이야기는 상대방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상대방을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이 실종되며 시작됩니다.
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평범한 '수현'은 자타공인 만인의 아이돌, 모두의 '한정후'를 짝사랑하고 있고
수현 옆에 '지아'는 늘 수현을 응원해주는 단짝 친구입니다.
그 반에는 혼자서도 당차고 빛나지만 늘 괴롭힘을 당하는 '고요'가 존재하며
있는 듯 없는 듯, 같은 중학교를 나왔지만 존재감이 없었던
'이우연'은 어느 날 문득 내 꿈 속에 등장해 수현을 애타게도, 궁금하게도 만든 아이입니다.
물론, 실종사건의 주인공입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던 '우연'이 꿈 속에 나온 후 우연을 관찰하기 시작한 수현은
함께했었을지 몰랐던 시간보다 짧은 시간만에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됩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수현을 중심으로
겉모습과 다른 반 아이들의
'고요'한 '우연' 속 이야기들을 펼쳐나가는데요,
그 중심에는 sns가 있습니다.
우연에게는 두 개의 핸드폰이 있었고
그저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한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어
어느덧
수현은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정후와 고요, 우연의 sns 속
깊은 친구가 됩니다.
그저 작은 호기심이었을 뿐이었습니다.
내 유일한 편이었던 지아에게도 마음껏 털어놓지 못했을만큼
사소하고 작은 호기심들이
어느 새 눈덩이만큼 커져버렸고
감당하기 힘들어져 버렸죠.
이 대목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사춘기 때 이런 이유로 친구랑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 때 정말 제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준 건 사실 일본 만화들이었는데요,
답답한 일본 만화들을 보며 속으로 무한번 외쳤던 것 같아요.
'오해하기 두지마
제발 말을 하라고
한 마디만 하면 되잖아!
뭐가 그렇게 어려운데!
제발 말을 해! 설명을 하라고! 혼자 웅얼거리지마!!'
하고 말이죠.
사춘기 특유의 제 때 말하지 않는 그 하찮은 '귀찮다'는 이유도,
'모든 걸 다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핑계도,
그 후에 올 후폭풍을
일본 만화책을 통해 배웠던 것 같습니다.
<<고요한 우연>> 속 수현도 그랬습니다.
결국 수현도 모든 걸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라는 핑계 뒤에 숨은
후 폭풍을 '성장'이라는 이야기로 배우게 되죠.
학교 밖에서 알게 된 sns 속 정후와 고요, 우연은
수현이 알게 된 모습들과는 너무나도 딴판이었고
지아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만 갑니다.
늘 그렇듯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요.
결국 터져버린 사건들 앞에서 서운해하는 지아에게
수현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사실 전 어렸을 적에는 청소년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고나서야 청소년 소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제 기준에 사실 청소년 소설은 소설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어떤 문학 작품의 갈래에도 부합하지 않았죠.
전 영화 중에 디즈니 작품을 가장 좋아합니다.
성장스토리의 끝판왕을 가장 좋아한다는 말이죠.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자기계발서입니다.
가장 되고 싶은 사람은 동기부여전문가이죠.
그런 사람인 제가, 감히,
청소년 '성장' 소설의 진가를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더 진한 성공스토리는
'청소년 소설'이었다는 것을요.
개천에서 용나던 시절에야 눈물없이는 못 볼 성공스토리들이 가득했지만
요즘 나오는 청소년 소설 속에는
sns를 방패로 하고
'나'를 숨기고 가장한 채 현실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잘 녹아있습니다.
지독히도 평범한게 싫지만 사실 평범하다는게 가장 행복하고 어렵다는걸 알아가는 수현
만인의 연인으로 꿋꿋하게 살고 있지만 늘 아슬아슬하게 찰랑거리는 마음으로 살고 있던 정후
특별한 줄 알고 달려오며 살았는데 알고 보니 그저 흔한 23번 아이였다는 걸 깨닫고 절망에 빠져 살던 우연
그저 쿨한 아이인 줄 알았지만 자기방어로 똘똘뭉쳐있던 고요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상처주고 상처받으며 용서하고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고요한 바다]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을 뜻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인 청소년기에는
수많은 자아 사이에서 방황하기 마련입니다.
중2병이라고 치부해버리며
세기말 감성에서 벗어나라는 우스갯소리에
어쩌면 아이들은 더 자신의 감정을 더 꽁꽁 포장해버릴지 모를 일이죠.
마치 내가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말을 꺼낼라치면
"요즘 누가 그런 말을 해 ~ 요즘 누가 그렇게 말해 ~"
하며 철벽치는 우리집 중학생처럼 말이죠....
하지만,
어쩌면,
수현이처럼 사소한 선의에서 시작된 마음이
'고요한 바다'와 같이 영영 들여다보지 못할 것만 같은
나의 마음을 들여다봐주고
진심을 다해 말을 걸어준다면
바깥 세상의 내가 아닌
어떤 세상 속의 나에게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하는
진짜 나에게, 진짜 내가 듣고 싶어했더 그 어떤 말을 건네준다면,
그저 27명 중 23번 같은 나의 인생이
'유니콘'같아 보이고
마침내 '나만의'방식과 '길'을 찾게 되지 않을까요.
sns가 없던 시절
누군가의 따뜻한 관심과 글 한줄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고
등불이 되어주고
어떠한 우연이 되어주었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