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살롱

[March]공동체가 주는 '함께'라는 가치

오늘살롱 인턴이 전하는 월간소회

by 루트임팩트



인턴 B의 3월 돌아보기

오늘살롱 소개자료

1%살롱 :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 이경훈 건축가편

솔루션101 : 공유경제 혁신사례 - 1편

월간Q :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나는 가브리엘 마리노 감독의 <시크릿 월드>라는 영화를 좋아한다.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소녀 마리아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자신의 삶에 신물을 느낀 그녀는 무작정 멕시코 횡단여행을 떠나게 되고, 여행 중 알게 된 또래 남자에게 생애 처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으며 상처를 치유받는다. 영화의 끝무렵에서 마리아는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 고래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이 장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활짝 웃는다.


이 영화를 볼 때면 수 많은 얼굴들이 머릿 속에 스쳐 지나가곤 한다. 주인공 그녀처럼 마음 속 상처를 끌어 안고 끙끙대는 사람이 주변에 많기도 하거니와, 나 역시 때론 마리아와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었나 되돌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열심히 매일을 살아가다가도 때때로 삶에 대한 허무함과 스스로에 대한 증오로 견디기 힘들 때가 찾아온다. 사람이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히 겪는 일이지만, 이러한 슬럼프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역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영화 주인공 마리아가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았음에도 다시 사람을 통해 상처를 이겨낼 힘을 얻는 것처럼.






- 함께라서 괜찮아지는 것들


일적인 부분에서 영감을 얻고 싶은 마음에 한동안 주말마다 여기 저기 기웃거렸다. 몇년 전부터 교류하던 모임도 있기는 했지만, 더 많은 아이디어와 느낌들을 얻고 싶어서 새로운 모임에도 가입하고 몇몇 행사도 신청해서 다녀왔다. 여기저기 쏘다니며 가장 절실히 느낀 건, 나와 비슷한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는 것은 큰 위로와 에너지가 된다는 점이다. 개떡처럼 말해도 찰떡처럼 알아줄 때 느껴지는 쾌감은 물론이요, 눈빛만 건네도 진하게 공감받을 때의 행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 몇 달간 지속적으로 어느 모임에 참여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연속적으로 워크샵이 짜여 있었고, 참여자들을 팀으로 묶어 그 과정을 팀끼리 함께 하도록 했다. 모임 주제의 특성상 최근 좌절을 겪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꽤나 끈끈한 연대감 같은 것이 생겨났다. 몇 달이 흘러 마지막 워크샵에 참여했을 때 같은 팀이었던 남성 분이 소감을 말씀하시면서 눈물을 보이셨다. 오늘이 공식적인 마지막 모임이라는 사실이 그 분에게는 너무나 아쉬웠던 모양이다. 나는 그 분이 타인 앞에서 감정을 솔직히 내보일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그의 앞날에 대한 연민을 느꼈는데, 이 감정이 며칠이고 지속됐다. '공동체감'이라는 느낌이 정해져있다면, 그 날 내가 느낀 것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러한 소중한 감정들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느끼고 넘기기보다는,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면서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내 감정이니 오롯이 내게 남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귀 기울이지 않으니, 간질간질-하다가 이윽고 스쳐 지나갔다. 곱씹는 과정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 동질감이 되고, 결국 연대감으로 연결되는 것 아닐까.




시즌엔딩파티에는 오늘살롱 매니저들이 준비한 케이터링 메뉴 외에도, 참여자 분들께서 오는 길에 사오신 여러 먹거리들과 와인, 근처 맥주집 쉐프님의 브라우니 등으로 넘쳐났다



이러한 이유로, 오랜 시간동안 오늘살롱 멤버십 회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에게 때로 존경심을 느낀다. 그분들은 내가 '안간힘을 써서 수집'해야 했던 성수동과 오늘살롱에 대한 잔상들을 자연스럽게 추려오고 계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사소한 일도 그 분들에게는 영감이 되거나, 오늘살롱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연대감을 강화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오늘살롱의 한 시즌이 끝났음을 기념하는 시즌엔딩파티에서 멤버십 회원님들께서 쓰레기 정리와 설거지를 도와주셨는데, 나는 그 때 죄송스러움과 감사함에 더하여 우리들 사이에 팽팽하게 연결되어 있는 신뢰와 연대의 끈의 존재를 느꼈다. 사실 그 때 나는 근처 메쉬커피 사장님이 키우시는 개와 노느라 정신이 팔려있었다... 죄송합니다...






상대방과 나를 '우리'라고 정의할 때 생기는 변화는 놀랍다. 포용할 수 있는 것의 범위가 크게 확장된다. 최근 새롭게 가입한 모임에 갔을 때 나를 정말 당황하게 했던 점은, 뜬금없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전혀 이상할 것 없는 행동이라는 점이었다. 문득 우당탕 소리가 나기에 돌아보면 어김없이 춤을 추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깨달은 건 구성원 모두가 '뜬금없이 춤을 춰도 괜찮다'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수용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아이덴티티가 어떠하느냐에 따라 수용할 수 있는 것과 지양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정해지고 사람들이 따르게 되지만,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 역시 사람들이다. 결국 오늘살롱의 문화는 오늘살롱이 주장함으로써 생겨난다기보다, 오늘살롱 매니저들을 비롯해 소속된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함께하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내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내 삶을 채우는 것이 달라진다. 오늘살롱에서 '일'을 찾을 때와 '사람'을 찾을 때는 엄연히 달랐다. 사람을 찾아다니니 사람이 내 삶에 스며들었다.


커뮤니티가 있어 좋은 점은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점이 가장 크지만,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생각이 확장되고 새로운 분야에 관한 통찰이 가능해진다는 것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점인 것 같다. 전에는 성수동에 대해 무지했고 관심도 없던 내가 루트임팩트에서 일하면서 성수동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젠트리피케이션 이슈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성수동에서 활약하는 분들과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성수동에 관심이 생기고, 이는 더욱 확장되어 성수동 사람들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 번졌다. 최근에는 그들과 더욱 깊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는 마음에 나름대로 열심히 쏘다니며 삽질(?)을 하곤 했는데, 타이밍이 참 좋았던 것이 몇 주 전 오늘살롱에서 진행하는 성수동 탐방 '오늘투어'에서 가이드를 처음으로 준비하게 되면서 성수동 커뮤니티에 대해 관찰할 일이 많아졌던 것이다. 투어 준비를 위해서라도 이곳 저곳 다녀보고, 주민 분들이나 성수동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들이 하시는 이야기를 어깨 너머로라도 들으려 노력했다. 고작 몇 주였지만 눈과 귀로 성수동을 훑고 나니 나름 아는 척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고 믿고싶다....).




이미지제공: http://m.blog.naver.com/nv_design/220889205029



관심 있는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요즘은 전에는 생각 하지도 못했던 것들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편의점 아주머니의 '땅 값이 자꾸 올라 우리같은 소상공인들만 다 죽는다'는 하소연이 어느 순간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루트임팩트 사무실 건너편에 있던 가게가 없어지려는지 내부 공사를 하는 것을 발견했을 땐 알 수 없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생각 없이 골목길을 걷다 문득 차가 너무 많다고 느꼈을 땐, 성수동 골목이 찻길로 사용되기 보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곳으로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애정어린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장소에 대한 느낌은 그 공간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났고 어떤 경험을 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사람들이 젠트리피케이션 이슈 속에서 성수동을 지키고 싶어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마음 속에 특별한 감정을 일게 하는 기억이 성수동이라는 공간과 그곳의 사람들과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선물하기 위해서 오늘살롱은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오늘살롱을 어떤 공간으로 가꾸어 가야 하고, 나는 그 공간 속에서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잘은 몰라도,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좋은 팔로워이고 싶다. 사람들이 성수동을 '좋은 동네'로 기억하게 된다면, 그 계기의 한쪽 귀퉁이 정도에는 오늘살롱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지내는 내내 가방을 무겁게 들고 다니는 버릇을 끊어내지 못했다. 엄마는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이 가방을 무겁게 들고 다니더라'며 걱정 한술, 디스 한술 섞인 잔소리를 했지만, 나는 누군가가 내게 '너 그거 있어?'라고 물었을 때 언제든 꺼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사람들이 오늘살롱에 와서 '저기요, 여기 좋은 거 있어요?'라고 묻는다면

'네, 있어요!'하고 꺼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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