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살롱 인턴이 전하는 월간소회
上편에서 서술했듯, 인턴생활을 하기 전 나는 마케팅에 'M'도 모르고, 팀워크의 'T'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였다. 나 스스로 내가 성장했다고 느끼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내게 큰 배움이 되었던 3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인턴생활을 시작하던 시점에서 내가 가장 크게 기대했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간절해졌던 것이 있다면 바로 '마케팅 지식과 스킬 향상'이다. 마케팅하면 막연히 광고를 만들거나 '상품, 서비스를 더 많이 파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막연함을 깨고 나와 알짜를 맛보고 싶었다.
인턴으로 일하면서 오늘살롱이 운영하고 있는 SNS채널에 컨텐츠를 제작해 업로드하고, 도달률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 컨텐츠 제작에 반영하는 일을 주로 했다. 업무에 있어서 나의 주된 화두는 '어떻게 컨텐츠를 만들어야 더 많은 체인지메이커들이 오늘살롱에 방문할까?'였다. 그래서 정해진 톤앤매너를 최대한 지키면서도 새로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었다. 하지만 그리 드라마틱한 성과는 나지 않았고,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이 여간 찝찝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오늘살롱을 담당하던 Inspire팀에서, 브랜드와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Brand&Communication 팀으로 부서를 이동하게 됐다. B&C팀에서 오랜 세월 동안 마케팅 경력을 쌓아오신 분들에게 꿀 같은 피드백들을 듣고, 배운 것을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내가 늘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커리어를 시작할 때 많은 친구들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Who보다 How에 집중하는 거예요. 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우리의 고객, 서비스, 제품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돼요.
How보다 Who가 먼저라는 디렉터님의 조언을 듣고 내가 오늘살롱의 고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를 다시 곱씹어봤다. 그동안 오늘살롱 고객의 성향을 어림짐작으로 결론짓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려 인턴생활의 2/3이라는 긴 시간동안 말이다. 생각해보면 신발에 손을 끼워 넣는 것 같은 같은 발상이었다. 우리의 고객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성격은 어떻고, 관심사나 특기는 무엇이며,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였어도 효과가 그만큼 나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인턴 마무리 과제를 준비하면서는 이전에 했던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철저히 고객조사에 많은 시간을 쏟았고 전보다 훨씬 선명한 인사이트를 얻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마케팅 측면 뿐만이 아니라 의외의 곳에서도 배움을 얻었으니, 그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감사하게도, 나는 디자이너님께 1:1로 일러스트레이터를 배울 수 있었다. 디자이너님께서는 내게 단순히 일러 사용법만 알려주시기 보다는 디자인 감각 자체를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내게 디자인이란 내가 넘볼 수 없는 고귀하고(?) 특별한 분야였다. 내게 그만큼의 미적 감각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디자이너님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이 좋은 디자인은 아니란 것을,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라는 것을 알려주셨다. 예를 들어, 디자인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자간과 행간을 너무 좁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간과 행간을 좁게 하면 빈틈없이 꽉 차보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지면보다는 모바일, PC를 더 많이 사용하는 요즘 세상에 좁은 자간과 행간은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문제를 만든다.
내가 전하려는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또한 미적 요소를 해치지 않으면서 담아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많은 것들에 디자인 요소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디자인을 접한 전과 후가 확연히 구분될 만큼, 지금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인턴을 하면서 가장 많이 얻어간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공동체감'이다. 上편에서도 서술했었지만, 나는 팀워크가 왜 중요한지, 더 나아가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대신 나는 일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해 몰두했고, 그것이 좋은 인턴이라고 생각했다.
루트임팩트에서는 소셜섹터에 관심있는 청년들을 모아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하는 '임팩트커리어'라는 교육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는 서류와 면접을 통해 참여자를 선발하지만, 배려해주신 덕에 임팩트커리어 수업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수업 내용 중 하나로 코워킹 커뮤니티 '헤이그라운드'를 담당하시는 Work팀의 한 매니저님께서 강연을 해주셨는데, 문제해결을 잘 하는 것보다 서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팀 동료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좋은 인턴이란 모름지기 일을 잘 해야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로선 의아하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 때의 깨달음이 계기가 되어, 일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은 팀원인가에 대해 계속 자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홀로서기 중심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협력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확연히 달랐다. 시선을 달리하니 많은 분들께서 내가 좋은 팀 동료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와 도움을 주고 계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한 많은 분들이 실수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며,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조언해주셨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팀원, 루트임팩트에 대한 신뢰감과 실패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 것 같다.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지은「미움받을 용기」에서는 '나와 너', 두 사람에서부터 공동체가 시작되며, 공동체 감각을 가지려면 자기에 대한 집착을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어찌 생각해보면 나는 오히려 나 자신을 너무나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실수와 실패를 용납하지 못했고,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질 마음의 여유공간도 없었던 것 같다. 이 사회가 각자도생하는 외로운 섬들의 집합처럼 보일 지 몰라도, 사실 공동체라는 울타리로 묶여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물론 아직까지 좋은 팀원, 바람직한 팀워크란 어떠한 모습일지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팀워크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 만으로도 주니어로서는 아주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날을 돌아보니 참 많은 변화를 겪었던 것 같다. 기존에 계신 분들도 이미 내겐 새로운 사람들인 마당에 꾸준히 신규 입사자분들이 생겨났고, 부서를 이동했고, 사무실을 헤이그라운드로 이전했으며, 오늘살롱 바리스타도 옆 골목 메쉬커피 분들로 바뀌었기에 컨텐츠 방향성도 변화가 필요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변화로 혼이 비정상인 나날들이 늘어갔다. 적응할 만하면 새로운 일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내가 제대로 팔로업 하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변화가 찾아올 때마다 마치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여겼던 것 같다. 그냥 '또구나. 해보자.'했으면 될 것을. 내겐 세상이 끝나는 것 같은 엄청난 변화들이 주기적으로 생겨났으니, 나중에는 온 몸에 스트레스가 축적된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다녔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주중에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하려면 주말을 잘 활용해야 했다. 그래서 누군가와의 만남을 적절히 거절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었다.
건강과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10년 만에 다시 시작한 운동 역시 신의 한수였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운동으로 효과를 많이 봤다. 건강이 좋아진 것도 다행이었지만,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닌 정당한 방법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것을 운동을 하며 터득했다. 이 외에도 독서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기존에도 책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이었지만, 인턴을 하면서는 한 달에 5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생에 가장 다독(多讀)했던 나날들이었다. 변화에 대처하려고 했던 시도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나름대로 이런 저런 노력을 하다보니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되었다. 물론 인턴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었다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시도해본 것이 의미있었다. 변동이 많은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 그리고 상황에 굴하지 않고 일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 이 방법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헤멜 일 없이 좋았겠지만, 인턴이 왜 'Intern'이겠는가. 업을 찾지 못했거나 찾고 있는 상태, 그리고 업을 찾은 상태 그 사이(Inter)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 이것 저것 경험치를 쌓는 것이 인턴의 사명인 것 같다. 그것이 숨쉬는 것처럼 저절로 되는 과정이면 좋겠지만, 사실 매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평생 과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고,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야 한다고, 인턴 생활 중에 한 걸음이라도 내딛을 수 있으면 좋고, 돌다리만 두드리다 끝나도 그것이 건너서는 안될 돌이란 걸 알게 됐다면 그걸로 행운인 것이다.
지난 6개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아직도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을 보던 6개월 전의 내 모습이 생생하다. 추운 겨울이었는데도 열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었다. 생에 첫 직장이었기에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더 많은 용기를 얻어간다. 다음 행선지가 어디일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Changemaking journey with you'라는 헤이그라운드 슬로건처럼 이번 여행은 더욱 체인지메이커답고, 타인과 더불어 가는 여행일 것이라고 기대한다.
- fin.
지난 6개월 간, 월간소회를 착실히 써 내려간 루트임팩트의 '인턴B'는 이 마지막 월간소회에도 밝혔듯 수 많은 변화와 적응의 연속선 위에 있었다. 사무실도 이사를 왔고, 팀도 바뀌었다. 고민을 많이 하고, '내가 알던 체인지메이킹은 무엇인가'에 대한 반문을 끊임없이 하던 인턴 B.
적어도, 선한 방향성을 가진 변화와 혁신이라는 것에는 단순한 답이 정해져있지 않음을- 그래서 누구나 문제해결에 뛰어들 수는 있지만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게 참으로 복잡다단한 일임을 되묻는 인턴 B의 모습이 참 뿌듯했다.
그녀에게는 첫 직장이었던 이 곳에서의 경험이 기대했던 것들, 그리고 기대하지 못했던 것들의 여러가지 색들로 잘 휘저어졌으면 한다. 누군가는 아직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한 색깔이라며, 간단명료하게 말해 보라고 할 테지만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성실하고 끊임없이 젓다 보면 오롯이 참 괜찮은 색깔이 나올 테니.
아, 인턴 B가 누군지 궁금한 독자들이 참 많았을 것이다. 언제나 궁금한 표정, 그리고 책임감으로 똘똘 뭉쳤던 우리의 성실한 그녀, 인스파이어 팀과 B&C팀을 모두 경험했던 그녀, 시간을 내어 틈틈이 주짓수를 하던 그녀, 조용하지만 스스로를 곱씹던 그녀는 루트임팩트에서 6개월을 함께한 배한나 매니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