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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 Jan 19. 2024

2. 길 건너편의 나를 바라보기.

 인간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면 나는 끊임없이 탈피 (脫皮 - 동물이 성장하기 위해 허물이나 껍질을 벗는 것) 하고자 노력하는 부류에 속할 것이다. 그것이 과거 형제자매에서 영향을 받은 열등감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고 사회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잘난 이들 사이에서 경쟁하며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늘 시간을 쪼개어 쓰고 내일을 위해 현재의 많은 것을 포기하는 삶. 학창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되었는데도 끝나지 않는 무한경쟁의 굴레에서 피땀눈물 흘리며 애쓰는 일상. 말 그대로 끝없이 노력했고 또한 원하는 바에 닿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 지난한 과정, 도 닦는 것과 같은 경지의 일상을 '자기 계발'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건 마치 값비싼 구두가 쇼핑몰 탭 중 '잡화 코너'에 있는 것처럼 가치를 몰라주는 표현이라 생각하여 탐탁지 않아 했다. 그래서 자기 계발서 따위를 읽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장르의 책들을 평가절하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나의 성향을 알 수 있는 부분은 사실 앞부분이 아니라, 뒷부분에 적혀 있다. '나는 남들보다 노력하고 열심히 살며 애쓴다 / 하지만 이건 마음에 안 들어'라는 식의 부정적 감정, 생각 그리고 행동. 이것이 나의 한계를 만들어 버린 결정적인 이유였다. 당신은 어떤가? 흔히 말하는 긍정적인 사람인가 부정적인 사람인가? 일부는 긍정적이나 결국은 부정적인 사람인가? 당신의 한계는 사실 남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다. 돌아보니 그러했고 명상을 하며 나를 바라보니 그러했다. 아니, 인간이란 동물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니냐고 물어본다면,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다.


 물질은 눈에 보이지만, 진동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에너지라는 게 있지 않은가?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은 저 차원의 에너지이다. 파동으로 치자면 움직임이 거의 없고 성질로 치자면 차가운 에너지이다. 반면 긍정적인 에너지는 어떠한가? 예를 들어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가졌을 때는 마치 100미터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이 따듯해지며 입가에 미소가 돈다. 여기에서 더 강력한 것은 이것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알아 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학교나 직장에서 복도를 걷다가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 등장하면 나는 나도 모르게 말과 몸짓, 표정도 말 그대로 싸-해진다. 그걸 상대방이 모르는 것 같은가? 말하지 않아도 그대로 전해진다. 그러니 상대방과 나 사이에 알 수 없는 불편한 기운이 감도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와 사랑의 감정의 에너지는 어떤가? 높은 에너지, 그 따듯한 큰 파동이 타인에게도 전해지며 마치 자력처럼 다른 이들을 끌어당긴다.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그저 아름다운 향을 가진 꽃 한 송이처럼 끌리듯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제각기 고유한 진동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달라지겠다고 마음먹은 당신이 깨달아야 할 중요한 사실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 사람이 죽도록 싫은 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한계를 만든다. 그것을 기억하라.


 이 쉽지 않은 변화의 시작점에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자신을 먼저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을 먼저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때로 우리는 친한 친구나 가족의 일원보다 자신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은가? 한 철학자는 이를 두고 길을 걷다 우연히 과거에 친했던 친구를 만나는 것에 비유한다. 길 건너편으로 한 친구가 걸어가고 나는 그것을 우연히 바라본다. 그럼 대부분 '어, 익숙한 얼굴인데?'로 시작하여 '저 친구의 이름은 000 였지. 오랜만이네. 예전에는 농구를 참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뭘 하지? 잘 살고 있나?' - 이것이 바로 내가 나를 바라보았을 때와 비슷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제대로' 바라보는 시간을 거의 갖지 못한다. '엄친아' 같은 표현처럼, 다른 이들과 비교하는 한국 특유의 정서와 화려한 SNS 피드도 한몫을 한다. 그러니 더더욱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은 거의 없다시피 할 것이다. 동의하는가? 나의 경우 계속 연민의 상태로 나를 몰아넣기만 했지 앞서 말한 것처럼 나를 '제대로' 바라봐준 적은 없었다. 명상을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했지만 그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상태라고만 이해했었다. 하지만 명상은 그것만은 아니다.


 그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오늘은 먼저 당신에게 숙제를 하나 주겠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유효한 숙제이다. 잠들기 전, 단 10분만 의식적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라. 그렇게 저 길 건너 자신이라는 친구를 보되, 좀 더 가까이서 그리고 조금씩 더 깊게 그 친구를 들여다보라.

그 친구의 감정은 그리고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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