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지독하게 후회될 때 보기 좋은 시간 장르물 3개

습관적으로 후회하는 마인드 개조 후기

by 꿀별

저는 프로후회러입니다


내 글에는 후회에 대한 내용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프로후회러이기 때문이다. 점심에 친구를 만나 지나가듯 던진 말, 엊그제 내가 했던 중대한 선택 등 크든 작든 이미 지나간 일을 끊임없이 곱씹고, 후회하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거의 매일 과거를 돌아보며 왜 더 무모한 선택을 내리지 못했는지 후회했다. 왜 그 남자를 만날 때 조금 더 유연하지 못했는지 후회했다. 왜 지나갈 사람들의 무례를 용인하고 살았는지 후회했다. 끊임없는 후회 속에서 단지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정신승리는, 나를 끝없는 후회의 장으로 다시 데려갔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선택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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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에게 시간과 후회에 대한 관점을 바꾼 세개의 콘텐츠가 있다.




인생이 후회될 때 보기 좋은 시간 장르물


1.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주인공 마코토는 시간을 돌린다. 친한 친구 치아키의 고백을 못 들은 걸로 하고 싶어서. 하지만 시간을 돌릴수록 꼬이는 자신의 삶을 발견한다.]


나는 이 영화를 고등학교 때 처음 봤다. 그땐 너무 어릴 때여서 그런지 주인공 마코토와 코스케의 사랑 이야기에 더 중점을 뒀다. 그리고 코스케의 담백한 성격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최근에 다시 보았을 때 고등학교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장치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영화는 단순히 시간을 돌리고 이루어지는 사랑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시간을 돌릴수록 꼬이는 마코토의 삶을 보며 깨닫게 되었다. '내가 만약 그때 이런 선택을 했다면', '5년 전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따위의 가정이 얼마나 오만한지. 결국 돌이킨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게 된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2.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자신의 하찮은 삶에 지친 주인공 노라시드는 죽기로 결심한다. 밤 11시 22분, 그녀는 삶과 죽음 사이의 중간지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눈을 뜬다. 그곳에서 도서관 사서의 안내를 받고 과거에 다른 선택을 한 삶을 살아볼 기회를 얻게 된다. 그녀의 가장 완벽한 삶을 찾는 모험이 시작된다.]


노라는 자신이 겪은 불행을 피하거나, 만회할 기회를 얻게 된다. 과거로 돌아가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을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더 큰 불행과 상실을 겪게 된다.


노라의 선택은 타인에게 영향을 주지만 타인의 삶까지 통제할 순 없다. 그렇기에 '~~했다면'의 가정은 애초에 터무니없는 것이다. 내가 그 선택을 해도, 타인이 나에게 어떻게 할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즉, 인생은 내가 한 것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하지 않은 것으로도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너무나도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3. 영화 <나비효과>



[주인공 에반은 자신이 일기를 보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한다. 그렇게 과거로 돌아가 삶의 불행을 고쳐나간다. 하지만 과거를 바꿀수록 자신을 괴롭히는 충격적인 현실만이 에반을 기다린다.]


과거 어떤 선택을 내렸냐에 따라 등장인물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기도, 원망하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또는 가장 악당이었던 사람이 완전히 교화돼서 새로운 사람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선택을 한다고 해도 에반의 인생이 완벽히 행복해지진 않는다. 만약 에반이 괜찮게 산다 싶으면, 그의 주위 사람들이 불행하게 살게 된다. 에반의 선택은 오로지 에반의 삶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가 내린 선택의 영향력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비효과처럼 퍼져간다.


그 어떤 선택도 에반과 그의 주변 사람들을 100퍼센트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큰 불행이 찾아오면 모를까. 이런 장면이 반복될수록 관객들은 깨닫게 된다. 지금보다 완벽한 삶은 없다는 것을.



넌 신이 아니야





인간의 삶은 유한하니까


위 콘텐츠엔 공통점이 있다.


- 주인공은 시간을 돌려 다른 선택을 한다면 자신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 시간을 돌리지만 이전보다 꼬여버린 자신의 인생, 불행해진 주변 사람들을 발견한다.


이는 과거 다른 선택을 했다면.. 하며 내리는 가정들이 얼마나 대단한 착각인지, 그리하여 우리가 현재 보내고 있는 지금이라는 시간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역설한다.



얼마 전 친구를 만나 어릴 적 책을 많이 보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친구는 그런 나를 보며 답했다.



지금이라도 보면 되지



가벼운 이 말을 듣자 나는 머리가 띵- 해졌다. 이미 지나가서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고 내가 하고 있는 후회가 주인공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또, 돌이켜서 책을 많이 읽는다고 내 삶이 크게 좋은 쪽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것은 나의 착각이기 때문이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이미 일어난 일들은 일어난 거다. 인생은 시험지처럼 수정한다고 좋은 점수로 나아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렇기에 바꿀 수 없는 과거를 인정하고, 내 삶 속 현재의 가치를 아는 것. 그게 온전하지 못한 인생에서 대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세가 아닐까. 어차피 다른 선택을 해도 내 인생이 진짜로 행복했을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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