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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Feb 19. 2023

필리피노, 인도인, 일본인과 카페에서 일한다는 것

알게 모르게 알게 되는 그들의 문화

팀홀튼에서 일하기 전 가장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코워커의 인성이다. 솔직히 말하면 캐나다에 온 후 만난 언니로부터 같이 일하는 인도인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는 후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나 역시 인도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걱정 했지만 그저 힘들게 하는 코워커를 만난다면 튀거나, '욕을 먹어도 영어로 먹는 게 낫지' 생각하며 존버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한 지 어느 덧 한 달이 되어간다. 그리고 지금까지 코워커들은? 좋다! 상당히 나이스하다.





인도인 코워커들

팀홀튼에 출근한 지 이튿날 쯤이었으려나 특이한 모자를 쓰고 출근하는 코워커 '엠'이 있었다. 지금이야 한 달 째 보는 모습이라 익숙하지만, 초반에는 생경하고 신기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닮은 모자의 이름은 터번이었다. 종교적 이유로 쓴다고 한다.

나중에라도 꼭..!


일을 시작한 초반쯤, 엠은 내가 금방 떠날 사람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내게 제법 시크하게 이야기 하고, 아주 가끔은 신경질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 출근을 하고, 인사를 건냈더니 언젠가부터 엠도 나를 보며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이제는 대화도 점점 나누곤 한다. 개인적으로 엠의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쁘다고 생각한다.


타루 역시 인도 출신 코워커다. 밴쿠버에 온 지는 4년이 지났고, 팀홀튼에서 일한 지 어느덧 2년이 넘었다고 한다. 집에서 출퇴근 길이 왕복 3시간이 넘는데도 2년을 이어왔다니 존경스럽다. 하지만 진짜 대단하다느끼는 것은 타루가 자신의 고향 인도를 떠나 홀로 밴쿠버에 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4년 간 학교도 다니고, 일도 하며 생활을 이어왔다는 것. 타국살이의 힘듦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타루에게 언제 가족이 보고싶냐 물었다. 타루는 "All days"라고 답했다.


인도 친구들은 점심을 만들어 먹을 때 소세지와 베이컨은 넣지 않는다. 토마토랑 오이, 해쉬브라운을 주로 넣어먹는다. 소세지와 베이컨은 종교상의 이유로 먹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엔 조금 심심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릴에 가로로 굽고, 세로로 굽고, 여러 소스를 조합하며 자신의 점심을 만드는 기술을 본 이후부터 그 생각을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필리피노 코워커들

필리피노 친구들은 영어를 참 잘한다. 매일 새로운 표현을 듣는다. 물론 대부분의 표현들은 '아 저렇게 말하는 거구나' 싶다가도 다음 주문이 들어옴과 함께 흩어지긴 한다. 그래도 확실히 리스닝의 스팩트럼이 넓어졌다. 최근 한 필리핀 코워커 콜이 '냅킨, 냅킨'하며 낄낄낄 웃었다. 솔직히 이해를 잘 못했는데 생리에 관련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대화가 끝날 때까지 농담은 아쉽게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안다는 듯 껄껄껄 웃었을 뿐.. 집에 가서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생리대를 영어로 'sanitary napkin'이라고 하는데, 손님이 냅킨 좀 달라는 걸 들으면서 농담한 것 같다.

모르겠을 땐 해피 스마일~^^


특이한 건, 필리피노 친구들은 매니저 리를 "마마"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다른 코워커들은 매니저 리의 이름을 부른다. 그래서 한 때는 필리피노 친구들이 매니저 리의 딸인 줄 알았다. 그런데 물어보니 필리핀은 매니저를 "마마" 또는 "마담"이라 부른다고 한다.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이다.



일본인 코워커

일본인 코워커는 딱 한 명 있다. 개인적인으로 일본 사람들은 한국과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는 게 느껴진다. 언어가 달라 특별하게 다가오지만, 굉장히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 그래서인지 이 친구는 한국에서 한 번 씩 봤던 귀여운 남자 후배 같다. 특별한 게 있다면 머리가 상당히 작고.. 예쁘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일하다보면 새롭게 알게되는 그 나라의 지식들이 있다.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던 편견은 바스라지고, '어느 나라 출신 코워커 OOO'이 아닌 그냥 '코워커 OOO'이 된다. 사회, 문화적으로 자라 온 환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쌓이면 그냥 한국에서 사귄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기 때문이다.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친구들을 단면만 보고 판단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4주간 지켜본 바에 의하면 내면이 참 순수하고, 좋은 친구들인 것 같다. 착실하고, 성실하고, 나이스한 사람들. 무엇보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


지금의 코워커들을 만나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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