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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Mar 20. 2023

캐나다에도 진상 손님이 있나요?

겁나 많던데요?

팀홀튼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두 달. 세상사는 곳이 다 그렇지만, 별 손님들을 다 만나고 있다. 팀홀튼은 가격이 저렴해 캐나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고,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찾는 카페다. 그만큼 손님의 예측 불가능함도 어마어마하다.


보통날은 나이스한 손님들 덕에 하루가 기쁘다. 하지만 어떤 날은 작정한 듯한 손님들이 와 모든 직원들의 혼을 빼곤 한다. 하루는 손님들에게 탈탈 털리고 기진맥진한 얼굴로 코워커 코라에게 말했다.


“It’s crazy day.”


코라는 답했다.


“I know.”





Crazy Day!


그렇다. 그날은 Crazy Day였다.


나는 샌드위치 바에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주문과 커스터 마이징을 맞추며 헛 둘 헛 둘. 완성된 샌드위치를 백에 넣어 손님에게 건넸다. 손님은 빵을 받으며 말했다.


“케첩 좀 줘”



사실 그 음식은 케첩이 나가는 음식이 아니었다. 하지만 케첩을 추가로 요청하는 건 흔한 일이라 바로 2개를 챙겨 건넸다. 곧바로 그는 “2개? 고작 2개?” 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3개를 더 달라는 게 괴성의 이유였다.


허둥지둥 3개를 챙기는 와중, 옆에서 샌드위치를 만들던 코라가 손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정확히 몇 개가 필요한 지 말해줘.”


손님은 알 수 없는 영어를 해가며 “애초에 안 물어봤는데 내가 왜 답해줘야 해!!” 하며 말했다. 그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며 도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화가 난 것이고, 그보다 한 참 어린 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화가 많은, agreesive customer을 만나곤 하는데 그럴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코워커는 stay cool이라 이야기했지만 나보다 덩치도 훨씬 큰 성인 남자가 카운터를 언제든 넘어올 수 있을 것처럼 몸을 들이댈 때, 그 눈빛과 표정, 괴성까지 공포스럽다.


공격적인 손님이 나가고, 공격적인 다른 손님이 오고, 손님은 끊이지 않고, 비워진 컵, 종이, 설탕을 채우고, 음식을 만들고, 커피를 내리고, 모바일 오더와 배달 주문을 준비하고, 다시 손님을 받고. 그렇게 끊임없이 움직이며 탈탈 털리다 보면 서비스 직의 비애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정신없는 팀홀튼의 쉬는 시간


정신을 차릴 시간도 없이, 얼마 후 뤱을 싸고 있을 때였나. 코워커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모두가 바라보는 쪽을 향해 고개를 틀었다. 한 남자가 도넛 상자를 들고 달려가고 있었다. 손님에게 주려고 꺼내놓은 도넛 한 상자를 그냥 웬 도둑이 들고나가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그거 네 거 아니야!!" 소리를 질렀지만 도둑은 그럴수록 더 빨리 걸으며 소리쳤다.



“Nooo~~ It’s mine! It’s mine!”



당장 달려가 잡을 수도 없고, 저런 작정한 도둑놈을 잡는다 한 들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 그놈은 순식간에 날아가 없어졌다. 우리는 황망히 사라진 도넛의 자리를 한참 바라봤다.




언제든 화낼 준비가 되어있는 손님들을 마주하고, 언어로 나 자신조차 변호할 수 없을 때마다 나는 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약자일 수 있는 지 알게됐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젊음과 다양한 경험이라는 명목으로 이런 것까지 겪어야 하는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 손님은 왜 저렇게 화가 났을까', '저 손님은 왜 저렇게 하고 싶은 행동만 할까' 같은 의문은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어떤 손님들은 그렇게까지 말하고, 행동해야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니까.


지친 마음을 안고 팀홀튼에서 2년을 일 한 코워커에게 ‘너는 어떻게 이렇게 오래 일할 수 있었냐, 시간이 지나면 이런 손님들에게도 적응할 수 있냐’ 물었다. 코워커는 ‘오래 일 했고, 적응하는 구석은 생기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손님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럽게 힘들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참 남의 돈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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