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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Mar 08. 2023

한국인은 무조건 놀랄 캐나다 홈리스 클라쓰

지극히 캐나다스러운 이야기

한 워홀러의 블로그 글을 읽었다. 출근을 했는데 가게 앞에 홈리스가 똥을 싸놨다는 내용이었다. 블로거는 이 상황을 설명하며 덧붙였다.


굉장히 캐나다스러워요


똥을 싸논 게 캐나다스럽다니! 어이없겠지만, 캐나다에서 생활해 본 사람은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과 캐나다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 캐나다는 한국에 비하면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것도 훨씬.


한국은 단일 민족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생활 속에서 주변을 둘러볼 때, 외국인을 찾기 어렵다.


반면 캐나다는 이민자의 나라다. 한국과 비교하면 모국어, 피부색, 키, 체형의 스펙트럼이 몇 배는 넓다. 당장 지하철만 타도 왼쪽에 앉은 사람은 스페인어를, 오른쪽에 앉은 사람은 인도어를, 뒤에 앉은 사람은 일본어를 쓴다. 서로의 출발점이 너무 다른 나머지 비교하기 어렵다. 뭘 입었든, 살이 얼마나 쪘든 역시 관심 없다.


나는 그런 캐나다의 분위기가 좋았다. 정해진 트랙을 살지 않아도 되고, 내 옆사람과 나의 속도를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 와서 도넛을 왕창 먹게 된 것도 체형의 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밴쿠버에서 생활을 하며 다양성의 이면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 진정으로 신경 쓰지 않는 시대의 마이웨이, 홈리스 때문이다!




어제는 지하철에 내려 카페를 가는 길에 홈리스를 봤다. 그는 거리 한 복판에 쓰레기를 뿌려 침대를 만들어놨다. 그리고 그 위에 대자로 누워있었다. 얼굴에 하얀 펜으로 이것, 저것 그려 놓고, 자신의 안방인 양 누워있는 그의 얼굴을 보자니 기괴함이 느껴졌다. 정말로 편안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생각이 들곤 한다


하루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맨 뒷자리 쪽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자 두 명이 커다란 스피커로 노래를 틀었다. 약에 취해 보였던 둘은 버스를 노래방으로 만들었다. 둠칫둠칫. 노래가 신나기는 했지만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익숙한 듯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여기에도 최강자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밴쿠버의 'e hastings street'. 'e hastings street'이란 홈리스들이 집단으로 모여사는 밴쿠버의 거리 이름이다. 아무리 밴쿠버가 캐나다에서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추운 날은 굉장히 춥다. 하지만 그런 계절에도 홈리스들은 집단으로 모여 텐트를 펴고 해스팅스거리에서 먹고, 자고, 놀고, 싼다. 그리고 이 숫자가 어마무시하게 많다.


약에 취한 홈리스들이 체면을 잊은 채 여기저기 쏘다니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유쾌하지만은 않다. 




모든 걸 포용하겠다는 ‘다양성’이 어디까지 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한 인간은 어디까지 살아질 수 있는지 캐나다에 와서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 그리고 홈리스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까지. 곳곳의 아름다움과 기괴함을 눈에 담으며 '살아본다'는 것이 어떤 건지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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