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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여행을 갈 땐 블로그 검색을 하지 마세요.

무작정 가보기!

by 가리영

블로그 그러니까 미리 마구 둘러보고 또 둘러본 블로그가 문제였다. 블로그에서 알면 섭섭해하겠지만 말이다. 처음 가는 외국여행의 낯선 장소는 늘 겁이 난다. 우선 영어를 잘 못해서 겁이 나고 모든 환경이 생소하고 처음 겪는다는 게 미리 예측할없다는 불안함을 갖게한다.


기안 84나 여행 유튜버들의 여행 브이로그를 보면 생소한 곳에서 뜻밖의 일들을 겪으며 처음 보는 외국인과의 인연을 맺는 장면들이 조회수를 올려주는 이벤트들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계획적인 틀에 평범한 여행을 좋아하는


14일의 캐나다 여행을 마무리하며 생각해 보니

참 이번 여행 우여곡절이 없어서 아주 평온한 여행으로 기억에 남겠구나 싶었다.


뭔가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낭패를 보기도 하고 고생도 해야 하는데 무척이나 평온했다. 그리고 일반적이었다. 감사하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게 블로그 덕분이기도 하고 때문이기도 하다. 미리부터 어디가 맛있는지 수백 번 검색을 했고 가고 싶은 장소의 풍경을 너무 많이 봐서 도착했을 때는 이미 거기에 살았던 거 같은 익숙함에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떨어졌다.


차라리 미리 알아보거나 검색하지 않고 남편이 가자는 대로 때로는 이게 뭐냐고 투덜거리면서 서로 투닥거리더라도 그런 무작정 여행을 가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쩌다 가는 마통가족의 캐나다 여행이 무작정까지 따라붙는다면 예측 불가능의 우여곡절의 난감한 상황이 먼 이국에서 벌어질까 두려워 나는 계획대로 움직여야겠어!라는 생각으로만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무난하고 평온한 여행이었는지도 모른다. 미리 알고 가서 더욱더 그랬는지도. 아니 애 엄마가 돼서 애들을 데리고 가니 용감함이 사라졌는지도...




첫날의 개스타운이 몸속 수분들의 배출소동으로 하루가 마무리가 되고 그다음 날의 여행코스는 그랜빌 아일랜드였다.


사진으로 보니 굉장히 이색적인 장소, 그리고 캐나다인들도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했다.


오호라! 여기야~ 하며 미리 찜해 둔 그랜빌 아일랜드 안 도넛 가게를 목표로 출발했다.


맛있어도 너무 맛있어서 꼭 먹어야 한다는 리스도넛 가게.


그렇게 주차를 하고 어딘지 알 수 없는 도넛 가게만을 목표로 주변의 환경은 둘러보지도 않고 직진했다.


굉장히 복잡한 공간구조인 그랜빌 아일랜드는 레미콘 회사가 가운데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큰 차들이 계속 들어가고 나오는 장소였다.


그 옆에는 공방과 예술 아카데미가 있어서 여기는 관광지인가? 배움의 장소인가? 아님 공장인가를 헷갈려하며 도넛 가게만을 찾아 들어갔다.



그렇게 찾은 도넛 가게! 남편은 그 외의 상가에도 맛있는 게 많은데 먹어보면 어때?라고 말했고 이미 배가 부를 때로 부른 우리는 도저히 먹을 수 없어라고 말하며 도넛만을 꼭 안고 야외테라스로 나왔다.


어딘가에 앉아서 캐나다의 풍경을 보며 도넛을 음미하려는 순간, 뭔가가 자꾸 따라붙는다.

내가 한 발자국 가면 슬그머니 한 발 자국 따라붙고 서서히 미행하듯이 자꾸 들러붙어 온다.



눈이 매섭고 무섭다. 내 손 안의 넛만을 노려보고 있다. 도넛을 꺼내는 순간 내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낚아채가려는 그 거대한 하나의 존재


깡패 같은 눈빛의 갈매기


상자에 손을 넣어서 도넛을 상자 안에서 조금씩 쪼개서 입에 얼른 넣었다. 갈매기의 눈빛이 어랏! 저거 약아빠졌네 하며 나의 잽싼 움직임에 당황과 어이없음의 표정이다.


그러자 잘 흘리고 먹는 큰 아이의 손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하나 흘리기만 해 봐 내가 가서 먹어버릴 거야라는 따가운 표정에 우리는 도넛 먹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여전히 회색빛 하늘과 도시의 풍경 그리고 요트들을 바라보며 편치 않는 디저트 타임이군 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배꼽티를 입은 틴에이져 캐나다의 10대들이 나타났다. 상콤하고 발랄하게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더니 단체사진을 찍어주라고 부탁한다. (남편에게)


그 남자 사진 못 찍는딩.. 속으로 말하며 쳐다보자 남편이 손짓으로 나를 부른다.


그녀는 사진을 잘 찍어 나보다~라는 영어로

나를 소개한다. 나에 대한 과한 기대감이 담긴 표정으로 사진을 부탁하는 그녀들


한국의 미니하트를 해보라고 했더니

'그게 뭐야?'라는 표정을 짓는다.


되지도 않는 영어로 코리아 포즈 미니하트~라고 하니 한 번씩 해본다.


이렇게 된 김에 다 알려주자 싶어 볼에 손을 동그랗게 모아 대어 보라고 했다

'이건 또 뭐야?'라는 표정


볼하트라고 말하자 순순히 따라 하는 그녀들.

서로 어깨동무를 해보라고 하고 뒤돌아서

손을 들고 하늘을 찌르라고도 하자

까르르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됐다.


이 정도면 한국식 아이들 포즈는 다 알려준 거 같다. 그녀들은 날렵한 허리와 배꼽을 보이며 나에게 땡큐를 외치며 떠나갔다.


부럽다 젊음이여. 나도 그런 때가 있었지 싶은 지금은 도넛 상자를 꼬옥 안은 아줌마.


그렇게 돌아오는 차에서 아 이제 갈매기 없다 편하게 먹을 수 있어라고 말하며 도넛을 실컷 먹고 돌아왔다.


그랜빌 아일랜드는 그렇게 막 볼만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잠깐 들러 돌아볼 수 있는 장소이기는 하다.


사진이 제법 그럴듯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넛은 맛있었기에 다음에도 도넛을 사러 그랜빌 아일랜드에 가볼 생각이다.


[ 배꼽티를 입고 날렵한 허리로~ 무작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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