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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Sep 23. 2024

하루종일 벽만 보고 누워있는 아내

아이의 아픔을 안 순간부터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왜?라는 질문을 수만 번 했다.



왜 내 아이가 아픈 거죠?
왜 하필 나인 거죠?
왜 나에게 이런 고난을 주신 거죠?
왜 나는 이런 슬픔에 잠겨 있어야 하나요?
왜 아무 응답도 안 하시나요?
왜 나를 힘들게 하시나요?


왜라는 말에 대한 대답을 어디서도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었다. 



왜라는 질문에는 슬픔이 담겨 있었고 원망이 깊이 박혀있었다. 벗어나고 싶어서 하는 질문이었고 벗어날 수 없는 절망에 울부짖는 물음이었다.


원인을 찾을수록 알 수 없었다.

돌연변이처럼 생긴 일이라는 게 겨우 수수께끼의 문제만을 만들어줄 뿐 고난을 받아들이기에

나는 그릇이 작은 사람이었다.


자꾸 넘치는 버거움을 흘러 보내자니

파여버린 나만의 동굴에서 나는 우울의 통곡을 해야 했다.  온전히 나에게 자꾸 울리는 소리 나를 더 쓰러지게 만드는 버거움이었다.


입이 아프다지만 잘 먹고 잘 키우면 수술을 해서

온전해질 거라는 긍정의 마음이 있었다.

나의 노력과 정성으로 아이가 잘 클 거란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아이는 먹지 못했고 70일도 안된 신생아의 몸으로 고열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는 급하게 응급실로 갔고 rsv바이러스 감염이라고 했다. 먹지 못하는 작은 아이에게서 피검사를 해야 한다면서 몇 통이 되는 피를 채혈해 갈 때는 마음이 찢어져버리는 거 같았다.


뽑지 말라고 안 그래도 못 먹는 애한테 뭘 가져갈 게 있다고 피를 이렇게나 많이 뽑아내는 거냐고 울었다. 아이는 금식에 들어갔고 먹지 못하는 아이로 애가 탔던 나는 마음이 옹 그라 드는 것처럼 더 타들어갔다.


알고 싶었다 나에게 이러는 이유를...

마음에 남아있는 조그마한 긍정마저 다 태워버리는 것인지.... 도대체 나에게서 뭘 바라시는 건지 궁금했다.

정말 간절히 알고 싶었다.

어떤 답이라도 들어야 내가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더 말라버리고 못 먹게 돼버린 아이를 퇴원시킨 후 집에 돌아온 후 나는 더 깊은 좌절에 빠졌다.


깊은 좌절은 우울의 감정마저도 가질 힘을 빼앗아갔다.


나는 벽을 보며 돌아누웠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멍하니

무의미하게 하루종일 벽을 바라보았다.  


눈을 감고 잠이 들었지만 깨어서도 계속 잠이 왔다.

모든 것을 내어버린 순간 나는 무기력해졌고

벽을 바라보고 누운 시선은 어떠한 의욕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남편과 친정엄마는 나를 흔들며

더 정신 차려도 힘들 판에 왜 누워만 있냐고

지금 잠이 올 때냐고 윽박 하듯이 말했다.


나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저 눈을 떴다 다시 감았다.
다시 벽을 보고 눈을 감았다.


남편은 그런 내가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화를 내며 말을 해도 아무 반응이 없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왜 그러냐고 달래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에게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라고 말했다.


나는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이 상황이

마음이 갈 수 있는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죽고 싶지만 죽을 수 없는 하루


눈을 감고 모든 걱정을 버리고 싶지만

버릴 수 없는 현실


나는 못하겠다고 울어버리고 싶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게 없는 고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았지만

모든 노력이 벼랑 아래 구렁텅이로

허무하게 떨어져 내려갔다.


밥을 먹고 싶지 않았다.

물도 마시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았다 뜨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힘들었다.


아픈 아이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이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남편은 절망의 늪에서 빠져서 나오려고 하지 않고

내 숨을 스스로 죽여가는 나를 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른다.


당신 너무 힘들어?

그래서 그래?


나를 공감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표정 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전부터 힘들다고 표현했지만

힘들어도 참고 긍정적으로 살아보려고 했지만

내가 얼마나 힘든지 괴로운지

아무도 나를 돌아봐주지 않았다.


내 손을 잡고 남편이 말했다.


미안해.. 오늘부터 우리 같이 기도하자.

내가 당신 위해서 기도해 줄게..

미안해.. 당신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

우리 같이 기도하자.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 봐도 안 되는 일은

기도해야 하는 일이 건가 봐.

기도하자.. 손 잡아. 자 어서 손 잡아


억지로 나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남편은 그날부터 나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내 마음에 있는 걱정을 자신의 입술로 말했다.

그리고 하나님께 구했다.


우리는 할 수 없지만 그래서 마음이 아프지만

불쌍히 여기시고 도와주시라고

우리와 함께 해 주시라고...

아내에게 힘을 주시라고...


남편과의 손을 잡고 기도를 하자

나는 조금씩 일어나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아이는 잘 못 먹고 연약하지만

다시 힘을 내보려고 하기보다

(사실 다시 힘을 낼 마음의 기운이 아예 없었다.)

그냥 하루를 살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겨우 일상을 보낼 수 있는 힘을 만들어갔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홀로 집에서 아이를 돌보던 아침이었다. 아이에게 줄 분유를 타기 위해 정수기 옆에 서 있었다. 뜨거운 물을 따르려고 서 있는 정수기 위에는 라디오가 하나 있었다.

라디오에서 한 말씀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 편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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