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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Sep 26. 2024

매일 저녁 30분, 남편 손을 잡고 있으면 생기는 일

 절망으로 깊은 우울증에 빠져 하루종일 벽만 보고 누워있는 아내를 일으킨 건 남편의 손이었다. 억지로라도 앉아서 손을 잡고 눈을 감으라고 했다. 그리고 하루 30분 함께 기도를 하자고 했다. 우리에게 온 둘째 아이의 연약함이 기도제목이었지만 남편은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거나 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주자고 말했다.  아이의 진료를 다니다 보니 다양하게 아픈 아이들을 병원에서 만나게 되었고 부모들끼리 서로의 아픔을 이야기하다 기도 제목을 나누게 되었다. 그렇게 알게 된 이들을 위해서 매일 30분씩 기도를 시작했다.


 갑자기 남편과 손을 잡고 매일 저녁 30분이나 기도하려니 처음에는 어색하고 영 불편했다. 남편이 억지로 끌어당겨 마지못해 손을 잡는 시간이었다.


 남편과 내가 손을 잡는 어색한 이유는 이랬다. 남편과 나는 지인의 소개로 만난 사이였다.  처음 만난 날이 2010년 12월 27일쯤 이었는데 다음 2011년 6월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5개월이라는 짧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보니 서로 정반대 되는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는 것을 살. 아. 가. 면. 서.  깨달았다.


 어느 날은 내가 생각하는 반대로 행동하고 말하면서 살아가는 남편이 신기하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인가? 궁금했다.  처음엔 뭐든지 해줄 것처럼 다정하고 따뜻하더니 결혼을 하니 내가 있으면 누워있었고 내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면 안에만 있고 싶어 했다. 차가운 게  먹고 싶은 날에는 뜨거운 먹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계절의 날씨를 느끼면서도 나는 추웠고 남편은 더웠다. 취향 식성 취미 생각 대부분의 것들이 출발점의 신호처럼 결혼식을 올리고 다음 날부터 반대였고 그렇게 우리의 동상이몽이 시작되었다.  


 하루는 같은 길을 걸어가다 방향으로 나눠지는  길이 있었다. 그 길은 다시 한 길로 만나는 골목길이었다.  나는 남편과 내가 얼마나 다른지 그 길목 앞에서 남몰래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서로 같은 한 방향으로 걸어갈지 각기 다르게 나눠져 걸어갈지 알고 싶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어가던 우리는 방향의 길에서 나는 좌로 남편은 우로 걸어갔다.  다시 만난 길에서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생각하는게 정말 달라도 완전 다른 사람이 만난 거구나.

남편은 내 생각과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는 다른 사람이구나.

사소한 모든 것이 서로 반대이구나.


그렇게 서로를 이해했으면 성숙한 부부였을지 모른다.  서로를 이해하기 보다 이해를 강요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강했다. 각자의 서운하고 토라진 마음 속을 깊이 들어다보면  나는 남편에게 아내로 사랑이 받고 싶었고 남편은 아내에게 인정이 받고 싶었다. 그러나 먼저 마음이 통하지 않으니 말도 통하지 않았고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거나 인정하지 않아 늘 불편한 상태였다.


요즘 말하는 MBTI로 나는 F 성향이라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고 남편은 T 성향의 이성적인 사람이다. 서로 대화를 다섯 마디 이상 주고받으면 나는 공감받지 못했다며 울고 있거나 서운함에 화를 냈고 남편은 상황에 맞지 않는 억지소리를 하고 있다며 성질을 냈다. 그러다 하나는 결혼을 후회를 하며 집을 나가버리기도 했다.  당연히 결혼생활이 편하지 않았고 마음 어딘가에는 화가 가득 있었다.  나를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가르치려고 하는 남편의 말이 듣기 싫었고 불편했다. 다정하기보다는 시시콜콜 트집을 잡는 게 서운하고 마음이 아팠다.  짧은 우리의 연애가 후회스러웠다. 나와 성향이 맞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인지 알아보지 못한 게 실수였다고 생각했다.


 서로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은데다 성향 또한 반대가 만나서 살다보니 늘 으르렁 거리며 살았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도 오고 가는 말도 따뜻할 수가 없었다. 같이 있으면 어색했고 답답했다. 그런 상황에 아픈 아이를 낳고 나니 나의 온 관심은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체크하는 몸무게 그리고 수유양이었다. 예민하게 챙겨야 할 게 많은 나와  달리 남편은 회사일에 지쳐 낮잠을 자거나 육아와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았다. 나는 몹시도 고달프고 서운하다 생각하며 남편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말해봤자 감성과 이성이 부딪혀 갈등만 남고 부부가 서로에게 큰 소리 치는 모습에 상처는 아이들이 받을 것을 생각하니 참아야 한다는 마음이 울화처럼 늘 단단하게 뭉쳐있었다.


 그런 남편이 손을 잡자고 하니 손 끝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30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생각해보니 짧은 연애와 4년 정도의 결혼생활 동안 남편과 손을 잡고 있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익숙하지 않는 서로에게 아주 불편한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뭉쳐있는 울화와 깊은 낙심에 빠져 벽만 보는 아내를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한 남편은 매일 억지로 내 손을 끌어당겨 일으키며 잡았다. 아내의 상한 마음을 위해서 기도해 줄 때는 더 꽉 잡아주는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눈을 마주치며 어색하게나마 오늘도 아이를 돌보느라 수고했고 고생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몇 달을 기도를 하자 내 마음의 울화가 수증기처럼 점점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남편의 손이 든든하게 느껴졌고 나를 위한 기도가 진심처럼 와닿았다. 여전히 우리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기도했던 다른 아이들이 더 건강해지고 잘 지낸다는 소식이 우리가 함께 하는 기도가 힘이 있다는 마음을 주었다.


 우울함이 깊은 사람은 잠을 많이 자려고 한다고 한다. 우울에 의한 무기력감이 자꾸 누워있게 하고 잠을 자게 한다고 한다. 그때의 내 모습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나와 비슷한 우울감에 빠진 사람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 필요한 치료법이 두 가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바로 우울한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서 봉사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타인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까라는 생각을 할 때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무기력함을 이겨내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내 삶이 힘들었지만 다른 이를 위해서 기도했을 때에 내 안에 방전된 마음이 타인에 대한 사랑과 위로의 마음으로 충전이 되었던 것이었다.  


 두 번째는 세로토닌 분비를 위한 스킨십이다. 매일 남편과 30분 동안 손을 잡는 스킨십이 우울한 마음에 행복 호르몬인 세르토닌을 분비하게 한 것이다. 그렇게 차츰 나약해져서 쓰러져있던 나의 삶이 힘을 갖게 되었다.


 처음 손을 잡고 시작한 기도를 2년 정도 지속했다. 그러다 보니 남편과 함께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걷는 게 익숙해졌고 결혼 5년 차부터는 연애하는 사이처럼 서로 친숙함과 애틋함을 느끼게 되었다. 여전히 감성과 이성의 부딪힘이 소소하게 있지만 이내 서로가 의지하고 보호해야 하는 한 울타리라는 결속이 손을 웅켜잡으므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가족 모두가 함께 앉아 기도하고 가정예배를 드린다.  둘이 잡은 손이 가정 안에서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다정함을 만들어냈고 친밀감을 갖게 했다.  


 우리 부부는 함께 신앙의 교제를 하는 여러 부부들에게 부부가 손을 잡고 매일 저녁 10분 이상 기도해 볼 것을 권하기 시작했다. 다들 그런 걸 어떻게 하냐고 손사래를 쳤고 우리는 다른 부부의 손을 처음 우리의 시작처럼 억지로라도 맞잡게 도와주었다.  부부끼리 또는 자녀의 손을 하루에 잠시라도 잡아보기 바란다. 별 거 아닌 사소함이 가정의 화목함을 주는 특별한 비결이 되기 때문이다.          



<<연약하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아 >> 연재북은

 10년간 선천성 기형으로 태어나 중증의 지적장애와 염색체 질환을 가진 루아를 키워 온 그리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 입니다.


 때론 깊은 어둠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 동굴 속의 막막함이 그런 괴로움에 한 줄기 빛줄기가 찾아와 희망을 기대하는 시간들이 쓰여가게 됩니다.


 10년을 지내오며 엄마인 제가 그리고 가장인 남편이 루아의 오빠인 아들이 겪어오고 느낀 다양한 이야기들이 풀어지게 됩니다. 루아의 성장 시간을 따라 순차적으로 적어가기도 하지만 에피소드를 풀어가듯 상황을 따라 적어갈 때도 있을 예정입니다.


  연약했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고 더 성장해갔던 루아네 가족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보겠습니다.  함께 공감해주시고 마음으로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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