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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Sep 30. 2024

피아노가 집으로 굴러들어 왔다.

주어진 하루에서 원망보다는 감사를 하기로 한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창문 밖 아침 햇살을 보니 이 햇살마저도 귀하게 느껴진다.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내 눈 아이를 안을 수 있는 내 팔 품에 안고 맡을 수 있는 아이의 사랑스러운 젖냄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내 입술과 목소리 모든 순간들이 감사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돈으로 가치를 따지며 바꿀 수 없이 귀한 게 많은 하루였다. 비록 나에게 아픈 아이가 있지만 알고 보면 거저 값없이 주신 것도 많구나 싶었다.


주일 예배를 드리러 가서 예배를 한 참 드리는데 설교 중에 이 한 마디가 나에게 박혀온다.



예수님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 

예수님도 날 위해서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신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만 하는 건데 

온 세상 천지를 지으신 전능하신 하나님이 날 위해서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신다고? 아 뭔가 신나는 말이다. 어린아이를 양육하느라 하루에도 온종일 아이에게 집중하느라 바쁘지만 

난 예수님을 위해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봐야지 하는 생각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 하나님 저는요. 애들을 이뻐해요. 어린애들을 돌보고 지도할 수 있는 재능을 주셨으니 저에게 삶의 여유가 생길 때에 아이들을 챙기고 기도해 주고 말씀을 알려주는 선생님이 되게 해 주세요.


# 아 그리고 하나님 저는요. 재밌게 말하는 것도 좋아해요. 아이들이나 사람들 앞에서 성경이야기를 재밌게 들려줄 수 있는 사람으로 쓰임 받고 싶어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하나님 저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해요. 마음에 주시는 생각 지금 나의 삶의 이야기 언젠가 글로 써서 나눌 수 있도록 저의 삶을 평강의 길로 인도해 주세요. 아셨죠?


그러다 문득 아주 찰나 그러고 보니 피아노가 하나 있으면 아이에게도 쳐주고 찬송가도 연습해 보면 좋겠네라고 생각했다. (스쳐가듯이 꼭 필요한 건 아니고 있으면 좋겠다 정도였다.)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고 하루종일 집에서 육아를 하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전화가 왔다.


-여보~! 00 반장님이 피아노 필요하냐고 하시네? 필요한가? 

 아직 애들이 4살이고 갓난아이인데 우리 있으면 잘 쓸까?라고 묻는다.


어? 피아노를 주신다고? 왜?? 갑자기??


-응 애들이 다 커서 피아노가 필요 없으시대. 근데 많이 안쳐서 거의 새 거라네 중고로 팔까 했더니 

 너무 싸게 쳐 주려고 해서 그냥 우리 집 필요하면 나보고 가져가래


어! 있으면 좋지 너무 감사하지~ 근데 어떻게 가져오지?


-함 알아봐 ~ 우선 그럼 우리가 가져간다고 말씀드린다.


응~~


하고 전화를 끊고 피아노 조율 겸 운반을 하는 업체를 알아보았다. 

비교적 싼 값에 옮겨주셨고 조율까지 하시면서 사장님이 물어보신다.


- 이거 샀어요?


아니요. 아시는 분이 그냥 주셨어요


-이거 엄청 좋은 피아노인데? 이거 요즘에 살려면 못해도 90만 원은 줘야 해요. 그리고 새거 사려면 200만 원은 넘는데 이거 거의 안 쳐서 새거나 다름없네~ 이거 주신 분한테 밥이라도 사요~ 이렇게 좋은 거 구하기 힘든데 그냥 줬어요~ 복 받았네 그냥 이 비싼 피아노를 받고 암튼 좋은 건지 알고 써요.~


마이너스 재정에 피아노를 사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있으면 좋겠는데 라는 찰나의 생각을 한 순간 남편에게 전화가 온 것이었다. 나는 들었던 말씀이 생각이 났다. 

내가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만 했는데 바로 나에게 무엇이 있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피아노를 보내주셨다니!!  아무튼 그렇게


피아노는 우리 집에 굴러들어 오게 되었다.


그 뒤로도 나는 지금 아이를 키우고 집에 내 발이 묶여있지만 내가 언젠가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진심으로 고민을 하고 또 스쳐가듯 필요한 것을 떠올리게 되면 ---> 그 물건들이 집으로 굴러들어 왔다.


아이에게 위인전이 필요하겠는데?라고 생각하면 그날 저녁 남편이 회사 직원이 주셨다면서 위인전을 들고 왔고 그릇이 오래되어서 이제 하나 필요하겠는데?라고 생각만 해도 남편이 또 그날 저녁 그릇이 담긴 박스를 들고 왔었다. 


누군가 이 집은 어렵게 산다면서 무슨 물건이 이렇게 많아?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어떻게 이 물건이 우리 집에 굴러들어 왔는지 이야기를 해주자 "정말 그런 일이 있다고? 그럴 수가 있는 거야?"라고 말하며 놀란 눈으로 휘둥구레져서 가곤 했다. 한 권사님은 " 나도 하나님한테 피아노 주라고 해야 것네! :라고 말하며 " 부러워서 못살겠어" 라고 말하곤  그 뒤로 "몇 년째 피아노 하나 얻기도 힘들고 중고로 구하기도 힘들고 아따 사기도 비싸서 힘드네"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피아노가 굴러온 사연이 평범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이뿐인가. 내 필요를 아시고 채우시겠다는 주님은 여러 사람을 통해서 우리 가정을 먹이시고 입히시고 살 게 하셨다. 그 모든 것이 낡고 부족한 것들이 아니라 맛있고 신선한 것이었으며 비싸고 새것 이상으로 좋은 물건들이었다.  이런 기적을 체험했다고 해서 우리가 모든 물질의 불편함을 백 프로 해소했던 것은 아니지만 또 한 번 글을 쓰며 돌아보니 늘 나의 필요가 무엇인지 나보다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시고 챙기셨던 하나님이셨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
저도 이제는 그동안의 채우신
하나님의 은혜와 손길을 기억하면서
누군가의 집에 필요한 것들이  굴러가도록
제가 가진 것들을 흘려보내는 삶을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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