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곱하기 아이<미역국 곰솥 가득>
6.
<미역국 곰솥 가득>
한참을 앓고 난 후 내 머릿속 전광판에는 한동안 ‘살아야 해.’라는 문구가 번뜩였다. 하지만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처럼 많다면 내 체력은 동산처럼 적었다. 그 와중에 끼니를 챙겨 먹기 위해서 들이는 수고조차도 내게는 역부족이었던 상황. 그래도 굶어서 전과 같은 환자 모드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큼직한 소고기를 주방가위로 자르고 보관해둔 미역을 물에 불리기 시작했다. 인터넷 레시피에 따라서 마늘과 함께 고기를 볶고 간을 한 다음 미역국을 큼직한 곰솥으로 끓였다. 그리고 이미 출산한 여자처럼 수시로 국물에 밥을 말아먹었다.
‘날 두고 어디 멀리 가는 거야?’ 퇴근 후 신랑이 곰솥 가득 미역국을 보더니 말했다. ‘아니지, 하지만 오늘 저녁과 내일 저녁은 미역국으로 하도록 하자.’ 신랑은 회복한 의욕충만 임신부의 미소를 보며 만화처럼 방울 땀을 흘렸다. 사실 미역국은 출산 후 질리도록 먹는다지만, 배가 뭉치고 아픈 지금도 너무나 회복에 도움이 된 데다가 임신 후 느려진 장 때문에 원활한 배변활동이 어려운 가여운 나 같은 사람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음식이었다. 게다가 우리 식구에게 소고기는 무조건 맛있는 음식이었다.
미역국은 나흘째 솥 안에서 덥혀지며 우리에게 영양을 공급했다. 한겨울에 주방은 서늘한 환경으로 미역국을 보호했고, 위기감을 느낀 신랑은 자신의 찬거리를 다시 사 오기 시작했다. ‘에이, 미리 말 하지. 다른 반찬 해두게.’‘아니야, 우선 건강 챙겨.’ 하며 일용할 테이크아웃 양식을 펼치는 신랑이 조금 안쓰러웠다. 근데 나도 조금 미역국이 물렸던 것 같다. 조용히 반 그릇 정도만 미역국을 담아 먹고, 신랑의 반찬과 밑반찬으로 밥을 마저 비웠다.
‘조금 먹던데, 배 안고파?’ 밤 10시쯤 신랑이 물었다. ‘임산부가 방심하는 순간 엄청 살이 찌기 때문에 과식은 절대 금지야. 건강상, 미용상은 물론 태아에게도 좋지 않대.’ 나는 단호하게 답했다. 하지만 열 두시가 되기 전 나는 견딜 수 없는 공복감 때문에 결국 국그릇에 미역국+쌀밥의 콜라보를 만들고 말았고, 정말 야무지게 숟가락으로 그 녀석들을 해치웠다. 조금 민망했지만, 정말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다 먹고 나서 아기가 있을 것 같은 쪽을 향해서, 그러니까 아랫배를 만지며 외치게 되었다. ‘맛있었어요? 엄마가 안 먹었으면 큰일 날 뻔했지요? 맛있게 잘 먹었어요?’ 하며 호들갑을 떨 만큼 너무나 맛있는 한 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