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빠라니1
남편은 핸드폰으로 매일 게임을 한다. 짬을 내서 마을을 관리하고 팀도 꾸려서 전투도 하는데, 집에 꼬박꼬박 퇴근해서 같이 누워 조용히 게임 하거나 나랑 수다떨며 하루를 마감한다. 주말이 끝나가는 일요일 우리는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부족한 잠을 위해 일찍 누웠다.
나는 중간에 깨버려서 자는 동안 흘린 땀을 씻어내고 아기 용품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남편의 스마트폰을 충전해주려다 잠시 폰을 봤다. 아니나다를까 폰에는 구동중인 게임이 켜져있었는데 귀엽게도 등장인물 이름을 우리 아가의 태명으로 해 놓았다. 맘카페 가입을 위해 나도 닉네임을 ㅇㅇ맘 이런식으로 해놨지만 남편이 조용히 아가 태명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귀여웠다.
임신 초기도 생각난다. 나랑 당일치기로 정동진에 다녀온 다음 날 속옷에 피가 비쳐서 신랑에게 알렸을때 '진짜야?'라고 내게 말 했다. 내용은 그것 뿐이었으나 여지껏 나한테 한번도 그런 날카로운 목소리톤으로 말한 것은 처음인지라 나도 모르게 서운했다. '어..근데 왜 그렇게 날카롭게 말 해?'
그러자 신랑은 나를 나무라는 투로 말한 것은 아니었다고 하며 '이게 침착할 일이 아니잖아.'라고 답했다. 하긴 그렇다. 아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냐는 당연한 염려였다. 병원에 가 보니 착상혈이고 이상 없음. 바로 카톡으로 소식을 날려주니 기뻐하더라.
누가 모성애보다 부성애가 가볍다고 하랴. 티 내진 않지만 아빠도 아가를 간절히 기다린다. 혹여 나중에 아가가 아빠를 덜 친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엄마로서도 내가 잘 해야지. 귀여운 예비 아빠의 사랑이 내게도 느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