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0 나의 멜랑꼴리아

10년 주기로 찾아온 나의 우울감

by 로로Roro

사람이란 참 간사하지? 당시 나는 선택적 공황장애 망상에 사로잡힌 것은 아녔을지. 아침엔 부랴부랴 일어나 출근준비 하느라 오래 걸리지만 한 번에 쭉 가는 버스에 잽싸게 자리를 잡고 창밖을 보다가 직장에 도착한다. 하지만 돌아올 때는 아무것도 타고 싶지 않다. 아니 사람 많고 폐쇄적인 지하철도 버스도 탈 수가 없다. 그래서 뭐든 타면 20~3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를 그저 걸었다. 매일 저녁, 노을 진 하늘을 보며 터덜터덜 걸었다. 아침엔 지각할까 봐 꾹 눌러둔 거부감이 저녁때는 너무 커져서 퇴근길에도 한강다리를 건너게 했다.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간간히 난간에 기댄 적도 없다. 그저 앞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매일 저녁 그러고 나면 녹초가 되어서 잠이 잘 왔다. 어김없이 비슷한 악몽을 꿔서 깨진 했지만. 등굣길에 제대로 된 준비가 되지 못한 나, 시험이 내일인데 몰랐던 나의 심정으로 깼다. 혹은 시커먼 들짐승이 나를 뒤쫓아오는 그런 꿈들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불면보다는 터덜터덜 녹초 잠이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 그러다가 아침에 창가에 햇살을 바라보면 너무 두려웠지만. 날이 맑을수록 그랬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나는 비 오는 날이 맑은 날보다 좋다.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참 이상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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