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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서점 / 정지혜

읽은 책 문장 채집 no.22

2021년. 카카오프로젝트 100. [문장채집] 100일 간 진행합니다.
1) 새로운 책이 아닌, 읽은 책 중에서 한 권을 뽑습니다.
2) 밑줄이나 모서리를 접은 부분을 중심을 읽고, 그 대목을 채집합니다.
3) 1일 / 읽은 책 1권 / 1개의 문장이 목표입니다(만 하다보면 조금은 바뀔 수 있겠죠).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한 사람만을 위한 서점 / 정지혜


1. 손님일 때는 몰랐다, 지나치게 춥거나 덥지 않도록 수시로 실내 온도를 확인하고 쾌적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환기하는 부지런을. 잔돈이 떨어지기 전에 은행에 가서 바꾸어 오는 수고를. 독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사 없는 잔잔한 음악을 골라 트는 정성을. 공간을 꾸린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p. 27)


2. 서점에서 일할 때는 손님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했는데, 작은 돗자리를 사이에 두니 손님과 내 마음의 거리도 그만큼 가까워진 듯했다.(p. 42)


3. 인내가 필요한 시기인데 무턱대고 용기를 내려는 건 아닐까 싶어 자꾸 뒷걸음쳤다. 그래서 서점 바깥에서 작은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어느 순간부터 이유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책을 전하는 방식에는 여러 모습이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장 자신 있는 방식은 독자와 눈을 맞추고 한 권의 책을 직접 전하는 것이었다. 지금이야말로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p. 45)


4. 회사까지 그만둔 마당에 소심해지는 나 자신이 당황스러웠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데 억지로 몰아붙이기 보다는 아이디어도 얻을 겸 한 달간 일본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p. 48)


5. 나는 '볼드모트'라는 이름이라도 들은 것처럼 화들짝 놀라 주눅이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p. 51)


6. 땡스북스는 사람들에게 책과 가까워지면 맛볼 수 있는 행복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노란 불빛의 따뜻한 조명이 비추는 공간,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커피향이 나는 편안한 공간에서 책을 고르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문화적인 자극을 받는 것이 삶을 얾마나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지 알려 주었다. 책의 가치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책 읽는 환경을 매력적으로 만들면 책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는 것을 나는 땡스북스에서 배웠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내가 느낀 책의 재미를 사람들에게 전해 주고 싶었다. 이런 마음으면 충분하지 않을까?(p. 52)


7. 내가 가진 능력을 백 퍼센트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내가 주체가 되어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자. 그제야 서점을 열어야 할 이유가 또렷이 보였다.(p. 61)


8. 공기책방이라고 불리는 '이카분코(오징어문고)'. '에어기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공간도 없고 판매하는 책도 없는 공기 책방을 만들었다. 가게가 존재하는 것처럼 매일 트위터에 "책방 문 열었습니다"라고 개점 인사를 하고, 무가지인 '이카분코 신문'을 발행한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오프라인 서점의 의뢰를 받아 '이카분코 페어'를 개최하거나 가게가 없다는 이점을 살려 잡지와 인터넷에 지점을 여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p. 66)


9. 새로운 일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성취와 성장의 기쁨은 얼마 못 가 다음 달 월세와 홍보, 모객, 수익을 걱정하는 노파심으로 뒤바뀌었다.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삶을 꾸려 가고 있다는 확신 대신 매사에 전전긍긍하는 지질한 자신과 더 자주 마주쳤다(송은정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p. 129)


10. 꼭 장사가 아니더라도, 어떤 일을 하건 그 일은 처음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초라할 것이다. 가끔은, 아니 꽤 자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느낄 것이고, 아무리 해도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들을 견뎌 내야 한다. 아니, 무언가를 한다는 건 그런 일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꿈꾸는 일이나 시작하는 일, 그리고 시도하는 일은 중요하다.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일은 견디고 기다리는 일이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이 견딜 수 있는 일을 할 때 견딜 수 있다. 아무 일이나 견디기만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그러니 견딜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 다시 말해 견딜 수 있는 꿈을 꾸는 것, 그 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지켜 나가는 것, 그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한수희, 아주 어른스런 산책)(p.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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