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눈을 뜨다

지수의 이야기

by 더 로사 The ROSA

몇 번이나 눈을 감았다 떴는지 모른다.


눈을 감으면 자꾸 오빠의 얼굴이 떠올랐고,

눈을 뜨면 형광등 불빛에 눈이 시렸다.


병실 옆 의자에 웅크린 채, 나는 오빠의 숨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행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의사는 현실적인 이야기만 했다.

‘이전처럼 시력을 완전히 회복하긴 어렵습니다.’

‘부분적인 손상이 남을 수 있습니다.’

‘경과를 지켜보죠.’

수많은 말들이 비눗방울이 되어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의사의 말을 들으며 오빠의 눈이 잘못될까 봐,

평생 다시 볼 수 없게 돼버릴까 두려웠다.

그리고 그 끝에 오빠에게 너무 무심했던 내가 있었다.


오빠가 눈을 떴을 때,

나를 보기 싫어하면, 나를 피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아이 키우고, 시부모님 댁에 왔다 갔다 하며 집안 돌보면서

주말마다 오는 오빠를 위해 오빠가 좋아하는 반찬을 챙겼고,

피곤한 오빠를 위해 아이들만 데리고 외출하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안부를 묻고, 헤어지며 각자 주어진 일상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당연한 거라 여겼다.


하지만 그날.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던 문자,

그리고 들려오던 오빠의 전화 목소리를 듣고도 믿지 않았다.

여유로운 일상에 감사하던 내가,

불과 몇 시간 후에 이렇게 병원 의자에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오빠의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오빠…?”

오빠의 입술이 떨렸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한쪽 눈을 떴다.


“나… 살아 있네.”

오빠는 나를 보며, 겨우 그 말을 했다.


그 한마디에 눈물이 쏟아졌다.

하염없이.

“당신은 나 없이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거든…

근데… 나도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

불에 덴 듯 목이 막혔지만 끝까지 말해줬다.

오빠가 없다는 생각만으로 얼마나 끔찍한 지옥이었는지를...

“하루가 너무 길었어. 그냥… 숨 쉬는 것도 너무 힘들더라.”


오빠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예전처럼 따뜻했다.

"지수야."

오빠가 내 이름을 불렀다.

살아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이제는 진짜, 같이 살자."

그 말이 마음속 깊이 들어왔다.

이제는 ‘주말’이 아니라,

매일의 남편. 매일의 아빠.

매일의 가족이 필요하다고.


집을 옮겨야 하는지

일터를 바꿔야 하는지

아이들 학교와 유치원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잠깐 머릿속에 스쳤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아직 먼 미래의 일을 미리부터 걱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보단 살아서 함께 있는 오늘에 감사하고 싶었다.


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들어왔다.

밤은 끝났고, 우리도 그렇게

다시 하루를 시작하게 됐다.

keyword
이전 10화10. 눈을 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