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우리
빛이 스며들었다.
눈꺼풀 하나를 드는 데에도 숨이 막힐 만큼 힘이 들었다.
오른쪽 눈은… 감긴 채로 열리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닫는 데 몇 초가 걸렸다.
"오빠…?"
익숙한 목소리였다.
나를 몇 번이고 부르던,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면서도 내 이름만큼은 다정하게 불러주던 그 목소리.
지수였다.
나는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목 뒤로 느껴지는 통증이 온몸으로 퍼졌다.
지수는 의자에 몸을 웅크린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 밑이 퉁퉁 부어 있었다.
내가 아는 지수는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참 작아 보였다.
"… 나, 살아 있네."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을 뿐인데
지수의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뚝 떨어졌다.
그녀는 말없이 내 손을 꼭 잡았다.
"미안해…"
아무 생각 없이 그 말이 입에서 나왔다.
지수에게 미안했다.
다치게 해서, 놀라게 해서,
혼자 두게 해서.
지수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며 내 손을 꽉 잡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지수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나 없이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거든."
"그런데… 나도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
"하루가 너무 길었어…"
그 말이 내 가슴을 송곳으로 찌른 듯 아프게 조여왔다.
“나도. 길고 긴 하루였지.”
나는 눈을 부릅뜬 채 입술을 깨물었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니까,
버팀목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겼다.
아프면 안 되고, 흔들리면 안 되고,
무너지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 사고가 알려줬다.
나는 인간이라는 걸.
지수와 난 서로가 필요하단 걸.
"지수야."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한쪽 눈으로밖에 볼 수 없었지만,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빛이 났다.
"이제는 진짜, 같이 살자."
주말 부부.
맞벌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시간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다들 그렇게 사니까 괜찮다고
자기 위안으로 버텼다.
하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함께 살아가고 싶었다.
매일 안부를 물으며 아이의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지수는 아무 말 없이 내 이마를 쓰다듬었다.
손끝이 따뜻했다.
거칠어진 손이었지만, 온기가 있었다.
창밖을 보니 해가 뜨고 있었다.
오랜 밤이 지나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