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눈을 뜨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우리

by 더 로사 The ROSA

빛이 스며들었다.

눈꺼풀 하나를 드는 데에도 숨이 막힐 만큼 힘이 들었다.

오른쪽 눈은… 감긴 채로 열리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닫는 데 몇 초가 걸렸다.


"오빠…?"

익숙한 목소리였다.

나를 몇 번이고 부르던,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면서도 내 이름만큼은 다정하게 불러주던 그 목소리.

지수였다.

나는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목 뒤로 느껴지는 통증이 온몸으로 퍼졌다.

지수는 의자에 몸을 웅크린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 밑이 퉁퉁 부어 있었다.

내가 아는 지수는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참 작아 보였다.


"… 나, 살아 있네."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을 뿐인데

지수의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뚝 떨어졌다.

그녀는 말없이 내 손을 꼭 잡았다.

"미안해…"

아무 생각 없이 그 말이 입에서 나왔다.


지수에게 미안했다.

다치게 해서, 놀라게 해서,

혼자 두게 해서.

지수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며 내 손을 꽉 잡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지수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나 없이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거든."

"그런데… 나도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

"하루가 너무 길었어…"

그 말이 내 가슴을 송곳으로 찌른 듯 아프게 조여왔다.

“나도. 길고 긴 하루였지.”

나는 눈을 부릅뜬 채 입술을 깨물었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니까,

버팀목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겼다.

아프면 안 되고, 흔들리면 안 되고,

무너지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 사고가 알려줬다.

나는 인간이라는 걸.

지수와 난 서로가 필요하단 걸.

"지수야."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한쪽 눈으로밖에 볼 수 없었지만,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빛이 났다.

"이제는 진짜, 같이 살자."


주말 부부.

맞벌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시간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다들 그렇게 사니까 괜찮다고

자기 위안으로 버텼다.


하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함께 살아가고 싶었다.

매일 안부를 물으며 아이의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지수는 아무 말 없이 내 이마를 쓰다듬었다.

손끝이 따뜻했다.

거칠어진 손이었지만, 온기가 있었다.

창밖을 보니 해가 뜨고 있었다.

오랜 밤이 지나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눈을 떴다.

keyword
이전 09화9.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