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묘함
기억이란 참 이기적이지.
기억 속의 나는 늘 더 사랑했고, 그래서 더 아팠고
더 참았고, 더 견뎠고, 더 줬다. 누구보다도
내가 기억하는 어떤 장면을 너는 기억 못 하기도 할 것이고
하여 그 기억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도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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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섭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 누군가 울었을까 봐.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 누군가 혼자였을까 봐.
그럼에도 나만 이랬다고 누군가에게 당당했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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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도는 달라도 분명 같이 있던 시간인데
겪었던 일인데
누군가에겐 중요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잊히는 일이 되는 걸까?
잊고 싶은 이불 킥 하는 순간은 아직도 선명한데
중요한 걸 혹시나 놓치진 않았을까
되뇌어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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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주신 ‘망각’이란 선물이 있기에 우리가 살아간다.
기억의 왜곡 또한 생존 본능이 아니겠는가.
그 순간을 그렇게 저장해놔야 내가 버틸 수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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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만남과 나의 삶 모든 시간의 교차점에
각자 자리에서 꽃을 피워 채우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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