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미역국을 먹을 순 없겠지만.

by 지음

외할머니는 직전까지도 정정하셔서

마지막 해에도 소고기 미역국을 직접 끓여내셨다.

맛있었다.


P.W.앤더슨은, 한 분야를 연 물리학자인데 하얗게 늙어 있었다고 했다.

옛날의 총기도, 날카로움도 남지 않았지만 해맑게 웃었다고 한다.

올해 발표할 소박한 내용과 함께.

그러나 사람들은 가장 긴 박수를 쳤다고.


말을 전해준,

그런 물리를 하고 싶다던 형은 학계를 떠났지만

그 마음 만은 여기도 남았다.

하나의 깊은 색으로.


절정의 한때가 아닌. 마음을 다하는 모습으로 남는 것을, 생각해 봤다.

조금씩 낙하하고, 아직 자라나는 마흔에.

색이 아닌 / 그것이 사라져간 궤적으로 남고 싶다고.

손끝으로 새어나간 노을처럼.


미역국.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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