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받치는 손

보지 못한 풍경이 마음에 남은 방식

by 지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노란 머리의 소녀.

반대편엔 경복궁의 고아한 기와 돌담 너머로 푸른, 빗물에 갓 씻고 나온 하늘.

크다는 말을 부족하게 만드는 렌즈를 달아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있다.

가녀린 팔에 비틀림이 생겨난다.


사다리 위로 손들이 모여 든다.

까맣고 힘줄 잡힌 커다란 손, 더워진 날씨에도 후드가 손목까지 가리운 하얀 손, 젊고 거침없는 전완근이 잡고 있는 손, 손, 손들.

제 각기의 역할에 맞게 종아리, 발목, 사다리로 모든 비틀림을 잡아 세운다.

다양한 방향의 합력이 만들어 내는 안정과 지지.


무게의 온갖 비대칭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두 손은 지금 자유롭다.

역사와 풍경을 따라 초점은 아름다움을 쫓기에 충분한 힘을 얻었다.

느리게 가슴팍으로 향하던 두 손이, 방향을 바꿔 휘감치듯 앞으로 나아간다.

불가능 했던 자세로 날아 오르는 듯 하다.

뻗은 손이 곧 어딘가에 닿을 듯 한 순간. 시각으로 감지 될리 없는 빛이 반짝였단 착각이 든다.

미를 향해 날아 오르는, 혼 같은 것.


떠 받치는 손을 타고 피어 오른. 그 풍경은 어떤 상으로 렌즈 안에 잡혔을까.



버스가 잠시 정차 하고,

다시 나아가던 순간.

나는 문득, 몸을 비틀어 그 자리를 돌아보았다.


그 사진이 사무치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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