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감이 아니었다면 그 여름, 끈적한 방바닥을 디딜 일 따윈. 방학을 모두 뭉쳐넣은 권태처럼 텃밭 상추는 웃자라 있었다. 막 식목한 나무 처럼.
갇힌 시간, 뿌리뻗은 불안처럼. 의미 없이 허공을 휘젖는 몸짓을 한 채.
횡과 사선으로 난무하는 초록은, 연두와 녹빛들을 마구 섞어 뒤엉키고. 누군간 훌쩍함을 이야기 할 곳에서, 나는 그저 못 박힌 채로. 수채와 같이 화사한 이 권태. 농밀함이 뭉개져 맺힌 불안의 색조를 바라봤다.
투명한 우산 너머로, 조금 더 흐려지는 초록을 받아들이듯.
더 없이 아름다운 종말의 여름 / 상추를 딸 수 없어
빈손으로 돌아왔다.
여태 채우지 못한 공백을 떠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