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개인 면담

by 리나

하루종일 면접 심사때문에 피곤한 그에게 굳이 내가 면접관이 되어 그를 인터뷰하겠다고 선언한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 리나 회사에 지원하게된 동기가 무엇이죠? 합격한다면 회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요?"

남 " 회사의 경영이념이 저와 맞아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입사의 영광이 주어진다면 이 한 몸 바쳐서 열심히 뛰겠습니다."


다소 식상한 답변인데, 이번에는 똑같은 질문을 나에게 해달라고 졸랐다.


남 " 김상욱 회사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스펙도 뛰어난 것 같은데 낮춰서 지원하신 것 같군요."

여 " 저는 대다수가 선호하는 레드오션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미 가치평가가 이뤄져서 밸류에이션이 없죠. 반대로 저는 틈새시장, 니치마켓을 선호합니다.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에 여기서 가치 실현을 할 수 있고 주도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충분한 미래가치와 성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흥적인 인터뷰였지만 똑부러지게 대답하였다.

그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합격을 말해준다.


나는 왜 그를 택했을까?

양자역학적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확률적으로 존재한다. 원자핵을 돌고 있는 전자는 입자와 파동의 두가지 성질을 띤다.

간섭무늬를 그리며 물결치는 파동의 불연속한 움직임은 누군가 관찰하는 순간, 입자로 특정한 위치를 선택하며 비로소 실재하게 된다.


알쓸신잡의 물리학자 김상욱은 다음과 같은 시로 자신의 양자역학적 연애사를 기술하였다.


전자의 위치는 자체로 실재하지 않는다.

양성자 같이 조그마한 계집애가

광자같이 이중적이던 그 계집애가

나노미터보다 더 짧은 파장으로 나를 측정한다.

순간 나는 보어의 수소처럼 사정없이 그녀의 위치로 붕괴해버렸다.

번쩍 광자를 내며, 클릭 소리를 내며.

심장이 바닥에서 들뜬상태까지 주기운동을 계속했다.

첫사랑이었다.

( 사랑의 양자역학 중에서 )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어지기 전에는 파동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한 궤도를 반복적으로 돌고 있는 의미없는 움직임 일뿐이다.

어느 한순간 관찰이 시작된 그 순간 비로서 실재를 드러낸다.

그의 존재는 나로서 시작되었다.

나 또한 투명한 인간에서 새롭게 색을 입히고 있는 중이었다.

사람의 외연은 대상에 따라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관찰과 실험을 반복하였다.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어지기 전에는 실재하지 않는 투명인간이다.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길을 걷고 아무도 나의 존재를 증명해주지 못한다.

단순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 어느날 누군가 나를 관찰하며 대상화한다.

비로소 나는 내 안에 실재하는 여러 페르소나 중 특정한 성격과 매력을 표면화 한다.


나는 새로운 페르소나를 선택하여 동기화하였다.

지금까지의 나는 소심하고 소극적인 트리플 A형 이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더욱 작아지는 나이기에 일부러 좋아하는 사람은 만나지 않았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택했다.

그들은 나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철저히 나의 취향으로 선택하였다.

부디, 여자들이여 용기를 내기를.


당신이 사랑받고 싶은 것 만큼 남자들도 사랑받고 싶다.

당신이 외롭고 두려운 것 처럼 남자들도 힘들고 어렵다.

또 한 가지, 여자가 남자한테 대시하면 확률은 거의 100% 이다.

많은 여자들이 자존심을 이유로 남자들에게 적극적이지 못하는데 그렇게 하다가는

제발로 굴러 들어오는 '폭탄'같은 사람만을 대상으로 선택해야한다.

절대적으로 좋은 프로필은 나에게 오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시장에서 선택된 품절남이다.


알파 수컷 보다 숨겨진 베타 버전을 선택하라.

나만의 독점적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라.

그것이 연애의 핵심 쪼개기 나노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