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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Sep 08. 2015

다산의 독서법

"독서는 모두 방법이 있다. 

세상에 보탬이 안 되는 책을 읽을 때는 구름 가고 물 흐르듯 해도 괜찮다. 

하지만 백성과 나라에 보탬이 되는 책을 읽을 때는, 단락마다 이해하고 구절마다 깊이 따져 대낮 창가에서 졸음을 쫓는 방패막이로 삼아서는 안 된다.”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 / 정민 지음 / 김영사 / 70쪽)


다산의 글을 읽다 보면 그 표현이 참으로 재미나다. 

창가에서 졸음을 쫓는 방패막이로 책을 쓰지 말라는 표현을 보니 성경 읽다가 졸음이 와서 베개로 삼지 말라는 말이 생각난다. 


책을 읽음에 있어 어떤 책은 그냥 속독으로 대충 보아 넘길 책이 있는가 하면,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해가며 새겨 읽어야 할 책이 있다. 

옛날에는 책이 많지 않아 독서는 줄줄 외울 때까지 읽고 또 읽는 방식을 취하였다. 

그러나 18세기 다산의 시대에는 읽어야 할 책들이 차고 넘쳐나기 시작하였다. 

결국, 다산은 숙독하고 정독해야 할 책들을 정하였다. 

요즘 말로 말하면 양서나 우량도서라고 할 수 있다. 


다산은 이렇게 말한다. 

"옛날에는 서책이 많지 않아 독서는 외우는 것에 힘을 쏟았다. 

지금은 서가에 서책이 집을 가득 채워 소가 땀을 흘릴 지경이니, 어찌 모두 읽을 수 있겠는가?

다만 주역, 서경, 시경, 예기, 논어, 맹자 등은 마땅히 숙독해야 한다.

그러나 강구하고 고찰하여 정밀한 뜻을 얻고, 떠오른 것은 그때그때 메모하여 기록해야만 실제로 소득이 있게 된다. 

그저 소리 내서 읽기만 해서는 또한 아무 얻는 것이 없다.”(다산어록청상 / 정민 지음 / 푸르메 / 138쪽)


다산은 책을 읽음에 초서라는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현대식으로 표현하자면 독서카드 정리법이라 할 수 있겠다. 

초서란 책을 읽다가 요긴한 대목이 나오면 따로 베껴 쓰고 거기에 자기 나름의 감상이나 각주를 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주제별로 정리하여 놓으면 나중에 책을 엮을 때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다산은 정보를 체계화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편집하는데 탁월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수많은 책을 읽었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언제든 주제별로 검색하여 뽑아내어 어느 책, 어디에 있는 내용인지 가려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제별로 뽑아낸 카드를 통하여 자기 생각과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낼 수 있었다. 

다산의 수많은 책들은 바로 그렇게 하여 나온 것들이다. 

다산의 독서법은 한마디로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읽는 것이다. 

눈으로 읽는 것은 단 하루도 못가서 다 잊어버리지만, 손으로 읽는 것은 언제든 두고두고 써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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