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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Sep 18. 2015

민주제도를 꿈꾸었던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의 탕론(湯論)이라는 글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뜰에서 춤추는 사람이 64명이 있다. 

그중에 한 사람을 선발하여 그에게 깃대를 잡고 선두에 서서 춤추는 사람들을 지휘하게 한다. 

깃대를 잡은 자가 절도에 맞게 지휘를 잘하면 무리가 그를 존경하여 '우리의 지도자'라고 부른다. 

깃대를 잡은 자가 지휘를 잘하지 못하면 무리는 그를 끌어내려 이전의 위치로 복귀시킨다. 

그리고 유능한 자를 다시 선발하여 선두에 끌어 올리고 '우리의 지도자'라고 부른다. 

지휘하는 자를 끌어내리는 것도 무리고 끌어올리는 것도 무리다. 

끌어올리는 것은 괜찮고, 끌어내려 교체하는 것은 죄가 된다면 어찌 이치에 맞는 것이겠는가?


맹자는 좀 더 과격한 이야기를 하였다. 

제선왕이 물었다. 

"은나라 탕왕이 하나라 왕 걸을 축출 했으며,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토벌했다는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신하가 군주를 시해해도 괜찮은 것입니까?"

맹자가 말했다. 

"인을 해치는 자를 도적이라 부르고, 도의를 해치는 자를 잔악하다고 말합니다. 

잔악하고 도적질하는 이런 사람을 한낱 필부라고 부릅니다. 

저는 한낱 필부인 주를 죽였다는 말을 들었을 뿐 군주를 시해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사옵니다."(양혜왕 하 8)

이건 정약용보다 훨씬 더 혁명적인 말이다. 

누구라도 현재의 통치자를 '잔악하고 도적질하는 필부'라 치부하고 쿠데타를 일으키면 된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그런데 조선 역사에 그 누구도 맹자의 말을 따라 역성혁명을 하려는 자는 없었다. 

심지어 동학농민운동 당시에도 왕을 갈아치우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맹자가 역성혁명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모든 유학자가 그건 감히 입에 담기도 힘든 말이라 생각하고 철저히 곡해하였던 탓도 있을 것이다. 


이런 엄격한 위계질서에 기초한 조선 시대 사대부라고 하는 다산이 혁명적인 말을 한 것이다. 

대역무도한 죄로 삼족이 능지처참당할 말이기에 감히 드러내지 못하고 숨겨오다 나중에야 드러난 글이다. 

그러니 다산의 마음속에 얼마나 혁신적인 생각들이 들끓었을까?

다산의 글을 읽다 보면 정말 당대에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급진적인 제안들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토지의 공동소유를 제안하는 여전법이 그러하다. 

다산이 땅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쓴 전론(論)이 그러하다. 

그는 일곱 편의 전론을 썼는데 여전론을 주장하기도 하고, 토지의 균등 분배와 선비들도 노동해야 한다는 등 혁신적인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한마디로 다산은 2세기를 앞서간 사람이었다. 

그의 경세 사상은 결코 왕이나 귀족들의 배를 불리는 사상이 아니라 한마디로 철저하게 백성 중심의 사고 방식이었다. 


북한에서 다산 정약용의 경세 사상에 감동하여 그를 깊이 연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남쪽에서는 다산 정약용의 연구는 단순히 실학사상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적 풍모와 함께 보이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면서 어찌하여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가를 자세히 연구하고 있다. 

다산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정말 그가 놀라운 사람이라는 것은 새삼 깨닫게 된다. 

다산 정약용에 대한 글들 

박학다식한 다산 정약용

다산의 독서법

다산 정약용의 아픈 고백

다산의 훈계 - 놀고 먹지 마라

다산이 자식에게 주는 책 읽기 교훈 - 왜 책을 읽어야 하나?

국화에 심취한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써라. 

공부의 비결 - 삼근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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