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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Mar 08. 2016

광야의 민족, 이스라엘

이스라엘의 남북을 관통하는 큰 도로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지중해를 끼고 평야 지대를 관통하는 해변길이다. 이 길은 평탄하여서 마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좋은 길이다. 우리도 이스라엘 중부의 샤론 평야를 지나갔는데 잠시 이곳이 이스라엘인가 할 정도로 넓디넓은 평야지대였다. 알토란 같은 해안 평야는 주로 블레셋이 차지하고 있었다.

성경과 함께 보는 지도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도로는 왕의 대로다. 이곳은 요단 동쪽 고원지대를 관통하는 길로서 일찍부터 무역상들이 이용하였다. 이 길을 차지하는 민족은 상거래를 통하여 얻는 이익으로 풍요로움을 누렸다. 이 좋은 땅을 차지한 민족은 에돔, 모압, 암몬, 길르앗, 아람 등이다.

성서 지도에서

힘없는 이스라엘은 좋은 길은 다 뺏기고 중앙 산지에서 양과 염소를 치며 살았다. 산 위의 이 길을 우리는 족장 길이라고 부른다. 브엘세바, 헤브론, 예루살렘, 벧엘, 실로, 세겜, 등 성경에 나오는 대부분의 지명이 바로 이 산악지대에 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중심 국가라기보다는 언제나 이리 터지고 저리 터지는 약소국이었다.

두란노 성서지도에서

이스라엘은 남북으로는 500km에 달할 정도로 길게 뻗어 있지만, 동서로는 90km밖에 안된다. 남북으로 흐르는 지형은 별 변화가 없는데 동서로는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 지중해에서부터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올라가면 예루살렘이고 거기서 아주 급격한 경사를 이루며 해저 400m인 사해쪽으로 내려가면 거기가 여리고다. 마치 서울에서 대관령을 넘으면, 바로 강릉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 서울이 해안 평야라면 대관령은 예루살렘이고 강릉은 여리고다. 강릉은 다행히 바다를 끼고 있어서 물 부족을 별로 느끼지 않지만, 이스라엘은 여리고를 넘어 다시 1,000m가 넘는 요단 동쪽 고원지대가 있으므로 여리고 지역(요단 강과 사해 지역)은 말 그대로 메마른 광야다.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의 비구름이 이스라엘 해안 평야 지대에 다 뿌리고 해발 800m가 넘는 예루살렘을 넘어서면 내릴 비가 거의 없어 결국 광야가 되었다. 게다가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지역이다. 갈릴리는 해저 200m이고 사해는 해저 400m이니 산 위의 예루살렘과 온도 차이가 5도 이상 차이가 난다.

사해지역

게다가 남쪽에서 불어오는 사막의 열풍은 남쪽 유다에 강력한 영향을 끼쳐 사막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된다. 이번에 이스라엘을 여행하면서 한가지 놀랐던 것은 산지와 광야가 혼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예루살렘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광야가 펼쳐져 있는 이유가 바로 이스라엘의 독특한 지형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멀리 보이는 산꼭대기 도시가 바로 예루살렘이다.

너희가 구름이 서쪽(지중해 쪽)에서 이는 것을 보면 곧 말하기를 소나기가 오리라 하나니 과연 그러하고 남풍(사막의 열풍)이 부는 것을 보면 말하기를 심히 더우리라 하나니 과연 그러하니라(눅12:54-56) 구약학의 대가인 아하로니 교수는 이스라엘 날씨를 평가하기를 “바다의 편서풍과 사막 열풍의 싸움”이라고 하였다.바다의 편서풍이 강하게 불어오는 10월에서 3월까지는 우기고, 사막의 열풍이 불어오는 4월에서 9월까지는 건기다.

예루살렘 동쪽의 유대광야

힘없는 이스라엘 민족은 산악지대에서 마을을 이루며 살았다. 그런데 그 산의 서편은 그래도 비가 와서 조금은 푸르지만, 산의 동편은 메마르고 황무한 광야다. 예루살렘에서도 동쪽으로 가면 바로 유대광야가 나타난다.

메마른 광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다. 산꼭대기에 관개수로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 수밖에 없었다. 광야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장소이고, 또 실제로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였다.

유대 광야에서 조금 만 더 내려오면 사막화 현상이 바로 나타난다.

모세는 광야 떨기나무에서 여호와 하나님을 만났다. 다윗은 광야에서 여호와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았다. 세례요한은 광야에서 주의 길을 선포하였다. 예수님도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 유대광야에서 40일간 기도생활을 하셨다.

드 넓은 유대 광야를 다 담을 수 없었다.

광야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아무것도 없는 팍팍하고 건조한 곳에서 오직 여호와만 바라며, 주님을 묵상하는 장소다. 산 위의 도시 예루살렘은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나느냐, 아니면 편안하고 안락한 곳을 찾기 위하여 블레셋(가나안 족속)이 사는 평야 쪽으로 가느냐 갈래길에서 늘 갈등하였다.

우리가 방문한 시기는 우기여서 그래도 푸른 빛이 감돌고 있었다.

비록 지형 조건은 다르지만, 사실 우리도 세상과 하나님 나라의 갈래길에서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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