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의 우물 이야기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한 후 광야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세렛 시내를 건너 모압 땅으로 들어섰다.
그들이 아르논 강 북쪽에 도착하였을 때 모세는 백성들에게 우물의 노래를 부르라 하였다.
“우물물아. 솟아나라! 이 물을 노래하세!
이것은 족장들이 판 우물이요.
백성의 지도자들이 홀과 지팡이로 판 우물이라네."(민21:18,19)
나는 이 노래를 읽을 때 한 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정말 우물을 지팡이와 홀(임금의 지휘봉)로 팔 수 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H2AnLbV3rdc
아브라함은 브엘세바 주변에서 우물을 파고 오랫동안 살았다.
브엘세바는 쉐펠라 지역으로서 연석회암이라는 부드러운 토양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청동기 시대였으므로 땅이 무르지 않으면 우물 파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였다.
연석회암은 손톱으로 긁어도 가루가 되는 암석이 수두룩해서 우물을 팔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중부 산악지대는 강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적절한 도구가 없으면 땅을 팔 수가 없었다.
더욱이 석회암의 특성상 물은 땅속 깊이 스며들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우물은 최소 2, 30m를 파고들어 가야 물을 얻을 수 있다.
사마리아 수가 성 여인도 물을 달라 하는 예수님에게 이 우물은 매우 깊다고 하였다. (요4:11)
깊은 우물에서 여인들이 물을 뜨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로 남자들이 물긷는 여인을 도와주다 사랑이 싹트는 경우가 많다.
이스라엘에는 우물에서 이루어진 사랑 이야기가 많다.
우물은 인격과 인격이 만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의 충성스러운 종도 이삭의 아내를 구하기 위하여 우물가를 찾았다가 거기서 리브가를 만났다.
야곱과 라헬도 모세와 그의 아내 십보라도 모두 우물가에서 사랑을 이루었다.
야곱이 우물가에서 쉴 때 아리따운 라헬이 양무리를 몰고 오는 것을 보고 얼른 돌 뚜껑을 옮겨주어 라헬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중동지방에서 우물은 생명과도 같은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이며, 모든 정보가 교류하는 장소다.
이스라엘의 우물은 보통 성문 옆에 있으며 그 도시에서 공동으로 우물을 관리하였다.
광야에 사는 그들에게 물은 곧 생명이기에 물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들은 큰 돌로 우물 아귀를 덮었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비로소 돌 뚜껑을 옮기고 물을 먹었다.
만일 우물을 뚜껑으로 덮지 않았다면, 그 우물은 오염된 것으로 생각하여 사용하지 않았다.
우물이 오염되었다는 것은 있으나 마나 한 우물이요 그곳은 결국 쓰레기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아브라함이 팠던 우물을 블레셋 사람들이 쓰레기로 채워버려 못쓰게 한 일은 중동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못된 짓이다.
"의인이 악인 앞에 굴복하는 것은 우물이 흐려짐과 샘이 더러워짐과 같으니라.”(잠25:26)
그러므로 우물의 가치는 돌 뚜껑에 있다.
우물은 언제나 뚜껑이 덮여 있어야 한다.
솔로몬은 아가서에서 신부를 향하여 이렇게 노래한다.
"내 누이, 내 신부는 잠근 동산이요 덮은 우물이요 봉한 샘이로구나”(아4:12)
한 마디로 내 신부는 깨끗한 처녀라는 뜻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 생활을 끝내고 모압 평지에 도착하였을 때 하나님께서 나무 막대기로 팔 정도로 쉽게 우물을 주셨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우물이다.
지금까지 광야 생활은 기적의 연속이었다.
하늘에서 만나가 내리고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보호를 받았고 반석에서 물이 솟아나 마셨다.
그러나 이제 광야가 끝나면 만나도 그치고 모든 기적도 그칠 것이다.
이제 자신의 수고와 노력으로 살아가야 하는 가나안 땅에 들어갈 생각을 하면 한편 흥분되고 기대되기도 하지만, 어떻게 삶을 영위해야 할지 걱정도 되었다.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라 하면 하겠지만, 우물을 파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하나님은 그러한 이스라엘 백성을 축복하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여러분의 하나님 여호와께서는 여러분의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약속하신 땅으로 여러분을 인도하시고 여러분이 건축하지 않은 크고 아름다운 성을 여러분에게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구입하지 않은 좋은 물건들로 가득 찬 집과 여러분이 파지 않은 우물과 여러분이 심지 않은 포도원과 감람나무를 주시고 또 여러분에게 먹을 것을 충분히 주실 것입니다. 그때 여러분은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여러분을 인도해 내신 여호와를 잊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여러분은 여러분의 하나님 여호와를 경배하고 그를 섬기십시오. ”(신6:10-13)
광야의 삶도 힘들었지만, 가나안의 삶도 결코 녹록한 삶은 아니다.
그러나 저들이 자신의 근본을 잘 기억하고 여호와 하나님을 경배하고 섬긴다면, 몇십 미터 깊이로 파야 하는 우물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스라엘 백성은 기적에 의존하여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바로 섬기며 살아야 한다.
오늘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전쟁터와 같은 삶의 현장에서 내 힘으로만 살려 하면 땀을 한 바가지 흘린다 해도 시원치 않을 것이다.
축복의 원천은 내 노력과 수고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님은 말씀하신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4:14)
참고(參考)
1. 고고학자들의 카리스마를 클릭하라. 이요엘 지음, 평단, 2005
2. 열린다 성경, 류모세 지음, 두란노, 2015
3. 성서속의 생태학, A.P.& A.H. 휘터만 지음, 황소걸음,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