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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May 03. 2016

남의 결혼식을 망치지 말아주세요.

유대인의 결혼식


예수님은 결혼식을 소재로 삼아 가르침을 자주 주셨다.

마태복음 25장에 보면, 지혜로운 처녀와 어리석은 처녀 비유가 나온다.

나는 여러 책을 참고하면서 이 본문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해보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예수님이 비유로 말씀하신 이 이야기는 당시 실제 상황을 반영하였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예수님 당시 결혼 풍습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다.

나는 여기서 나름대로 상황을 재구성해보았다.

내가 재구성한 것이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님의 가르침의 기본 뜻을 해치지 않는다는 생각에 용감하게 시도한다.

Eduard Gurevich, Jewish Wedding in Hebron

사실 예수님의 이 비유는 열 처녀 비유가 아니라 젊은 남자 열 사람 비유로 해도 될 수 있다.

11세기 시리아 정교회의 위대한 수도사요 학자이며 시인인 이븐 알 타이브(Ibn al-Tayyib)는 유대인 남자 열 명이 있어야 유월절을 기념하는 모임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그는 혼례식이 효력을 가지려면, 역시 남자 열 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비유에 여자 열 명이 등장하는 것도 남자 열 명과 짝을 맞추기 위함이다.


사실 신랑 신부 들러리로 선택되는 것은 큰 명예다.

들러리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결혼 당사자의 집안과 가깝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결혼 준비에 차질없이 준비해줄 것으로 기대하였다.


보통 유대인의 결혼식은 밤에 진행한다.

신랑이 신붓집에 찾아와 신부를 데리고 신랑집으로 가서 잔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마도 신부 들러리들은 신랑을 맞이하기 위하여 등을 들고 마을 입구에까지 나갔을 것이다.

그날은 동네 잔칫날이고 축제일이기에 처녀들은 들뜬 마음으로 온 동네를 휘젓고 돌아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신랑이 오는 시간은 점점 늦어졌다.

예수님 당시의 횃불

그들이 들고 다니는 등은 횃불을 의미하는지 혹은 헤롯 시대에 사용하던 작은 등불인지는 잘 알 수 없다.

랍비들의 증언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혼인 잔치 때 사용했던 등은 긴 막대기 끝에 헝겊을 감고 거기 역청이나 기름을 발라 불을 붙였다고 한다.

횃불은 왼손으로 들고 오른손에는 메살치(massaulche)라고 여분의 기름 그릇을 들고 다녔다.

횃불을 밝혀서 온 동네를 다니던 처녀들은 신랑이 더디 오자 다시 신붓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거기서 졸며 잤다.


그때 갑자기 신랑이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자 처녀들은 허겁지겁 신랑을 맞으러 나갔다.

꺼져있는 횃불에 다시 불을 붙이려면, 기름을 바르고 불을 붙여야 하는데 어리석은 처녀들은 기름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사실 횃불에 기름을 붙여 태우면, 보통 15분 정도 지속하였다.

그 후에는 기름을 새로 발라주어야 하므로 기름 준비를 충분히 해야 했다.

초저녁에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기름을 다 써버린 어리석은 처녀들은 당황하였다.

기름을 나누어 쓰면, 어느 처녀도 신랑집까지 가는 신부 행진을 끝까지 밝힐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어리석은 처녀는 기름 파는 상인을 찾으러 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신랑 측 들러리는 10명인데 신부 측은 미련한 처녀들 때문에 5명밖에 들러리를 서지 못했다.

유대인들은 명예를 목숨처럼 여겼고, 그것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큰 수치로 여겼다.

어리석은 처녀들 때문에 신부 가족은 크나큰 창피를 당하였다.

부끄러운 가운데 신부 행진은 계속되었고, 그동안 신부와 신부 가족들의 마음은 너무나 불편하였다.

Eugene Delacroix, Jewish Wedding in Morocco

신랑 집에 도착하여 결혼 잔치가 진행될 때 문은 굳게 잠갔다.

어두운 밤이기에 누가 들어올는지 모를 일이고 따라서 초청받은 사람만 선별적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어리석은 처녀가 늦게 그 집에 도착하여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신붓집에 큰 수치를 안겨준 그들은 결혼 잔치에 환영받지 못하였다.

유대인들은 결혼잔치같이 축하할 일에는 모든 사람을 구별없이 다 영접하여 잔치에 참여하게 한다.

그러나 결혼식을 망쳐버린 다섯 처녀는 결혼식 끝날까지, 아니 결혼식 후에도 완전히 관계가 단절되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맞이할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크게 실망하신다.

여러 차례 예고하고 가르침을 주었지만, 신랑을 맞이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은 어리석은 처녀와 같은 사람이다.

그들은 결코 주님의 혼인 잔치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다.

교회를 다니면서 신앙생활 한다고 하지만, 말뿐이고 형식뿐인 신앙생활을 한 사람이 당할 형벌은 분명하다.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겠노라."


참고(參考)

1.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 케네스 E. 베일리 지음, 박규태 역, 새물결플러스, 2016

2. 성경 속의 생활 풍속 따라잡기 신약편, J.M.프리맨 지음, 남송현 역, 아가페, 1998

3. 유대인의 풍습과 관습, 프레드 H. 와이트 지음, 도서출판 로고스, 2012


유대인의 문화로 성경 읽기

1. 예수님은 전도할 때 왜 신을 가지지 말라 하셨을까?

2. 어찌 그렇게 매를 맞을 수 있을까?

3. 누군가 당신을 공개적으로 모욕할 때

4. 누군가 당신을 거짓으로 고소할 때

5. 과부는 깡패다.

6. 우물가에서 사랑을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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