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신발과 함께 발전했다.
고대 신화나 전설을 읽어보면, 신발에 얽힌 이야기가 가끔 등장한다.
성경에도 신발에 얽힌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모세는 떨기나무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신을 벗었다.
룻기에 보면 무엇을 무르거나 교환하는 일을 확정하기 위하여 신을 벗어 주었다.
신명기에 보면 부끄러운 일을 한 사람은 신을 벗기고 그의 집을 '신 벗김 받은 자의 집'이라 부름으로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유대인의 신은 나무나 가죽으로 된 바닥과 그것을 발에 조이도록 해주는 끈으로 이루어졌다.
요즘의 샌들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포장도 되지 않은 도로에 샌들을 신고 다니는 것은 불편하였을 것이다.
먼지 날리는 광야에서 발은 항상 더러웠고, 혹 돌부리를 걷어차면 발은 크게 다치곤 하였다.
시편 저자는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어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하겠다고 노래하였다.
"그들이 그들의 손으로 너를 붙들어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아니하게 하리로다.”(시91:12)
발에 땀이라도 나면, 미끄러져 샌들이 그만 훌렁 벗겨지기도 하였다.
"여호와여 나의 발이 미끄러진다고 말할 때에 주의 인자하심이 나를 붙드셨사오며”(시94:18)
유대인들은 위생관념이 철저한 민족이다.
그들은 집에 들어갈 때면, 언제나 발을 깨끗하게 씻었다.
아브라함이 마므레 상수리나무 아래서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을 씻어 주었다.
손과 발을 깨끗이 하지 않고서는 결코 식사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유대인들은 부정하고 더러운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발을 씻는 일은 보통 하인이 해야 하는 가장 천한일 중의 하나였다.
발을 씻기 위해서는 샌들을 발에 고정하기 위하여 묶은 가죽끈(신들메)을 풀어야 한다.
세례요한은 자신이 예수님의 신들메 풀기도 감당치 못하겠다고 고백하였다. (막1:7)
이것은 자신을 매우 하찮은 존재로 여기는 것이고 깊은 겸손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전도하라고 파송할 때 좀 특별한 말씀을 하셨다.
"너희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을 가지지 말고 여행을 위하여 배낭이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 이는 일꾼이 자기의 먹을 것 받는 것이 마땅함이라”(마10:9-10)
전도하러 갈 때 전대에 금이나 은을 가지고 가지 말라는 말은 이해할 수 있다.
두 벌 옷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는 말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신을 가지지 말라니.
그러면 전도할 때 맨발로 전도하라는 뜻일까?
마가복음 6:9에 보면, 신은 신고 가라 했는데 마태복음에는 왜 신을 가지고 가지 말라 하셨을까?
마가복음의 신은 샌들(sandals)이고 마태복음의 신은 신발(shoes)이다.
샌들을 신고 비포장도로를 다니다 보면 상처 나기 쉬워 불편하기 짝이 없다.
비가 오는 계절에는 진흙 구덩이에 발이 빠지는 것은 다반사였다.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기 시작한 신발은 점차 그 형태가 복잡해지고 아름다워지면서 부와 권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발전하였다.
그리스와 로마는 신분을 상징할 수 있도록 신발의 형태나 소재들에 차별을 주었다.
로마 군인들은 행군해야 하므로 신발이 매우 튼튼해야 했다.
그들은 징을 박아 넣은 가죽 샌들(Caligae)을 신었다.
샌들이 아무리 화려하고 멋져도 결국, 샌들일 뿐이다.
그래서 발전한 것이 슈즈다.
전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기능적인 디자인만을 고려해서 만든 신발이다.
오늘날의 농구화 모양을 한 신발로 매우 비싸고 사치스러웠다.
유대의 귀족들과 부자들은 로마 귀족을 따라 이런 고급 신발을 신었다.
예수님이 전도대를 파송하면서 가지고 가지 말라고 한 것은 사치스러운 신(shoes)이었다.
전대 안에 금, 은, 동과 같은 돈이 될 만한 것들, 양식과 화려한 신발과 심지어 지팡이도 가지고 가지 말라 하셨다.
어느 곳에 가든지 얻어먹으면서 전도하라는 것이다.
절대로 남에게 세상의 물질적인 것으로 무게 잡거나 유세 부리지 말라는 뜻이다.
요즘 한국 교회의 전도나 선교에 필수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바로 돈이다.
베풀고 나누면서 전도하고 선교하자는 것은 좋은 뜻 같아 보이긴 하지만, 주님의 방법은 아니다.
본인은 그런 뜻이 전혀 없는데도, 물질이 가면 자연스럽게 주종관계가 성립된다.
복음 전하는 사람이 물질 때문에 위에 서는 일이 없기를 주님은 원하셨다.
주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하늘 영광 보좌를 버리시고, 낮고 천한 이 땅에 죄인의 모습으로 오셨다.
그리고 허리에 수건을 동이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면서 '너희도 나처럼 섬기는 사람이 되어라.' 말씀하셨다.
복음을 전할 때도 언제나 낮은 자의 자리를 잃어버리지 말아라.
높아지려고 하는 그 순간 하나님의 복음은 땅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주님이 전도대를 파송하면서 화려한 신(shoes)을 가지고 가지 말라는 깊은 뜻을 다시 한 번 마음 속 깊이 새겨본다.
4. 과부는 깡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