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os Brunch Apr 25. 2016

누군가 당신을 공개적으로 모욕할 때

유대인의 손님 접대

요즘 케네스 베일리의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케네스 베일리는 이집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중동지역에서 40년 동안 머무르면서 중동 신약연구소를 설립한 학자다.

그는 아랍어와 아랍 문학, 조직신학을 공부한 중동 전문가다.

그는 지금까지 헬라어를 기반으로 한 서구 신학의 성경해석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 아람어와 히브리어, 아랍어를 사용하는 중동 신학자들의 글을 소개하고 중동의 시각으로 성경을 볼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예수님은 헬라어를 사용하지 않고 아람어를 사용하셨고, 중동의 문화 속에서 활동하셨음을 서구학자들은 자꾸만 잊어버린다.


케네스 베일리는 ‘바리새인 시몬의 집에서 만난 여자(눅7:36-50)’를 주해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주었다.

그동안 서구 신학계는 이 본문을 해석하면서 예수님의 발을 닦은 죄 많은 한 여인에 대한 주님의 무한한 사랑을 강조하거나, 혹은 한 여성이 예수님의 발에 기름을 부으므로 주님의 십자가의 죽음을 예견한 선지자적 행동임을 강조하였다.

그 외에도 다양한 해석들이 있지만, 케네스 베일리는 중동의 문화라는 시각으로 이 본문을 전혀 새롭게 보았다.


랍비들은 손님을 맞이할 때 자세를 일일이 규정하였다.

집주인은 손님을 맞을 때 즐거운 모습을 보여야 하며 친히 손님의 시중을 들어야 하고, 잔치할 때는 그 어떤 사람이라도 거부해서는 안 되었다.   

랍비들은 손님 대접이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크게 공로를 쌓는 일이라고 가르쳤다.

비록 창녀와 같이 대하기 거북한 사람이 찾아와도 그를 문전 박대하는 것은 율법에 어긋난 것이었다.

궁핍한 사람이 당신의 집 문 앞에 설 때면 그 오른편에는 언제나 이름이 복되신 분, 거룩하신 이(하나님)께서 서 계신다. 만일 당신이 그 사람에게 자선을 베푼다면 그 오른편에 계신 분에게서 상을 받게 될 것임을 알라.”


손님이 집으로 찾아오면 제일 먼저 샬롬(평화)의 인사를 나눈다.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먼저 말하되 이 집이 평안할지어다 하라. 만일 평안을 받을 사람이 거기 있으면 너희의 평안이 그에게 머물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로 돌아오리라.”(눅10:5,6)

유대인은 모두 형제인 까닭에 유대인의 인사 방식에는 일종의 동지애 감정이 실렸는데, 그들의 인사에는 언제나 하나님에 대한 감사 표시나 형제로서 평화를 비는 마음이 담겼다.

그다음에는 서로 입맞춤의 인사를 한다.

그들은 오른손을 친구의 왼쪽 어깨에 놓고 친구의 오른쪽 뺨에 입을 맞춘다.


초대받은 집에 들어갈 때, 손님은 방에 들어가기 전 모두 신발을 벗고 발을 씻는다.

유대인들은 신발과 발은 부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드시 씻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매트나 양탄자가 깔렸는데 그것에 흙을 묻히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것이고, 더욱이 음식을 먹을 때 발을 씻지 않은 체 앉는 것은 율법이 엄격히 금하는 행위다.

그러므로 인사하고 입 맞춘 다음에는 반드시 발을 씻도록 물을 준다.

손님이 얼마나 귀하냐에 따라서 주인이 직접 씻어 주기도 하고, 종이 씻어주기도 하고, 본인이 씻도록 할 때도 있다.

아브라함은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을 직접 씻어 주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참 과부의 조건 중 하나로 성도의 발을 씻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다음 머리에 기름을 부었다.

이것은 몸을 정결하게 한 후 상을 받기 전에 손님의 머리에 기름을 바르는 것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시23:5)


그리고 주인은 손님을 자리에 안내하였다.

귀한 손님은 상석에 앉게 하였고, 나중에 더 귀한 손님이 오면 상황에 따라서 손님의 자리를 바꾸기도 하였다. (눅14:9-10)


누가복음 7장에 바리새인 시몬은 예수님을 자기 집에 초청하였다.

아마도 회당 예배를 드리고 난 후 주님을 초청한 듯싶다.

사람들은 모두 바리새인 시몬의 집으로 몰려갔다.

그들 모두는 중동의 예의범절이 어떠한지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전개되었다.

주인은 예수님을 초청만 하였지 예의를 갖추어 맞이하지 않았다.

평화의 인사도 나누지 않고, 입맞춤도 하지 않았다.

그 상황이 얼마나 뻘쭘하였을지 상상해 볼 수 있다.

그것은 명백히 무례한 것이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예수님을 모욕하는 행동이었다.

이것은 많은 사람 앞에서 예수님을 공개 망신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하였다.


어찌해야 할까?

상대방이 공개적으로 나를 모욕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모욕하는 대로 받아야 할까?

다윗은 아들 압살롬이 반역하여 도망할 때 시므이가 다윗을 조롱하고 저주하였다.

그때 다윗은 그 모든 모욕을 참고 견뎠다.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비방 거리요 백성의 조롱 거리니이다”(시22:6)


아니면 신명기의 권면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여야 할까?

‘이 무슨 무례한 짓이냐! 네가 나를 어떻게 보고 이런 짓을 한단 말이냐!'

크게 소리치며 저주해야 할까?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한 이 할례 받지 않은 블레셋 사람이리이까 그가 그 짐승의 하나와 같이 되리이다.”(삼상17:36)


부끄럽지만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난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자리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당황스러운 장면이었다.

아마 내가 다시 그런 일을 당한다 하더라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은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고 망신을 당할 때 어떻게 하겠는가?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예수님은 씻지도 않은 발로 터벅터벅 방 안에 들어가셔서 제일 상석에 털썩 기대어 누우셨다.

예수님의 행동 자체는 분명 유대인의 예의범절에 어긋난 것이다.

사실 예수님은 이제 30대 초반의 젊은이로서 그 동네에 분명 예수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예수님은 자신이 가장 어른인 양 행동하였다.

모인 모든 사람이 그 상황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을 것이다.


그들 중 누구도 주님과 같이 자리에 앉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율법에 규정한 대로 발을 씻지 않고서는 식사 자리에 앉을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자신이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젊은 예수가 먼저 상석에 앉는 것을 보고 기분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상황은 바뀌어서 주님을 모욕하려는 사람들이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기만 하였다.


이때 한 죄 많은 여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자기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예수님이 무례한 대우를 받으며 공개적으로 모욕받는 것을 보고 자신이라도 유대인의 예법대로 주님의 발을 씻겨드리려고 하였다.

그녀는 예수님이 망신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예수님이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것에 대하여 분한 마음으로 눈물이 났다.

그녀는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씻겨 드렸다.

이제 예수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망신주려는 계획은 어긋나게 되고, 공격의 화살은 죄 많은 그 여자에게 쏟아지게 되었다.

예수님은 자리에 기대어 누운 체 서 있는 사람, 특별히 시몬을 향하여 말씀하셨다.

많이 용서받은 자가 더 감사하고 사랑하는 것처럼 이 여인은 많은 죄를 용서받았기에 그에 따른 반응을 보인 것뿐이라고 여인을 변호하였다.

그리고 예수님은 여자에게 선언하셨다.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했으니 평안히 가라.”(눅7:48,50)


여인은 모욕과 망신을 당하는 예수님의 고통을 느끼고 주님께 다가가 그 고통에 동참하였다.

주님은 그러한 여인에게 쏟아질 비난과 공격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시고자 죄 용서함을 선언하셨다.

주님은 자신의 고난에 동참하는 사람을 절대 외면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그에게 큰 구원을 선포하셨다.


오늘날 반기독교적 정서가 팽배함에 따라 그리스도인들이 당당히 주의 고난에 참여하지 못하고 비겁한 태도를 보일 때가 종종 있다.

주의 고난을 받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공개적으로 모욕과 망신을 당할 때 아무 말도 못 하고 뒤로 물러서는 경우가 있다. (바로 나처럼)

나는 아직도 이런 상황을 만나게 되면,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여러분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참고(參考)

1)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 케네스 E 베일리 지음, 박규태 옮김, 새물결 플러스, 2016

2) 유대인 스케치, 알프레드 에더스하임 지음, 김기철 옮김, 복있는 사람, 2016

3) 유대인의 풍습과 관습, 프레드 H. 와이트 지음, 라형택 옮김, 로고스, 2012


유대인의 문화로 성경 읽기 

1. 예수님은 전도할 때 왜 신을 가지지 말라 하셨을까?

2. 어찌 그렇게 매를 맞을 수 있을까?

3. 누군가 당신을 거짓으로 고소할 때

4. 과부는 깡패다

5. 남의 결혼식을 망치지 말아주세요.

6. 우물가에서 사랑을 만들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남의 결혼식을 망치지 말아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