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었다.
아직 보리 추수할 때가 되지 않았는데 작년 가을에 추수한 식량이 다 떨어져 굶을 수밖에 없는 시기를 말한다.
5, 6월이 되면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은 산에 올라가 풀을 뜯어 먹거나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초근목피로 연명하다 부황증에 걸려 살가죽이 들뜨고 붓고 누렇게 되는 경우도 흔했다.
나의 친형도 60년대 극심한 가난 속에서 영양실조로 죽고 말았다.
그때는 보리밥이라도 좋으니 삼시 세끼만 먹어도 좋겠다는 말들을 했다.
나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고깃국을 먹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시골에서 목회하던 아버지는 서울에 올라와서 개척을 시작하며 남의 집 셋방살이를 하였다.
방 한 칸에 부엌 하나였는데 여름 장마에 부엌으로 물이 들어오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밤새도록 바가지로 물을 퍼내시곤 했다.
내 친구 중 하나는 수색 산꼭대기 판자촌에 살았는데 방에 문을 달지 못해서 가마니로 문을 대신했다.
1970년대의 삶도 그러하였다.
우리나라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제 시곗바늘을 돌려 2000년 전 로마의 속국으로 살던 이스라엘 땅으로 가보자.
그때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았을까?
그들의 가난함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
예수님 당시의 경제 사정을 보여주는 비유가 있다.
포도원 품꾼의 비유다. (마20:1-16)
포도원 주인이 일꾼을 구하려고 아침 일찍 인력시장에 나갔다.
새벽녘인데 사람들이 군불 주위에 쭈그리고 앉아 불을 쬐고 있었다.
하나같이 처량한 모습으로 누가 불러주지 않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전 9시, 정오, 오후 3시와 5시에 나가도 일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여전히 있었다.
그들의 자녀들은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그들에게 소원이 뭐냐 물어보면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배불리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았을까?
먹는 문제가 심각할 때는 입는 것, 자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사사기에 보면 미가가 제사장을 고용하면서 일 년에 은 열 개와 옷 한 벌과 먹을 것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미가가 그에게 이르되 네가 나와 함께 거주하며 나를 위하여 아버지와 제사장이 되라 내가 해마다 은 열과 의복 한 벌과 먹을 것을 주리라 하므로 그 레위인이 들어갔더라.”(삿17:10)
일 년에 옷 한 벌 주겠다고 해도 감지덕지하던 시절이었다.
나아만 장군은 자기의 문둥병을 고쳐달라 하면서 옷 열 벌을 가져왔다. (열왕기하5:5)
그러니 이스라엘 백성들이 회개할 때 옷을 찢는다는 것은 자신의 전 재산을 희생한다는 뜻이다.
옷을 찢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회개하는지를 보여주는 행위다.
옷 문제가 그러하다면 집 문제 역시 말할 것도 없다.
성경 시대 사람들은 집에 대해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열쇠가 있는 집은 부잣집뿐이고 일반 백성들은 열쇠가 필요 없었다.
가구도 변변치 않았고, 숨겨둘 만한 물건도 없었다.
이스라엘에는 돌이 많아 사방 벽을 돌로 쌓고 그 위에 돌무화과나무로 석가래를 삼아 줄지어 놓았다.
그리고 종려나무 잎이나 작은 나뭇가지들을 포개고 그 위에 진흙을 발라 지붕을 만들었다.
평평한 지붕은 때로 다락방 구실을 하고, 곡식을 널어 말리기도 하였다.
가끔 비가 심하게 오면 진흙이 씻겨나가 비가 새는 일은 다반사였다.
"다투는 여자는 비 오는 날에 이어 떨어지는 물방울이라."(잠27:15, 잠19:13)
잠언에서는 비오는 날 처량하게 비가 새는 모습을 다투는 여자와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중풍 병자를 데리고 온 친구들이 남의 집 지붕을 뚫고 환자를 내린 것도 지붕을 보수하는 일이 별로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시대에 집이란 그저 비만 막아주고 누울 수 있으면 만족하였다.
들에서 양을 치는 목자들은 동굴에서 자거나 노숙하였다.
야곱은 돌배게를 베고 들판에서 잠을 잤다.
욥기에 보면 가난한 자들은 옷이 없어 벗은 몸으로 밤을 지내며 추워도 덮을 것이 없었다고 한다.(욥24:7)
그들은 먹는 문제 이외에 다른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물이 생기면 골치가 아파진다.
어디 숨겨둘 데가 없기 때문이다.
전도서 5장 12절에 “부자는 그 부요함 때문에 자지 못하느니라.” 하였다.
가진 것이 많으면 그것을 안전하게 숨기기 위해 마음을 졸여야 하고, 감춘 후에도 혹 누가 훔쳐가지 않을까 걱정하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집안에 보물을 숨겨 놓을 데가 없어서 결국 밭에 보물을 감추기도 하였다.
예레미야 41:8에 보면 밀과 보리와 기름과 꿀을 밭에 감추었다.
예수님의 비유 중에 한 달란트 맡은 자 역시 땅에 파묻어 숨겨두었다.
집이 너무 허술하니 보물이 있어도 걱정이었다.
예수님은 말씀하였다.
“네 보물을 땅에 쌓아두지 마라."
보물이 생겨서 어디에다 숨겨두면, 작은 동네에 금방 소문이 나고 주인은 보물을 가진 순간부터 도둑이 훔쳐갈까 봐 전전긍긍하였다.
이제 우리는 보물을 숨겨둘 곳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부부지간이라도 배우자의 숨겨놓은 재산을 알아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 땅 곳곳에 보물을 숨겨두고 있으니 하늘에 마음을 두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남모르게 쌓아두기만 하여서 무엇을 할는지...
"네 보물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마6:21)
1. 예수님은 전도할 때 왜 신을 가지지 말라 하셨을까?
5. 과부는 깡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