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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Aug 21. 2018

한부선을 아십니까?

요즘 장안에 화제를 뿌리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요셉 스텐슨'이란 선교사가 등장한다. 그는 어린 유진을 미국으로 데려가 보살펴 주었으며 한국을 사랑하여 생명을 내놓기까지 한 선교사였다. 비록 가상 인물이긴 하지만 일본 강점기 한국을 사랑한 선교사는 한둘이 아니다. 양화진 선교사 묘역만 가보아도 선교사의 어린 자녀들이며 젊은 20대 선교사들이며 많은 사람이 이 땅을 위하여 생명을 바쳤다. 비록 이 땅에서 순교하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였던 한부선(Bruce Finley Hunt, 1903-1992)선교사가 있다.

오늘 뜻하지 않게 '한부선 선교사 선집'을 선물로 받았다. 존경하는 목사님이고, 멘토로 모시는 정근두 목사님께서 보내주셨다. 나는 선물을 받자마자 한부선 선교사의 인터뷰와 서간문을 읽기 시작하였다.

한부선 선교사 가족

한부선은 1903년 6월 4일 평양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조선에 선교하러 온 윌리엄 브루스터 헌트(William Brewster Hunt, 한위렴, 1869-1953)와 바이올렛 헌트다. 어린 시절 평양과 재령에서 성장한 그는 파란 눈의 조선인이었다.


1919년 일어난 만세운동은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16살 난 한부선 선교사는 학교에 가던 중 학교 담벼락에 흰색 옷을 입은 조선인들이 모여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만약 우리가 지금 당장 우리의 권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언제 우리가 그 권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만약 우리가 단지 침묵한다면, 국제 연맹의 나라들은 우리가 일본의 통치에 만족하다고 여길 것이다.”

“우리는 싸움을 통해 독립을 이루길 원하지 않는다. 단지 온 세상에 우리가 독립을 원하고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

“대한 독립 만세”

비폭력 무저항 운동이었던 3.1 만세 운동을 일본은 총검으로 핍박하였다. 수천 명이 감옥으로 끌려가고 고문을 당하여 죽어갔다. 독립 만세를 부르다가, 끌려간 누군가가 버리고 간, 손으로 그린 태극기를 액자에 담아 미국에서 유학할 때뿐 아니라 평생을 간직하며 한국 교회를 위해 기도하였다. 그는 ‘한국산 미국인'이었다.

한부선, 주남선, 박윤선, 한상동(앞줄 왼쪽부터)

그는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 만주 하얼빈으로 돌아와 한국인 사역을 계속하였다. 1938년 조선예수교 장로교 총회에 참석한 한부선은 총회장이 신사참배와 동방요배가 우상숭배가 아니라 국민의례라고 가결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이에 격분한 한부선 선교사는 이의를 제기하였다.

“의장! 불법이오, 항의합니다!”

일본 경찰은 항의하는 한부선 선교사를 엎어치기로 회의장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 한부선 선교사는 일본 앞에 무릎 꿇는 한국 기독교를 대신하여 눈물 흘렸다.  


그는 만주로 돌아가 항일 운동을 계속하였다. 일본의 괴뢰 정부인 만주국이 수립된 후에 기독교에 대한 핍박은 더욱 심하였다. 1941년 헌트와 다른 선교사들은 일본의 신사참배를 거부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었다. 그와 그의 가족은 1942년 8월 포로 교환으로 풀려나 미국으로 귀환했다.


해방된 이후 한부선은 다시 한국을 찾아왔다.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야 하는 험난한 일정이었지만 한국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부산 고신을 세우는 일에 앞장섰으며 복음 전도 여행과 성경학회 일에 헌신하였다. 1976년 7을 한국 선교에서 은퇴한 한부선 선교사는 1992년 7월 26일 하나님 나라로 영원히 떠나셨다.

모두 5권으로 출간된 한부선 선교사 선집은 1권의 인터뷰와 4권의 서간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평소 존경하는 정주채 목사님과 사랑하는 정근두 목사님의 노력으로 출간되었다. 한부선 서간문은 1946년 10월부터 1948년 7월까지의 편지이다. 해방 이후 미 군정 시절 한국 교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부인을 향한 사랑과 자녀를 향한 마음이 풍성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따뜻하게 한다. 하루하루의 일기와 같은 솔직한 그의 기록은 역사적 사료로도 충분하다.


요즘 한국 기독교에 가톨릭 영성가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헨리 나우웬, 브레넌 매닝, 안셀름 그륀, 토마스 머튼 등 많은 사람을 기독교 출판사에서 소개하고 있다. 나는 한부선 선교사 선집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의 솔직담백한 편지글을 통하여 그의 영성을 보게 되었다. 한국을 사랑한 개신교 선교사의 진솔한 편지들을 통해 배우고 본받을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부선 서간집은 평생 옆에 두고 읽어야 하는 영혼의 양식과도 같다.


서간문과 인터뷰이기 때문에 읽기에 어렵지 않다. 올 가을 한부선 선교사와 순례의 길을 걷는다면 분명 기쁨과 감사와 행복으로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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